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서 억울한 일
(1) 동네의원이다 보니 부부가 모두 환자로 다니는 경우도 흔하다. 일부러 따로 와서는 이런 저런 부탁을 하기도 한다. 부인이 가장 흔히 하는 부탁 가운데 하나는 남편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시니 원장님이 겁을 줘서라도 끊거나 줄이게 해 달라는 말이다. 사실 술 많이 마시는 사람은 우리 상상을 초월한다. 매일 소주 한두병씩 마신다는 사람도 흔하다. 급기야 오늘은 매일 소주 3병씩 마신다는 분도 봤다. 어떤 분은 매일 맥주를 2000cc씩 마신다고 하고, 반주로 막걸리를 매일 한통씩 마신다는 분도 있다. 그런데 억울한 점은 이런 말을 들을 때다. "우리집 아저씨가 집에 와서는 검사결과가 정상이라고 '원장님이 술 마셔도 된다'고 했다면서 계속 마신다. 그러시면 되느냐? 좀 말려달라." 오늘도 두 번 들었다. 그런데 문제 음주자들은 흔히 술을 마시기 위해 그런 거짓말을 한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2) 어떤 건장한 청년이 환자로 왔다. 초진이다. 왜 왔느냐고 물으니 아프다는 얘기 2016.10.24
노인 수술 수가 가산 필요하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건강보험 정책 중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3대 비급여 제도 개선 등이었다. 이런 정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당장의 가시적인 혜택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근래에는 당장 시급한 국가적 문제점 중의 하나인 출산율 저하에 대한 대책으로서 출산 및 신생아, 영유아 의료비에 대한 지원과 관련 의료수가에 대한 정책적 배려 등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장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든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노인 의료비 상승도 매우 가파르다. 정부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노인 의료비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고 대책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노인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는 없을 것 같고, 재원 마련 및 효율적 지출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단순 노인 인구의 증가 못지않게 의학의 발전과 사회적 환경 2016.10.19
강제지정제는 불공정 계약이다
아버지께서 왜 흉부 X-ray가 증명사진 가격보다 싸냐고 물어셨다. 그래서 빵집 주인이 빵 가격을 정하지 못하고, 빵 사가는 손님이 정해서 그렇다고 설명드렸다. 대한민국 수준으로는 빵 사가는 사람이 가격을 정하면 절대로 제 가격을 주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 빵 사가는 사람이 가격을 정하면 빵집 주인은 가격이 맞지 않으면 빵을 팔지 않을 권리를 줘야 한다. 그래야 공정하다. 그런데 대한민국 의사는 그 권리가 없다 밴쿠버는 맹장 수술비가 1500만원이라고 한다. 뉴욕은 3000만원. 그런데 한국은 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뉴욕에서 3000만원 짜리가 한국에서 100만원 하는 게 의료비 말고 또 있을까? 건강보험에 관한 사항을 결정할 때 의료 공급자와 가입자를 50 대 50으로 해야 하는데 현재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2 대 2명의 구조이다 이 같은 건정심 구성은 공급자단체의 의견이 다수결로 인해 부당하게 침해 당할 수 있고, 대다수 안건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수 밖에 2016.10.17
세상에 공짜는 없다!
흉부외과, 간호사가 '메스' 잡을 판…"힘들고 위험" 기피 종합병원 23곳, 전공의 없이 폐암수술…외국은 지원자 줄 서 있다 이런 기사를 보았다. 흉부외과는 힘들어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 더 힘든 과도 전공의들이 많이 지원한다. 사실 성형외과는 수련이 편한 과가 아니다. 문제는 흉부외과의 미래가 없다는 것입니다. 수련 받고 밖에 나오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누가 지원하겠는가? 이런 현실의 문제에는 눈감고 수련의에게 보조금 몇 푼 더 줘 해결하려는 자들만 있으면 이 문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다. 전공의(레지던트) )를 값싼 인력쯤으로 여기고, 그들의 노동력으로 저렴하게 병원을 유지하고 수익을 올리려는 경영자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전공의보다는 남아도는 전문의를 정당한 임금을 주고 채용해야 한다. 그리고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배우고 공부하는 입장에서 일을 하게 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저수가 의료정책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병원 입장에는 수지를 맞추기 힘들어 2016.10.10
무료 독감접종,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노인 독감 접종사업을 얼마나 고심하며 준비했는지 보지 않으니 속단할 순 없지만 사업에 참여한 의사 입장에서 보면 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수혜 노인과 사업 참여 의료기관에 대한 배려 없이 행정 중심의 일방적인 사업이란 생각이다. 노인들에게 공짜로 접종해주며 의료기관에는 과외 수입을 안겨주니 양자 모두에 혜택을 주는 사업이라고 생각해 그런지 모르지만 지난해 시행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우선 환자 입장에서 보자. 환자들은 시행 첫날 집중적으로 몰려드는데, 그 이유는 접종백신이 부족해 자칫 자신이 혜택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작년에 드러난 문제로, 사업 이후 평가의 일환으로 수혜 노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면 바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아무런 보완 조치없이 노인과 의료기관이 알아서 접종하라는 식이 반복되고 있다. 접종백신을 충분히 확보했으니 10월말까지 2016.10.07
림프모구성백혈병 완치를 향한 태동
