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30 06:50최종 업데이트 23.05.3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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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마이데이터, 환자 안전에 무조건 긍정적?…잘 쓰면 '약', 모르고 쓰면 '독'

환자의 건강이해능력, 정보격차, 인포데믹 등 장벽 있어…"해소 위한 연구 필요"

5월 26일 대한환자안전학회 제16차 정기학술대회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렸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다양한 디지털 헬스기술의 발달로 환자들이 자신의 의료정보를 손에 쥐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과연 환자 안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정부 주도의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인 마이 헬스웨이(My Healthway)는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생성한 개인의료정보는 물론 자신의 만든 생체 정보등을 한데 묶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모르고 쓰면 환자안전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6일 서울아산병원 연구원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환자안전학회 제16차 정기학술대회에서 '환자안전과 디지털헬스'를 주제로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의료정보기술로 정보 과잉…의료진 '번아웃' 가능성, 건강 문해력에 따라 환자에 효과 달라져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이유라 연구부교수는 정부의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의 핵심은 데이터의 주체가 의료기관에서 환자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강조하며, 임상 정보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환자에게 무조건 안전하지만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부교수는 "오히려 과도한 의료정보기술 발달이 의료인의 소진, 번아웃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도한 정보를 통합해 진료에 활용해야 하다 보니 의료인의 피로도가 쌓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 측면에서도 정보량 증가가 좋은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건강 문해력(건강정보를 얻거나 이해하는 능력)이 낮은 상태에서 환자의 임상정보 접근성 향상이 올바른 건강 의사 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환자에게 적절한 해석과 구체적인 대응 방법 없이 접근성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임상 현장 의료인의 해석 및 설명해야 할 정보 양 증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인 '마이헬스웨이'를 통해 의료기관에서 생성한 개인 의료정보는 물론 환자가 생성한 의료정보들을 환자가 손쉽게 접근하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이 부교수는 "의료 마이데이터가 환자안전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비용 절감 및 건강증진 등의 효과를 거두려면, 건강 문해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의료정보기술에 따라 환자 교육이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연구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국내 환경에 맞는 건강 문해력 평가 및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의료정보기술, 환자안전에 긍정적 영향 미치려면…도전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연구해야
이재호 대한환자안전학회 회장

이재호 환자안전학회장(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역시 의료정보기술이 환자안전을 향상시킨다는 명제에 느낌표를 찍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회장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의하면 1차 의료 전자의무기록 도입률이 2012년 평균 70%에서 2021년 평균 93%로 증가했다"며 "16개국은 환자가 직접 개인건강기록을 접근할 수 있고, 11개국에서는 대부분의 환자가 자신의 기록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7개 국가는 이미 환자 포털을 이용해 환자경험 및 결과조사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전자의무기록(EMR)시스템은 물론 처방전달 시스템(OCS),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등의 도입률은 병원급 이상에서 85% 이상을 상회한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진료의뢰 및 회송시스템, 진료정보교류시스템은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호 회장은 "디지털 헬스는 기존의 환자안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그 결과를 과거와 비교함으로써 평가할 수 있는데, 의료정보기술은 환자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정보기술이 환자안전 문제를 개선했는 지를 평가하려고 할 때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는 EHR(전자건강기록)의 도입과 환자안전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혼합된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마다 다르고, 의미 있다는 연구와 의미가 없다는 연구가 섞여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는 투약 및 처방 오류 및 위해 사건 발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CDSS 권고사항이 너무 많이 표시돼 의료진이 중요도에 관계없이 경고를 무시하는 현상, 컴퓨터 사용 능력에 대한 의존성 등의 잠재적 위해가 있었다.

이에 이 회장은 "디지털 헬스가 환자안전에 영향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디지털 건강이해능력, 정보격차, 참여와 순응도, 인포데믹의 문제, 개인정보 보호 및 보완 등의 도전적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환자안전 진료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국내는 전자의무기록 인증제를 도입해 의료정보기술이 환자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평가하고 있지만, 인증제의 환자안전 항목 11개중 단 3개만이 필수항목으로 디지털 헬스와 환자안전의 연관관계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전자의무기록 인증제도에서 환자안전 항목에 대한 강화 등 개선이 이뤄져야 실제 전자의무기록 인증을 통해서 환자안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회장은 의료정보기술과 디지털헬스기술이 환자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의 문제는 그 제도의 적용환경, 사용자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아 단언하기 힘들다고 바라봤다.

그는 "디지털 헬스의 효과를 방해하는 요인과 장벽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해법을 찾고, 디지털 헬스 용관련 오류와 위해를 측정함으로써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내 도입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제, 마이 헬스웨이 등의 정책에서 환자안전단체의 참여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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