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석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대선 열기는 여느 때와 달리 그렇게 뜨겁지는 않은 것 같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2019년 12월 발병한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확산됐고,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세계의 정치·경제·문화·사회에 미친 파급력은 말로 다 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코로나19는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국내에서 발병했을 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었지만 우리나라는 IT강국의 면모를 과시하면서 신속한 확진자 역학조사와 의료진의 희생, 선진 방역 정신을 보여준 국민들의 노력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성급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으로 전환한지 3주도 되지 않아 2000명 대를 유지하던 확진자 수는 4000명을 넘었고, 12월 7일 첫 7000명을 돌파했다. ‘K-방역’이라고 평가받았던 방역 체계는 작동하지 않았고 의료체계는 붕괴 직전에 놓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는 방역 전담 부처인 보건복지부라는 조직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는 업무 특성이 다른 ‘보건’과 ‘복지’ 업무를 함께 담당하고 있다. 복지부의 연혁을 살펴보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사회부’로 시작해 ‘보건부(1949년)’로 독립했다가 다시 ‘보건사회부(1955년)’로 통합됐다. 1994년 ‘보건복지부’,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 2010년부터 현재까지 ‘보건복지부’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정책을 모두 담당하는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의 정책 집행 상황을 보면 사회복지 분야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복지부의 예산과 인력 상황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복지부 예산은 82조 5269억 원으로 전년 72조 5148억 원 대비 10조 3055억 원(14.2%)이 증가했고, 전체 정부 예산 중 16.1%를 차지할 정도로 예산을 많이 사용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복지부 예산의 증가는 사회복지 예산의 증가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지부 예산에서 사회복지 예산 비중은 2012년 79.3%에서 2021년 84.6%로 증가한 반면, 보건의료 예산 비중은 2012년 20.7%에서 2021년 15.4%로 감소했다.
보건복지부 내 인력 현황에서도 사회복지 업무에 편중된 인력 배치 현상이 두드러진다. 사회복지 업무 관련 인원은 2010년 전체 인력 중 42.6%에서 2019년 44.0%로 증가한 반면, 보건의료 업무 관련 인원은 2010년 32.5%에서 2019년 32.3%로 감소했다. 총무인사 등이 포함된 경영관리 업무는 조직운영의 필수 인력임을 감안할 때 복지부 내 인력 중 절반 가까운 인력이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 내 사회복지와 보건의료 간 불균형적인 예산비중과 인력 배치는 보건의료 문제 발생 시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대응을 어렵게 할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관련 정책 예산의 축소와 보건의료행정 전문 인력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심지어 지금까지 복지부의 수장인 복지부 장관은 대부분 일반 행정가 출신이었다.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도 복지부 수장은 여전히 공무원 출신이다. 보건의료정책은 전문성이 확보된 조직에서 전문가의 지도하에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돼야 하는데, 비전문가가 수장이다 보니 보건의료정책은 사회복지정책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결국 이러한 보건복지부 내 조직 상황이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과 환경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질병 등에 효율적인 대응을 어렵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까? 해외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는 보건의료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보건의료 담당부처를 별도로 두고 있다. 즉, 보건부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인력으로 구성돼 있고, 많은 예산을 확보해 운영되고 있다. 38개 OECD 회원국 중 23개국인 60.5%(예: 뉴질랜드, 호주, 독일, 캐나다 등)가 보건부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 중에 코로나19 방역에 성공적인 국가로 꼽히는 뉴질랜드, 호주 등이 눈에 띈다.
이는 사회복지와 보건의료를 한 부처에서 병행하는 것보다 코로나19처럼 보건의료에 집중해 정책을 수행했을 때 정책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정책 특성이 다른 2가지 정책을 하나의 부처에서 수행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사회복지와 보건의료가 어떤 측면에서는 분명히 함께 고려돼야 할 부분도 있지만, 현재의 복지부 조직체계로는 달라질 미래 의료 환경과 국민의 보건의료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보건 업무를 복지부에서 분리해 보건부로 독립시키고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보건업무를 전담한다면, 코로나19가 해결되지 않은 현재와 다가올 알 수 없는 미래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감염병 하나가 한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경험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현재를 경험삼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미래에는 더 지독한 감염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감염병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질병이 언제든지 창궐할 수 있다. 상황에 닥쳐서 대처하면 늦다는 것을 우리는 배웠다. 대선이라는 좋은 정책의 창(Policy Window)이 열려 있다.
정부조직 개편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 가장 많이 이뤄진다. 심각한 저출산 및 급속한 고령화 시대 진입,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의료 환경 변화, 보건의료 정책 수요의 증가, 팬데믹에 대한 효율적 대응을 위해서 장기적이고 전문적 안목을 가진 보건의료 정책 수립 및 추진이 필요하고, 이를 수행할 전문성 가진 인력과 전담조직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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