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2.10 19:41최종 업데이트 15.02.1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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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안받았다고? 그럼 네가 증명해 봐!"

의사들을 손사레 치게 하는 정책⓶ 범죄일람표 근거 행정처분

복지부, 자체 조사 생략한 채 처분…"안받은 걸 어떻게 증명하나"

#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가 서울의 정형외과의원 A원장에게 내린 면허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A원장은 진료비 청구명세서를 허위로 작성해 보험회사로부터 부당이익을 편취한 혐의가 인정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복지부는 B원장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을 통보했지만 법원은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수사기관이 복지부에 건넨 범죄일람표가 문제였다. 법원은 경찰이 별도의 검증 없이 범죄일람표상 허위청구금액을 작성했고, 복지부가 자체 조사나 검증 없이 범죄일람표를 근거로 허위청구금액을 추산했다는 A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 서울행정법원은 2012년 8월 복지부가 B의원 원장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한 것을 취소했다. B원장이 진료비 청구명세서를 허위 작성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수사기관의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허위청구금액이 사실과 달라 이를 기초로 한 행정처분은 위험하다는 판결을 한 것이다.

 

위의 두 사건은 복지부가 경찰의 범죄일람표를 토대로 의사에게 행정처분을 내렸다가 낭패를 본 사건이다.

법원은 "복지부가 자체 조사나 별도 검증 없이 범죄일람표를 토대로 한 처분을 인정할 수 없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수사기관의 자료가 모두 유력한 것은 아니며, 처분에 대한 조사 및 입증책임은 처분청인 '복지부'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판례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범죄일람표를 근거로 한 행정처분을 중단하지 않고 있어 의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엔 대규모 리베이트 행정처분 사전 통보 사건이다.

 

앞서 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 범죄일람표에 의거해 수수액이 100만~300만원 미만인 의사 1900여명을 대상으로 '경고' 사전처분 통지서를 발송했다.

300만원 이상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 수 백 명에게는 이미 2012년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해 조만간 처분을 단행할 예정이다.

처분선상에 오른 의사들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의 C개원의는 건일제약으로부터 500만원 현금 선지원을 받은 혐의로 2012년 사전통보를 받았다. 당시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다는 소명서를 제출했지만 면허정지 2개월을 피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C원장은 "난 500만원을 받은 적이 없다. 안 받은 것을 어떻게 증명하란 말이냐"고 따졌다. 

이어 그는 "현금 선지원은 배달사고도 많고 시점도 명확하지 않다. 당시 검찰은 영업팀장만 조사하고 영업사원을 조사하지 않는 등 허술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복지부는 처방액이 많이 나오거나 급증하면 리베이트로 보겠다고 하는데 말도 안되는 기준"이라며 "나는 지난 10여년 간 건일제약 약을 월 200만원 이상 처방했다. 약이 좋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2014년 5월23일 선고된 의사면허자격정지 처분취소소송에서 법원은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범죄일람표 상 수수자 명단을 '범죄 확정'으로 보고 처분할 수 있느냐다.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에는 금품을 받은 의사들을 일일이 수사했다. 

그러나 쌍벌제 이전은 그렇지 않았다. 제약사 내부 장부기록 등을 토대로 범죄일람표를 작성한 것이다.

법무법인 광장 이종석 변호사는 "이를테면 건일제약 사건의 경우 제약사 유죄 판결이 나올 때 의사들은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계좌이체 증거 및 증언으로만 범죄일람표를 인정해 선고했다. 복지부는 이를 믿고 처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하지만 제약사 장부에 기재된 금품이 100% 의사에게 전달됐다고 확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정말 리베이트를 안 받은 의사들은 이를 어떻게 입증하겠나.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처분하겠다는 것이니 의사 입장에서는 갑갑한 노릇"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별도 조사 없이 범죄일람표만을 근거로 처분 대상자를 선정한 복지부를 비난하며,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2개월 면허정지 위기에 놓인 의사들은 이미 소송준비 절차를 밟고 있어 대규모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의협 장성환 법제이사는 "이전 사건에서 의사들의 법적 대응이 미숙해 잘못 선례로 굳은 사건들이 있다"며 "이번에 제대로 법률 대응해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법리적 문제 없다"  
반면 복지부는 범죄일람표에 근거한 처분이 법리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원은 CJ제일제당 소송을 통해 범죄일람표가 행정처분의 증거로 유효하고, 복지부 처분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봤다"고 환기시켰다.

이 관계자는 "특별히 뒤집을 만한 사유가 없으면 형사재판의 유죄판결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며 "범죄일람표를 근거로 처분해도 이를 뒤집을만한 증거가 있지 않은 한 승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복지부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처분 사전통지를 하면서 당사자들이 의견을 제출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 # 행정처분 # 리베이트 # 건일제약 # 경고 # 면허정지

송연주 기자 (yjsong@medigatenews.com)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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