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바른의료연구소는 5일 성명서를 통해 "선의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을 뿐인 의료인들이 구속되는 상황을 보면서 환자를 돌보는 모든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그간 열악한 환경에서도 환자를 살리겠다는 의료인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유지돼 온 대한민국 중환자 진료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4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교수 2명과 수간호사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연구소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국민의 생명보호가 최고의 책무인 정부에게로 비난의 화살이 향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의료진을 희생양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구속의 부당함으로 4가지를 꼽았다. 첫째, 구속영장 발부 사유 증거인멸은 납득할 수 없다 둘째, 의료진의 형사처벌은 의료인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다 셋째, 이 사건의 진정한 책임자는 열악하고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만든 정부다 넷째,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의료시스템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등이다.
①구속영장 발부 사유 증거인멸, 납득할 수 없다
연구소는 우선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증거인멸의 우려는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연구소는 "국내 병원들은 거의 대부분 전산의무기록 시스템을 운영한다. 전산시스템은 의무기록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면 그 흔적이 남게 된다"고 했다. 연구소는 "시스템을 운용하는 병원들은 의료분쟁 발생시 사후 수정이나 삭제를 하면 가중 처벌을 받기 때문에 의무기록을 변경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 사건에서 신고를 받은 경찰들이 중환자실에 바로 들이닥쳐 대부분의 증거를 압수했고, 의무 기록의 수정이나 삭제 시도는 없었다"라며 "처방, 간호, 투약 기록 등은 경찰이 확보하고 있고, 의료진이나 병원 측이 더 이상 인멸할 증거가 없었다"라고 했다.
②의료진의 형사처벌, 의료인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번에 구속된 의료진의 혐의는 감염과 위생관리 지도 감독 의무 위반에 의한 과실치사지만,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경찰은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의료진의 부주의로 시트로박터균에 감염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실증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라며 "단순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병원에는 원내 감염 환자들이 있고, 그 중 패혈증에 빠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이번 구속 사건은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해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촉발할 것"으로 우려했다.
③이 사건의 진정한 책임자, 열악하고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만든 정부다
연구소는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며, 진정한 책임은 정부기관에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국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의료기관이 환자를 열심히 진료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동일한 사안도 지역에 따라 삭감여부가 달라지는 등 정부의 심사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바이알제제 분할 투여 문제도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이유로 아주 오래 전부터 심평원이 장려해왔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는 병원 감염 관리규정을 수시로 교육하고 자료를 배포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의료기관 인증평가원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형식에 그치는 인증기준으로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한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이번 사건이 벌어지게 만든 근본 원인은 고치려 하지 않고, 의료진에게만 모든 책임을 덮어씌워 형사처벌로 끝내버려선 안 된다"라며 "이대로라면 앞으로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④이대목동병원 사건은 의료시스템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연구소는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 해결을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의료 기술의 발달과 의료진의 실력 향상으로 대한민국은 초저체중아도 살릴 수 있는 의료수준을 확보했다"라며 "이런 훌륭한 의료수준이 더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생아 중환자를 담당해야 할 의사와 간호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한국에서 의사와 간호사 1인당 돌봐야 하는 신생아 환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의 5배 이상이다. 하지만 OECD 선진국 보다 낮은 신생아 사망률을 기록했다"라며 "이는 자신의 개인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오로지 환자 진료에만 전념한 의료진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것이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 드러나면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라며 "대부분의 선진국은 각종 의료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수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에서는 유사 사건이 있을 때 해당 의료진을 처벌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선진국들의 대처와는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연구소를 비롯한 모든 의료 관련 종사자와 국민들은 이 사태를 해결해 나가는 정부, 검찰, 사법부의 모습을 지켜보겠다"라며 "정상적이면서도 상식적인 결정이 내려져서 국민들이 올바른 의료시스템 내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