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중환자 부모에게 진실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부모들이 진실을 듣는 것은 매우 힘겨워하지만 진실을 전달해야 한다. 의료진은 모든 상황에서 부모의 요구에 민감해야 한다. 어떤 부모들은 암울한 결과에 대한 직설적인 소식을 들을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의료진은 부모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부모가 합리적인 예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명의료 중단과 유보는 다른 것일까. 대부분의 서구 윤리학자들은 두 가지가 도덕적으로 같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문화적, 감정적으로는 치료중단과 치료유보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환자 가족들과 면담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면 환자와 가족들의 문화와 감정적 믿음 체계를 이해해야만 한다. 의료진들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개인적 편견을 부적절하게 심어주지 않도록 치료중단에 대한 자신의 감정적 반응을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 의료진이 적절한 영적, 종교적, 문화적 지지자들이 함께 의사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접근법이다.”
“중환자실에서 연구를 위해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동의와 허가를 얻는 일은 쉽지 않다. 연구 참여에 앞서 가능하다면 환자 본인에게서 직접 동의를 받아야 한다. 환자에게 결정 능력이 부족하다면 적절한 대리인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며 환자가 결정능력을 다시 얻는다면 환자 동의를 구하고 참여 혹은 거부 결정을 존중해 이전의 동의를 대체해야 한다.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동의 과정이란 솔직한 대화 과정이 필요하며 잠재적인 연구 참여자에게 충분한 정보와 시간, 합리적인 선택에 필요한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대한중환자의학회, ‘중환자실 의료윤리’ 중에서)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환자실 의료윤리(의료인이 알아야 할 중환자실 윤리 딜레마)'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중환자의학회 윤리법제위원회의 위원(임춘학 라세희 문재영 박소영 조항주)들이 미국 중환자의학회에서 출판한 ‘Critical Care Ethics’를 번역한 것이다.
중환자의학회 홍성진 회장은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치료할 때 치료를 할 때 뿐만 아니라 의료윤리에 대해 배울 기회가 부족했다. 미국의 사례를 토대로 사례별로 생각해볼 문제를 다룬 이 책이 의료인은 물론 생명윤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윤리, 보라매병원 사건부터 연명의료결정법까지
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1974년 미국 국회 도서관은 ‘Bioethics’를 주제어로 공식 채택했다. 생명윤리는 현대의학과 생명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생명에 대해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들에 관한 윤리적 탐구를 연구하는 분야로 지칭됐다.
1979년 ‘생명의료윤리의 원리들’(칠드레스 저)이라는 책을 통해 생명윤리의 4가지 일반원리(자율성 존중의 원리, 해악금지의 원리, 선행의 원리, 정의의 원리)가 소개됐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생명의료윤리와 관련하여서 학회 및 개인차원에서 의료윤리의 역사뿐 아니라 대표적 임상사례와 법 적용 등에 관한 많은 저서 및 번역서가 출간됐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도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2009년 세브란스병원 김할머니 사건 등 의료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윤리적 문제에 관한 사례들이 발생했다. 의료진과 일반 대중들이 의료윤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홍성진 회장은 "의학이 발전하기 이전에는 질병이 악화하면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이 말기, 임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치료 약제 및 새로운 기기들의 발명으로 합병증을 줄이고 생존율이 높아지는 상황이 됐고 적극적인 치료가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회장은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데 이어 환자의 ‘자기 결정’에 따라서 무의미한 연명의료중단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의료 윤리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나 합의가 부족하며, 앞으로 더 발전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했다.
중환자실에서 경험하는 윤리적 쟁점 질문 형식으로 제시
'중환자실 의료윤리' 책은 여러 윤리 원칙 및 미국의 판례들과 함께 중환자실에서 경험하는 윤리 쟁점들을 질문 형식으로 제시하면서 풀이했다. 국내의 주요 사례들을 추가해 함께 실었고 국내 실정과 다른 부분은 주석으로 달았다.
저자로 참여한 중환자의학회 임춘학 윤리이사는 “연명의료, 안락사부터 종교적인 치료거부나 보완의학, 대체치료를 요구하는 환자 등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제가 다양하게 실려 있다. 의료진과 가족사이의 갈등, 가치관의 차이 및 도덕적 고뇌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임 윤리이사는 “의학, 법학, 윤리학이 주 내용인 서적이라 언어나 개념 등이 어렵게 느낄 수 있으나 이해하기 쉽도록 사례 위주로 서술했다. 미국의 사법체계를 기준으로 쓰인 서적이라 우리나라의 법체계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사례는 주석을 통해 소개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인 뿐아니라 생명윤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한 번쯤 읽어 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중환자의학회 홍석경 총무이사는 “중환자진료 현장에서 이 책에서 제시한 질문들과 비슷한 상황들에 부딪힐 때 윤리 판단에 있어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의료인들이 이 책을 통해 윤리적으로 생각하는 기회를 얻고 스스로 훈련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책에 대한 문의는 대한중환자의학회 사무국(02-2077-1532~33)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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