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11.26 06:06최종 업데이트 19.11.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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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FDA 자문위원회의 바세파 적응증 확대 회의 의미는

[칼럼] 조양래 생물학 박사

초고지혈증 치료약 고순도-오메가-3-지방산 바세파의 적응증 확대 임박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풍부해진 식단과 운동부족 때문에 현대화된 사회에 사는 성인들에게 고지혈증이 널리 퍼졌다. 미국에 있는 작은 회사 '아마린(Amarin)'은 해양물고기에서 추출한 오메가-3-지방산을 초고지혈증 치료제로 개발해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으며, 8년의 추가 임상시험 끝에 2019년 11월 14일 FDA로부터 적응증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확인했다.

초기 2009년 임상시험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여정이 롤러코스터같은 드라마였으며, 앞으로 시장개척 과정도 역전의 드라마를 펼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심장질환치료의 총아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되므로 세부적인 사실들을 분석해 봤다. 

고지혈증이란 혈중 콜레스테롤 또는 중성지방(triglycerides)의 농도가 증가한 상태이며 그 자체로는 증상이 없으며 질병이 아닌데 아이러니하게도 '침묵의 병'이라 알려졌다.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마비와 같은 심혈관계 질환 및 뇌졸증과 같은 무서운 질병의 원인이므로 혈중 지질의 농도를 적정수준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

중성지방은 콜레스테롤과 함께 우리 몸에 있는 지질의 주요 성분이며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지만 현대사회에서 고지혈증의 원인이 됐다. 콜레스테롤은 좋은 고밀도-콜레스테롤과 나쁜 저밀도-콜레스테롤로 나누며 일반인들도 문제점과 치료방법에 대해 많이 알고있다. 그에 비해 중성지방에 대한 위험성과 치료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일반인들 사이에 상대적으로 낮다. 또,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중성지방이 어떤 기전으로 심장질환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역할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분류 방법에 따라 분류된 고지혈증을 살펴보면 유형들마다 높은 중성지방의 농도가 문제의 중심에 있다(맨아래 Box 참조).

중성지방이 원인인 고지혈증을 개선하는 방법은 콜레스테롤 때문에 발생하는 고지혈증 개선 방법과 유사하다. 중성지방의 혈중농도가 높으면 생활 습관과 식생활 습관을 변화시켜 상태를 개선 하도록 추천한다. 체중감량과 적당한 운동이 좋으며, 과당 섭취를 줄이고 음식에서 지방섭취를 감소시킨다. 해양 조류, 밤이나 호두같은 견과류, 해바라기씨나 호박씨와 같은 식물의 씨앗, 오메가-3-지방산 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생활 변화로 중성지방 양이 변하지 않으면 약을 처방하는데 오메가-3-카르복실산이 주성분인 에파노바(Epanova)를 사용하거나, 심혈관 질환이 염려될 때는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돼 있지만 스타틴(statin)을 사용한다. 

아마린은 오메가-3-지방산이 많은 음식이 중성지방의 농도를 낮추고 심장질환 예방효과가 있는 사실에 착안해, 물고기 오일에 풍부한 오메가-3-지방산을 96% 수준으로 정제한 불포화 지방산인 바세파(Vascepa, 성분명 icosapent)를 신약 후보물질로 개발해 2009~2011년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임상시험의 대상은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500~2000mg/dL로 매우 높은 사람들이었다. 참고로 135mg/dL을 정상으로 본다. 매일 4g씩(1일 2회 2g) 12주 복용하면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의 양은 증가하지 않으면서 위약을 복용한 집단에 비해 혈중 중성지방이 33% 감소했다. 좋은 콜레스테롤을 제외한 총 콜레스테롤 양도 위약을 복용한 그룹에 비하여 18% 감소했다.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 중에 하나인 VLDL 양은 위약을 복용한 집단에 비해 29% 감소했다.

이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은 바세파를 복용한 사람들 76명과 위약인 글리세린을 복용한 75명을 합해 총 151명이었다. 임상시험결과를 바탕으로 나쁜 콜레스롤의 양을 높이지 않으면서 중성지방농도가 매우 높은 환자들의 혈중 중성지방의 농도를 낮추는 약으로 2012년 FDA로부터 허가를 획득했다.
 