호주 사막 지역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젊은 남성은 20대 후반에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을 진단받아, 전통적인 세포독성항암제 치료를 통해 관해가 됐다. 이 환자는 재발의 위험이 있어, 여동생으로부터 이식(allo-HSCT)까지 받아 6년 간 관해가 유지됐지만, 어느 날 재발했다. 운 좋게도 그 즈음 재발‧불응성 ALL 치료제 '블린사이토'의 임상연구(임상명 TOWER)가 시작돼, '블린사이토'로 치료받았더니 1주기(cycle), 즉 4주 안에 종양이 모두 사라졌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종양 사이즈가 점점 줄어들더니 치료 1주기 CT 촬영에서는 이미 종양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후에도 TOWER 임상연구의 일환으로 유지요법을 시행, 완전관해에 도달했고 현재 백혈병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방한한 호주 피터맥캘럼 암센터 데이비드 리치 교수(전 호주·뉴질랜드 혈액학회장)는 국내 의사 대상 심포지엄 및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블린사이토' 임상 경험을 소개했다. '블린사이토(성분명 블리나투모맙 2016.10.04
건보에서 현대의학-한방 분리하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게 규제라고? 그걸 해결하는 게 규제 철폐에 들어간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무식한 이야기이다. 규제와 면허를 구별하지 못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운전면허가 없는 자에게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게 불합리한 규제인가? 의사면허제도는 의사들을 잘 먹고 잘 살라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 본래 취지는 환자의 안전이다. 의학을 제대로 배우고, 시험에 통과한 자에게만 환자 진료를 허용해 환자가 올바르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한의사는 한방으로 진료하고, 수의사는 동물을 진료하고, 의사는 현대의학으로 진료하라고 면허제도가 있는 것이다 의학과 한의학은 전혀 다르고, 환자를 본다는 점에서만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전혀 면허범위가 다른데도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운전면허 없이 말 타고, 마차 끌던 경력자를 버스 기사로 채용하는 꼴이다. 다 같은 선생인데 영어 선생이 수학도 가르치고, 물리 선생이 2016.10.04
부끄러운 선배 의사들, 그리고 PA
2015년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전국 국립대병원 13곳에서 총 632명의 무면허 보조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료과별로는 외과, 내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보고된 인력은 주로 간호사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는 접근이 가능한 국가 대형병원 일부만을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활동하고 있는 PA는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직종도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 측이나 일부 전문의들이 이러한 진료보조인력을 선호하는 것은 이제 막 수련을 시작한 '초짜' 전공의보다 진료 및 수술 현장에 익숙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번 투자하면 가르치고 노력해야 할 수고스러움이 없으며, 다른 의사를 고용하는 것보다 인건비 역시 저렴하기 때문에 유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일부 전공의들조차도 당장 본인들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압박 속에 진료보조인력에 기댈 수 밖에 없는 2016.09.29
의사는 '단순기술자'가 아니다
의사협회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려는 '전문가평가제'는 지난 3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면허관리제도 개선방안에 따른 후속조치로 보인다.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의료인들의 자율규제 권한을 강화, 의료인 스스로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평가제 도입의 직접적 발단은 최근 비위생적인 주사기 사용에 따른 반복적인 C형 간염 집단발병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면 이해도 된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의사단체의 자율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규제, 중복처벌, 마녀사냥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취지는 좋아 보이지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윤리적 의료행위는 의사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그러나 의료인들이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비도덕적 의료행위가 만연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부분적 인과관계에 함몰된 시각이다. 총체적 맥락에서 근본적인 인과관계를 무시한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제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점 2016.09.27
의사협회의 변화를 기대하며
ⓒ메디게이트뉴스 의사협회는 우리나라에서 설립된 지 가장 오래되었고 회원 규모도 가장 큰 사단법인이다. 의료 분야가 사회 근간이며 의료를 행하는 의사는 다른 인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에 의사협회의 사회 영향력은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실재 의사협회의 모습은 완전 딴판이다. 정부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고 한의과와 치과 등 다른 분야에서 고유 영역을 침범해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단법인인 의사협회가 왜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일까? 오늘 칼럼에서 의사협회의 모습을 조명해보기로 한다. 의사협회의 위상이 지금처럼 실추된 배경에는 의사협회와 정부의 관계가 좋지 못한 점이 작용했다. 단일 공보험으로 운영되는 의료제도에 관리자인 정부와 공급자인 의사는 갈등할 소지가 많다. 경제지표에 비견할 수 없이 낮은 의료수가를 책정한 것도 의정관계를 악화시켰다. 의사들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지만 정부로부터 진료비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 공권력에 눌리면서도 마지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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