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지난달 27일 임시대의원총회(임총)에서 최대집 회장·집행부 불신임안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모두 부결된 이후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사 회원들의 민의와 동떨어진 결정을 한 의협 대의원회가 의정합의 이후 파생된 의료계 혼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임총의 편파적 진행과 비대위 표결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남대의원 5명이 사퇴한데 이어 오는 10월 25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안건 재상정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고정대의원 수를 조정해 직선제 대의원을 늘려야 한다는 정관 개정안이 등장했다.
임총 불공정 임총 진행, 혼란 수습책으로 비대위 안건 재상정 주문
11일 최상림 경남대의원(경남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임총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안건 당시 투표와 개표상의 부정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자료 보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 대의원은 대의원회 운영위에 책임을 물어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임총 수습책으로 비대위 안건 재상정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의원은 임총 당시 비대위 구성 안건에서 기명 투표를 제안했고 대의원들이 동의해 기명투표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대의원들이 이미 투표를 마친 상태로 귀가함에 따라 일부 무기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무기명 투표와 기명투표를 합산하게 됐다. 전체 대의원 174명이 투표를 했으며 찬성 87표, 반대 87표로 과반수를 넘어야 하는 비대위 구성안은 부결됐다.
최 대의원은 “대의원회 운영위는 총회 준비를 철저히 해 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해야 하고 회의를 주관하는 의장은 공정해야 한다”라며 “정관과 대의원회 운영규정을 준수하고 상식과 일반적인 회의 준칙에 벗어나지 않게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최 대의원은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임총이 5개방으로 나눠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 개최되는 것인 만큼 대의원회 운영위는 더욱 철저히 점검했어야 한다. 각 방으로 나눠져 있음으로 인한 충분히 예견되는 실시간 소통의 장애를 없게 했어야 했으나 준비를 소홀히 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비대위 표결 방식에서 기명과 무기명을 혼합한 것은 상식 밖의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장은 “분명히 표결 결과 선포 전 이의를 제기한 대의원이 있었다. 무기명 투표 후에 이탈한 대의원의 표결은 완성되지 못한 것이었다. 의사진행 발언으로 제안한 기명 투표 방식으로 결정됐을 때 그 이전에 있었던 무기명 투표는 즉시 무효화됐다고 판단하는 것이 일반 회의상식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최 대의원은 “의장 직무대행은 기명 투표로 전환됐을 당시 재석 대의원을 확인해 의결 정족수가 되지 못했다면 당연히 의안 상정 조건이 불충분해 의안 자동 폐기를 선언하거나, 정족수가 충족된 것을 확인한 후 기명 투표를 했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의원회 운영위는 의결 결과 공포 상황도 이의를 제기하는 대의원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의결 결과를 선포해 대의원회 운영규정을 위반했다. 이에 대해 잘못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총을 발의했던 주신구 제주대의원(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은 대의원회 운영위의 미숙한 진행으로 아예 정기총회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공정하지 못한 진행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주 대의원은 “임총에서 이철호 대의원회 의장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참해 주승행 부의장이 대신 진행했는데, 이철호 의장 불참에 대한 해명이 없다“라며 ”의장 본인 해명도 안된 상태에서 불참한 대의원들의 사유를 밝히라는 것은 솔선수범하지도, 공명정대하지도 못하다“고 밝혔다.
주 대의원은 “임총 당시 의장대행 주승행 부의장은 운영 과정의 불합리로 공소까지 당했는데 이에 대한 해명이 없다”고 했다. 이어 “임총 비대위 안건 표결 과정에서 이의제기가 있음에도 운영규정을 어겨가면서 표결결과를 공표해 비민주적인 만행을 저질렀다”라며 “여러 대의원들의 진상규명 요청공문은 무시한 채 결과 공고 공문을 지부 등에 내려 불법적 의결결과를 공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의원회 운영위는 임총 당시 비민주적인 총회 운영과 정관에 보장된 회원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폭압적 운영을 했다. 이에 항의하는 지역대의원들의 사퇴까지 있었음에도 해명을 하기는커녕 무시로 일관해 대의원들의 양심과 권리를 짓밟고 있다”고 했다.
고정대의원 수 절반으로 줄이고 직선제 대의원 늘리는 정관 개정안도 등장
전일문 충남대의원은 긴급 발의안을 통해 고정 대의원수를 줄이는 정관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관 개정안은 20명 이상 대의원들의 동의를 받으면 발의가 성사될 수 있으며 정기총회에서 과반 이상 대의원들의 찬성이 있으면 정식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다.
전 대의원은 "최대집 회장과 임원 불신임안, 비대위 구성안이 모두 부결되고 일련의 의료 사태에 대해 대의원회도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대의원회 임원의 구조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 회원들의 민의와 동떨어진 결정을 대의원회가 내렸다. 대의원회 구조 자체가 민의 반영이 어렵게 반영돼있다. 될 수 있으면 직선제로 선출된 비례대의원의 수를 늘리고 고정대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관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시도지부 고정대의원은 각 2명에서 1명으로, 의학회 고정대의원은 대의원 정수의 100분의 20명에서 100분의 10명으로, 의협 산하단체인 직역협의회 고정대의원은 대의원 정수의 100분의 10명에서 대의원 정수의 100분의 8명으로, 군진지부 고정대의원은 5명에서 4명으로 줄이자는 내용이다. 특히 시도의사회장단이 고정대의원으로 들어가 있는데 이들은 사실상 의협 집행부로 봐야 하며 시도의사회에 직선제 대의원 3명씩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 대의원은 “고정대의원은 국회의 비례대표와 유사한 인원인데, 국회에서는 전체의 15.6%를 차지하고 있지만 의협 고정대의원은 대의원 정원 250명 중 112명(44.8%)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현재 대의원 구성은 국회 비례대표 비율이나 기타 다른단체 예를 보더라도 불합리해 민의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라고 비판했다.
전 대의원은 “고정대의원을 현재의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한다. 발의안에 따라 대의원 인원을 조정하면 250명중에 65명으로 28%를 차지한다”라며 “이에 따라 미래 의협을 책임질 전공의 대의원 수를 상대적으로 유지하고 직선제 대의원을 늘려 회원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라고 했다.
다만 정관 개정안 발의는 할 수 있으나 통과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관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참석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고정대의원 112명이 개정안에 대해 찬성할지가 관건이다. 전 대의원은 "고정대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는 만큼 통과가 쉽지만은 않다"라며 "다만 적어도 대의원회가 이런 사태에서 정관 개정안을 통과한다면 개혁의 첫걸음을 시작했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의원회 인적 구조개선을 회원들의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대표들로 구성해야 한다"라며 "의협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데 민주적으로 결정되고 회원을 대표하는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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