오메가-3-지방산인 바세파를 신약으로 허가한 2012년 당시에는 처방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다. 첫째, 혈액 내 중성지방의 농도가 500~2000mg/dL로 매우 높은 환자들에게만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둘째, 이 약의 효능으로 예상되는 췌장염의 위험이나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줄인다는 암시를 하지못하도록 세부적인 문구를 첨가했다. 구체적으로 '췌장염(pancreatis)의 위험성에 대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문구와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mortality)이나 이환율(morbidity)을 떨어뜨리는 치료효과를 확인하지 않았다’라는 문구였다.

또, '바세파를 복용하려면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고 신체활동을 계속해야 하며 약을 복용하는 도중에도 이런 활동은 계속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약에 의한 부작용이 거의 없었으며 고지혈증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었지만 이런 제약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내에서 처방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400만명 정도로 한정됐다. 

앞에서 언급한 제약조건들을 수정하기위해 아마린은 2011년 1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8년간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총 1만 9212명의 환자들을 모집해 임상시험에 적합한 환자 8179명을 11개국에서 선별해 평균 4.9년간씩 8160명 환자들을 추적 조사했다.

환자들의 혈중 중성지방 농도는 200~500mg/dL인 고위험군과 135~200mg/dL인 저위험군 이었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심장마비, 동맥혈관재생, 협심증에 의한 입원감소 등을 1차평가지수로 설정했는데, 약은 모든 항목에 대하여 통계적으로 뚜렷한 효과를 나타냈다. 

당연히 2011년에 마쳤던 임상시험에서 보았던 바이오마커들은 모두 위약에 비해 바세파를 복용한 환자들에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표 2). 2011년 FDA에 제출했던 데이터처럼 중성지방의 농도를 낮췄으며 5년간 부작용이 거의 없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임상시험에서 1차 평가지수로 선정했던 심장질환과 관련된 모든 증상 및 관련 입원환자수가 현저하게 줄었다(Bhatt et al. 2019, NEJM 380: 11-22; Bhatt et al. 2019, Circulation). 정리하면, 고순도 오메가-3-지방산 바세파는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였다.
 

임상시험결과가 이렇게 완벽해 보였지만 2019년 11월 14일 FDA 자문위원회의가 소집됐다. 종종 적응증 확장을 위한 임상시험을 시행해 긍정적인 결과가 생산되면 자문위원회를 소집하지 않고 라벨을 수정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 이런 관행과 달리 자문위원회가 소집됐기 때문에 긴장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임상시험 단계와 초기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을 때부터 떠돌던 임상계획의 비합리성 및 이 약물의 효능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이 재등장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약물의 처방을 제한하는 라벨이 바뀌어 심혈관질환 치료제로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다. 임상시험 결과를 계획했던 대로 인정받는다면 처방으로 예상되는 미국에 있는 환자군이 현재 400만명에서 최고 8000만명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보였다. 이런 기대감이 실현되거나 무너질 수 있는 중대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문회의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개발사의 주식은 잠정적으로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중지되었다. 

이 회의가 소집되기 전 FDA는 REDUCE-IT 임상시험계획에 명기된 대로 중성지방질 농도가 200~500mg/dL인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45세 이상 고위험군 환자들(표 3)에게 치료 효능이 있다고 잠정적으로 인정했다. 문제는 저위험군 환자들에 대한 임상결과에 대한 해석에 주관사와 의견 차이를 보였다.

FDA입장에서 보면 대다수 저위험군 환자들이 임상시험계획에 명기된 내용과 달리 72% 환자들이 175mg/dL 이상의 혈중지방 농도를 보이며, 99%는 당뇨병환자 이며, 95%는 혈압치료제를 먹고있는 고혈압환자들 이었으므로 저위험군이 아니라 고위험군과 별 차이가 없다고 보았다. 이 안건이 자문위원회를 개최한 주요 이유로 판명됐다.
 

