[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올해 12월 초중순께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백신은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다소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내년말~내후년초에는 국산 제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은 17건, 백신은 2건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승인한 임상시험은 총 26건이며, 치료제는 24건, 백신은 2건이다. 이중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 7건이 종료돼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은 19건이다.
제약사가 진행하는 임상시험 중 ▲1상은 항체치료제, DNA백신 등 임상 6건이며, ▲2상은 혈장분획치료제 등 8건, ▲3상은 2건이다.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 시행되는 3상 2건 중 1건은 한국릴리가 진행하는 바리시티닙(LY3009104) 임상으로,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위약 대조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다른 3상임상은 국내사인 셀트리온이 진행하는 CT-P59에 대한 예방적 유효성, 바이러스학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이다.
현재 셀트리온은 CT-P59에 대한 2, 3상시험도 동시에 허가받았으며, 이는 경증 또는 중등증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 치료와 병행해 CT-P59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이다. 이는 2상을 마치는대로 조건부 사용승인 신청·허가되기 때문에 올해 12월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CT-P59는 중화항체치료제로, 중화항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화(무력화)할 수 있는 항체를 의미한다. 치료원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인체 세포와 결합하는 부위에 항체치료제가 대신 붙어 감염을 막는 방식이다.
해당 임상은 3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적절한 투여 용량과 치료효과를 탐색하고, 확인된 용량을 바탕으로 유효성과 안전성 확증을 위한 3상 임상시험을 720명을 대상으로 연속해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식약처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1상 임상시험 결과, CT-P59 투여에 따른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됐다"면서 "이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 루마니아 등 5개국에도 동시에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했고, 이미 미국의 대형제약사들도 중화항체치료제에 대해 임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CT-P59 상용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진단키트 개발과 대량 생산 성공으로 전세계에 'K-방역'을 널리 알린 데 이어, 연내에 치료제 국산화도 성공해 코로나 청정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셀트리온의 경우 해당 제품을 대량 생산할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고가의 항체치료제를 저가로 내놓겠다는 발표가 있었던 만큼, 상용화만 된다면 코로나19의 치료장벽을 대폭 낮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항체치료제 보다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한 혈장치료제 상용화도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GC녹십자는 지난 8월 20일 식약처로부터 H-Ig(고면역글로불린) GC5131(혈장분획치료제)에 대한 임상2상을 허가받은 후 9월 초 첫 환자에게 투여를 했다. 해당 임상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약물의 적정용량을 설정하는 내용으로, 영상학적 진단으로 확인된 폐렴 환자나 고령 및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녹십자는 임상시험과 별개로 이미 현장의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제품도 생산·공급하고 있다. 현행법상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하에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환자에게 쓸 수 있다.
면역조절제도 임상 2상에 들어갔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올해 5월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폐렴환자에서 EC-18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다기관,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2상 임상을 승인받은 데 이어 8월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EC-18 임상2상을 승인받고 진행 중이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사례도 많지만, 기존의 항바이러스제제를 약물재창출 연구를 통해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 부광약품은 중등증 코로나19환자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인 클레부딘(제품명 레보비르캡슐30mg)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2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았고, 5월 신풍제약은 말라리아치료제인 피라맥스정을 경증 또는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2상을 허가받았다. 이어 6월 종근당은 췌장염치료제 성분인 나파모스타트(종근당 제품명 CKD-314)에 대한 임상 2상을 허가받고 진행 중에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와 대웅제약은 만성 췌장염 및 수술 후 역류성 식도염의 치료제로 알려진 카모스타트 약물재창출 연구를 시행 중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코로나19 환자에서의 CG-CAM20(카모스타트)치료의 유효성·안전성 임상2상을, 대웅제약은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DWJ1248(카모스타트)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2상임상을 진행 중인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다른 치료제로 활용하는 항바이러스제제이기 때문에 2상만 완료되면 사실상 조건부로 상용화가 가능하다. 다만 임상환자 모집이 관건"이라며 "우리 임상을 비롯 대부분 치료제가 위·중증을 대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90% 가까이 경증환자가 나오는 국내 상황에서 임상대상자를 모집하는 데 한계가 크다. 해외 임상 등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고려해 정부도 국산 코로나치료제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임상 단계별로 1상은 10~20억 정도, 2상은 40억원, 3상은 70억원 정도 지원하기로 했으며,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셀트리온을 지원 대상으로 확정했다. 또한 ▲혈장치료제 임상2상에 들어간 녹십자, 약물재창출 연구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풍제약과 ▲대웅제약 등은 조건부로 선정됐다.
한편 코로나19 치료제와 달리 백신 개발은 한참 뒤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제백신연구소가 INO-4800 백신의 안전성, 내약성 및 면역원성을 평가하는 제1/2a 임상시험을 허가받았고, 제넥신도 DNA 백신인 GX-19의 안전성, 내약성 및 면역원성을 평가하는 제1/2a 임상시험을 허가받은 후 환자를 모집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아직 1/2a 단계에 머물러 있어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서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신 개발 역시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제넥신은 연구지원 대상에 선정돼 임상 단계에 따른 연구비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국내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동시에 해외 제품의 긴급 수입까지 투트랙으로 움직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해 허가전담심사팀을 구성했으며, 비임상 시험자료에 대한 사전검토를 진행 중이다. 허가전담심사팀은 허가신청이 예상되는 제품에 대해 신청 예정일로부터 90일 전에 구성하고, 사전심사를 진행하는 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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