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3.16 06:59최종 업데이트 15.03.1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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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강화 한다더니 난치성 질환은 '외면'

중증 건선, 1년 환자 본인부담금만 600만원

자가면역질환 중 유일하게 산정특례 제외

진료비 부담이 큰 중증 및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자 만들어진 산정특례 제도가 난치성 질환인 중증 건선에는 적용되지 않아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산정특례제도는 암같은 중증질환의 환자부담금을 전체 진료비의 5%로, 희귀난치질환 진료비를 10%로 줄이는 제도다.

현재 167개 질환이 그 대상으로, 이 중 25개 희귀난치질환이 지난해 2월 확대 대상에 포함됐지만, 중증건선은 별도 상병코드가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그러나 중증건선을 치료하는 의료진과 환우들은 산정특례 적용이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건선은 완치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인데다 환자들이 평생 고가의 약값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증 건선 환자는 거북이 등같은 피부염이 온몸에 나타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며, 건선성 관절염, 심혈관질환, 대사성질환 등이 동반될 확률이 높다.

건선처럼 면역체계 이상으로 발병하는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강직성 척추염 등이 모두 산정특례 대상인 이유다.

 

유독 건선만 제외된 것은 피부 질환처럼 인식돼 위험성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게 의료진과 환자의 설명이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서성준 교수는 "정부는 피부질환이라고 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며 "건선이 얼마나 환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질환인지 환자입장에서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선협회 김성기 회장은 "건선은 자가면역질환임에도 피부병처럼 간주되고 있다"면서 "온몸에 퍼진 염증 때문에 사회생활을 못하는데 어떻게 피부질환이겠는가. 환자 중에는 생물학적 제제 보험 적용을 받아도 약값이 비싸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생물학적 제제 투여 시 보험적용을 받더라도 연간 치료비는 600만원을 상회한다. 환자부담금이 60%이기 때문이다.

중증 건선 환자인 최종운(41) 씨 사례를 보면, '스텔라라'라는 생물학적 제제를 12주마다 1번 투여하는데 약값 253만원 중 152만원을 부담한다. 1년에 5번 투여하는데 연간 부담금은 무려 750만원에 달한다.

 

최씨는 "직장생활로 버는 돈을 치료에 쏟아붓고 있다"며 "보험적용을 못 받았던 때에는 집을 팔아 치료비를 대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중앙대병원 서성준 교수는 "난치질환 환자와 가족이 경제적 부담없이 좋은 약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라며 "중증 건선환자 만큼은 반드시 산정특례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운 환우의 최근 처방전. 약값 환자부담금이 152만원이다.

 

치료제 있지만 '그림의 떡'

이뿐 아니라 현행 급여기준 자체가 지나치게 엄격해 웬만해선 생물학적 제제를 쓸 수 없는 실정이다.

보험혜택을 받으면서 생물학적 제제를 쓰려면 △판상건선이 전체 피부면적의 10% 이상 △중증도를 측정하는 PASI가 10 이상 △메토트렉세이트(MTX) 또는 사이클로스포린을 3개월 이상 투여했는데도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 △광화학치료법(PUVA) 또는 광선치료법(UVB)으로 3개월 이상 치료했는데도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으로 치료할 수 없는 경우 등 이 4개를 모두 만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중증 건선 환자로 추정되는 1만 6천명 중 500여명만이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받고 있다.

대한건선학회 박혜진 홍보이사(일산백병원)는 "4개를 모두 충족해야 생물학적 제제를 쓸 수 있는 까다로운 기준이라 급여 적용이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이지현 교수는 "증상이 심해도 다른 약을 먼저 써본 후 부작용이 나타나야만 생물학적 제제를 쓸 수 있다"면서 "중증 환자에게 생물학적 제제를 바로 투여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최종운 씨는 "중증인데도 생물학적 제제를 맞지 못하고, 그 전 단계 치료를 하는 과정이 정말 고통스럽다"며 "치료기간이 오래 걸린다. 또 일주일에 두 번씩 내원해야 하기 때문에 직장인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생물학적 제제(스텔라라, 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는 2주~3개월에 한 번 투여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편의성이 크게 증대된다.

또 치료효과 역시 높다. 가장 많이 투여되는 약물 중 하나인 '스텔라라'의 경우 28주차 치료 시 90%의 환자가 약에 반응했고(PASI 50), 70%의 환자가 치료성공(PASO 75)에 도달한다는 것을 임상시험에서 입증했다.

때문에 환자의 70~80%가 생물학적 제제 치료결과에 만족한다는 게 건선협회 김성기 회장의 설명이다.

건선학회 이주흥 회장(삼성서울병원) 역시 "생물학적 제제의 효과는 매우 뛰어나다"고 설명했고, 중앙대병원 서성준 교수는 "효과가 좋은 편이고 큰 부작용도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산정특례 확대 결정되면 우선검토"

건선학회는 본격적으로 복지부 설득 작업에 나섰다. 지난 1월 복지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산정특례 적용 및 급여기준 완화 필요성을 피력했다.

또 통계청에 중증 건선 상병코드 신설을 요청했다.

건선학회 이주흥 회장은 "중증건선 환자 전체에게 산정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과, 경구용 치료제, 자외선 치료제 중 하나만 쓴 후 실패해도 생물학적 제제 투여가 가능하게 하거나 자외선 치료를 제외하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학회 요청을 검토 중이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산정특례 확대계획은 없다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중증건선 적용을 논의했지만 상병코드가 없어 제외됐다. 지금은 구체적인 산정특례 질환 확대계획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국회의 지적과 환자들의 요구가 많았던 만큼, 코드를 개설하고 산정특례 확대계획이 결정되면 중증건선은 우선 검토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 건선 # 급여 # 산정특례 # 건선협회 # 스텔라라 # 휴미라 # 레블리미드 # 엔브렐 # 메디게이트뉴스

송연주 기자 (yjsong@medigatenews.com)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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