회의결과 위원 16명 중 10명은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에 속한 모든 환자들에게, 4명은 저위험군 환자를 제외한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만 사용을 허가하자고 제안했으며, 2명은 이러나 저러나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FDA는 자문위원회의 추천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존중하므로 이 추천에 따르면 적응증을 확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제 저위험군을 어느정도 포함시켜 줄 것인지, 혹은 조건없이 저위험군 환자들에게 이 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허가할 것인지가 지켜볼 안건으로 남았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거나 상관없이 대상 환자는 최소한 미국에서만 40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 약물이 처음 허가됐던 2012년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지극히 높은 환자들에게만 사용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제한했다. 그리고 적응증을 확정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끝난 다음에도 처음에 허가된 이상으로 환자들에게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허가 해줄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약효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총 1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2012년에 처음 허가했을 때보다 적응증을 이렇게 넓게 확장하도록 추천한 사실은 놀랍다. 이 소식은 미국 주요 뉴스방송에 심도 깊게 보도됐으며,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강대국과 약소국과의 전쟁에서 강대국이 승리하고 어른과 아이의 싸움에서 어른이 이기는 것은 거의 당연하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다윗 승리한 사실이 전설처럼 회자되는 이유는 불가능하게 보였던 어려운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오늘날 다국적 제약 회사와 작은 벤처 회사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한다면 거의 당연하게 다국적 제약 회사가 승리할 것이다. 그런데 시총 5000억원(US$ 500 million)도 안됐던 작은 회사가 다국적 제약 회사를 제치고 심혈관계질환 예방용 신약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적응증을 확대하는 임상시험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예상되는 매출은 연간 10조원 이상이며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주는 휴미라와 레미케이드보다 더 널리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FDA 승인을 받은 후 8년여 동안 마케팅 노력을 했으나 400만 대상환자들 중 15% 정도만 이 약을 사용하고 있다. 판매망이 없는 작은 회사에서 판매를 늘리기 위해 대규모 제약회사들과 제휴할지 독자적으로 시장을 개척할지 결정할 추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학적인 면에서 본다면 오메가-3-지방산은 중성지방의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그보다 심혈관질환을 낮추는 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심혈관질환도 염증질환의 일부로 본다는 연구자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바세파가 이 분야의 연구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메가-3-지방산의 효능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는데, 왜 아마린에서만 관심을 갖고 임상시험을 지원했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개인적인 생활로 돌아오면 연말에 몰려 있는 회식에 참여하더라도 술과 좋은 음식에 현혹되지 말고 친구들의 대화에 몰입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음식은 적당한 양 등이 푸른 바다 생선 위주로 먹을 수 있는 곳에서 만나면 좋겠다.
 
Box. 중성지방의 흡수와 체내에서의 변화 및 고지혈증에 미치는 영향

중성지방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중요한 자원이다. 중성지방 대부분은 지방조직에서 발견되는데, 일부는 에너지를 생산하기위한 원료로 사용되고 일부는 혈액 내에서 순환한다.

식사를 하고 난 다음 흡수된 에너지원 영양소들은 바로 사용되지 않을 경우 체내에서 지방으로 변환되는데 이과정에 혈액 중 중성지방의 농도가 증가한다. 중성지방은 만들어진 장소에 상관없이 초저밀도-지단백(very low density lipoprotin, VLDL) 형태로 혈액을 통해 운반된다.

① 중성지질은 소장에서 킬로마이크론 형태로 임파관으로 흡수된다. 킬로마이크론의 표면에 세가지 Apo 단백질들이 붙어 있으며 이들이 지방세포와 근육세포에서 지방분해효소를 활성화시켜 중성지방산을 분해해 유리지방산을 방출한다.

② 남은 마이크론은 간으로 운반돼 지방산과 콜레스테롤 등으로 분해됐다가 지방산과 탄수화물이 합해져 중성지방이 만들어 진다.

③ 간에서 중성지방은 다른 지질들 및 단백질들과 합해지고 초저밀도-지단백(VLDL)으로 만들어져 혈액내에 방출돼 초저밀도지단백 형태로 혈액에서 운반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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