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3.20 07:21최종 업데이트 15.03.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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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영업사원도 불편한 리베이트 규제

현실에 안맞는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식사할 때 술값이 10% 넘으면 규정 위반 '비현실적'

"전 명함을 안 갖고 왔어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유럽계 다국적 제약사 PM이 명함을 건넨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간담회는 이 PM의 담당 제품을 홍보하는 자리였다. 이런 자리에 오면서 왜 그는 명함을 집에 뒀을까?

 

회사 내부규정 때문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언론과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부서는 홍보팀이고, 메디컬 부서만 일부 의학적인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외자사의 엄격한 시스템이야 잘 알려진 일이지만, 유연하게 대처했던 예전과 달리 최근 제약사들은 더욱 엄격하게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리베이트 근절 자정선언 후 강화된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CP) 때문이다. CP는 직원들의 윤리적 행동 기준을 규정한 제약사 내부 지침이다.

 

영업사원의 유도리, 알고보니 CP 위반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보여주기식' 규정이 많아 제약사 직원과 고객(의사 등)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한 다국적 제약사 A영업사원은 "필드에 적용할 수 없는 규정이 많다"며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주류(술) 규정이다. 식사 제공 시 주류가 결제금액의 10%를 넘으면 안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A사원은 "저녁식사는 자연스럽게 주류 결제액이 10%를 넘는다. 그렇다고 선생님께 안된다고 말할 수 없으니, 내가 돈을 내거나 메뉴를 조정하는 식이다. 영업사원이 융통성 있게 넘어가는 일이 알고보면 다 CP 위반"이라고 말했다.

 

환자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도 제약이 따른다. A사원의 회사 홈페이지에는 환자교육 자료가 공개돼 있지만, 이를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규제 대상이다.

A사원은 "의사 선생님에게 이걸 직접 프린트해 쓰라고 하면 누가 하겠냐. 불편해 한다"며 "그래서 내가 직접 드리는데, 이게 다 위반이라는 게 문제다. 지금은 회사가 암묵적으로 승인해주지만, 어느날 내가 권고사직 대상이 된다면 CP 위반으로 짤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택시 타고 오세요"

국내 B사 영업사원은 가장 비현실적인 규정이 의사 '픽업(PICK UP)' 관련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에서 제품설명회를 마친 후 의사 선생님을 모시고 식사를 가야하는데 CP 규정상 픽업을 못한다"며 "그렇다고 '우리는 차 타고 갈테니 택시 타고 오세요'라고 할 수 없잖나"고 토로했다.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의사와 이동 방향이 같아 동승하려고 해도 원칙상 위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영업사원들이 규정을 엄격하게 지킨다면 의사들이 훨씬 더 불편해 할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고 회사도 암묵적으로 승인하는 것을 왜 규정화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의료진도 불편

의료진들은 제약사의 CP에 대해선 잘 몰라도, 비현실적인 규정으로 인한 불편을 적지 않게 경험하고 있었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영업사원이 병원 인근 5km 이내에서만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우리 병원만 해도 5km 이내 식사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식사비 3만원 제한도 그렇다. 저녁 식사는 금방 10만원을 넘는다"며 "제약사의 자정노력을 지지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은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 # CP # 의사 # 다국적 제약사 # 메디게이트뉴스

송연주 기자 (yjsong@medigatenews.com)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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