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반년 이상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2학기에도 돌아올 생각이 없음을 밝히며 유일한 대화의 전제 조건은 의대정원 증원 전면 백지화라고 재차 밝혔다.
26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교육부는 이미 붕괴해버린 의학교육현장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의대협은 "2024년 2월,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하며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한국 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직 증원만을 위한 증원이었다"며 "현 정부에서 내놓은 증원 정책의 이면에는 각종 졸속 행정과 근거 없는 정책 결정이 있었음이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기존의 65%에 달하는 증원의 결정과 그 배분의 근거는 무엇보다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한 자료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신뢰의 바탕이 되는 것인데, 교육부는 증원과 배정 자료를 공개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 이유조차 계속해서 바꿔가며 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화하자고 하는 것은 의과대학 학생만이 아닌 국민 전체를 기만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의대협은 "가르칠 사람도 건물도 돈도 준비 안 된 정책, 걸음마도 시작 못할 증원이다. 교육부는 2025 학년도 신입생의 학습권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2025 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는 애초부터 '학습권 보장'이라는 목적에 모순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학생들이 정상적인 의학 교육을 받고 수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원과 교원, 시설과 체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기존보다 2000명의 학생들을 추가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시작에만 자그마치 6.5조원에 달 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추정되나, 교육부는 예산 규모는 확정적이지 않다며 책임 회피만 계속하고 있다. 8월까지 의과대학 교수진을 증원하겠다는 계획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오히려 각지의 의대 교수들이 연이어 사직한다는 소식이 파다하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교육부는 신입생은커녕 정작 재학생의 학습권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의대생과 의과대학 을 설득하겠다며 7월에 발표한 '의과대학 선진화 가이드라인'은 오히려 한국 의학 교육체계를 후퇴시키는 '후진화 방안'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기존의 의과대학 학생들은 매일 9시부터 5시까지 공강 없이 수업을 들으면서도 1~2월 개강, 8월 개강을 하며 교육과정을 따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선진화 가이드라인은 말이 안되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의대협은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사 일정 자체가 망가졌는데, 어떻게 수업을 듣고자 복귀하며 무엇을 위해 등록금을 납부하겠나"라며 "교육부는 더 이상 2024년 의과대학 학사 파행을 복구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의학 교육을 후퇴시키는 7월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료개혁은 근본부터 잘못된 의료개악입니다. 실사도 없고 근거도 없이 결정된 2000명 증원과 배정 등의 절차적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이 점 책은 절차 이전의 근원부터 잘못되었다"며 "의학 교육 현장 역시 붕괴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만 소모될 뿐 누구도 해결을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이 시국에 감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협회는 교육부를 향해 "이 모든 의료개악을 두고 의대생의 복귀 만을 부르짖는다고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하시고, 지난 3월에 내놓은 요구안은 대화의 유일한 전제조건이었음을 이 자리를 통해 다시 밝힌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의대협은 지난 3월▲전국 40개 대학 본부의 의대생 의견 수렴 자리 마련 ▲교육부의 학생대표 개인정모 무단 수집, 학생 동향 파악 등 강압적 행위 중단 ▲학생 휴학 권리 침해 조치 철회 ▲실습 환경 개선에 대한 구체적 방안 제시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및 재논의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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