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성질환과 달리 수익성 변동으로 투자자 매력 떨어지는 분야…자국화 고려한 개발 지원 필수"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정부가 코로나 펜데믹 기간 동안 백신과 치료제 수입에 13조5000억원을 사용, 사망률 0.1%라는 비교적 성공적인 수치로 엔데믹에 접어 들었다. 그러나 자국 백신, 치료제 개발과 상용화에 더 과감한 투자를 했다면 수입에 들어갈 돈보다 적은 규모로 국민을 감염병에서 지켜낼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인터베스트 임정희 부사장은 15일 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주관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KOTRA(코트라)가 공동 주최한 '백신·바이오·원부자재 지속 가능한 글로벌 공급망 및 협력 생태계 구축을 위한 컨퍼런스'에서 'VC 백신 및 바이오 투자 현황'을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임 부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아스트라제네카, 시노백 등 비교적 효능(예방효과)이 떨어지는 백신이 나왔으나, 이후 mRNA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나오면서 사망률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간 mRNA 백신 개발에 적을 두지 않고 팔로워 입장을 취했던 일본도 자체 LNP 기술을 바탕으로 한 mRNA 백신 개발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인 드라이버로서 과감한 예산 투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mRNA 플랫폼 기술 개발이 이어지는 것은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는 물론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개발에 성공해 매우 높은 매출 성장을 일궈낸 데 있다고 밝혔다. 매출 뿐 아니라 mRNA 백신 자국화로 초기 미국은 자국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는 등 보건안보 강화에도 높은 기여를 했다.
다만 임 부사장은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화이자의 코로나 관련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이라며 "암, 만성질환 치료제는 한번 개발하면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감염병 백신은 그렇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큐어백은 mRNA 기술을 가장 먼저 확보해 연구개발에 나섰으나 효능이 50%도 미치지 못해 상용화에 실패했다. 이후 주가가 10분의 1토막이 났다. 화이자 모더나도 백신을 통해 전인류의 생명을 구했지만 비만약을 만드는 릴리, 노보노디스크 등이 시가총액은 더 높다"면서 "백신 비즈니스가 그만큼 어렵고 위험부담이 커 투자자입장에서는 쉽게 뛰어들 수 없는 분야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임 부사장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매출 악화, 주가 감소 등의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또한 정부가 K-바이오 백신 펀드를 마련하고 운용사 선정에 나섰으나, 최근 2곳 중 한 곳인 미래에셋이 못하겠다고 빠져 나가면서 추가 공고를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즉 백신 투자는 민간 투자자에서 하기는 위험 부담이 매우 큰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 부사장은 "우리나라가 팬데믹 기간 동안 백신 구입(수입)에만 7조원을 사용했다. 치료제와 진단기기 수입액까지 합치면 13조5000억원에 이른다"며 "이 같은 과감한 비용 투자로 사망자가 3만5000명, 사망률이 0.1%라는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국내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 기업에 지원한 금액은 560억원에 그쳤다. 임 부사장은 "수입에 정부 예산을 사용하는 것보다, 자국화 예산을 과감하게 10조원 정도 배정했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생각한다"며 "국내 제품 상용화 기간이 대폭 단축됐을 것이고, 더 빠르게 백신 접종이 이뤄져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신 투자 유치는 다른 질환 치료제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분야다. 때문에 제약사나 투자자들에게 명분이나 당위만으로 재무적인 투자를 하라고 할 수 없다"며 "정부에서는 국내 제약 기업은 물론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보다 과감한 지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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