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삭센다(Saxenda, 성분명 세마글루티드) 출시 이후 비만 시장에서 GLP-1 계열 약물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올해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에서도 GLP-1 계열 약물의 체중 감량 효과와 관련된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되는 가운데, 경구용 세마글루티드인 리벨서스(Rybelsus)와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를 자랑하는 마운자로(Mounjaro, 성분명)의 데이터가 눈길을 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23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제83차 연례학술대회를 연다. 올해 학술대회에서는 190개 이상 세션과 2000개 이상 연구 프레젠테이션이 발표된다.
학회는 특히 새로운 비만 치료제 관련 주요 발표로 ▲SURMOUNT 2 임상시험 결과 및 제2형 당뇨병의 비만 치료에서 티제파티드의 잠재적 역할 ▲GIP·GLP-1·글루카곤 수용체 삼중 작용제인 레타트루티드(Retatrutide, 개발명 LY3437943)의 비만, 비알코올성지방간(NAFLD), 제2형 당뇨병 2상 임상시험 결과 ▲경구용 세마글루티드의 OASIS 1 및 PIONEER PLUS 임상시험 결과를 꼽았다.
릴리, 이중작용제·삼중작용제·경구제 등 다양한 데이터 선보인다
먼저 릴리(Eli Lilly and Company)는 이번 학회에서 SURMOUNT-2의 전체 데이터를 공개한다. SURMOUNT-2는 비만 또는 과체중인 제2형 당뇨병 성인 환자에서 마운자로의 만성 체중 관리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한 3상 임상시험이다.
마운자로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및 포도당 의존성 인슌린 분비 촉진 폴리펩티드(GIP) 이중 작용제로,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로 승인 받았다. 비만 적응증에 대해서는 현재 FDA 승인 검토 중이다.
이전에 발표된 SURMOUNT-1 연구 결과 마운자로는 당뇨병이 없지만 비만인 사람들의 체중을 최대 22.5%(24kg)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최대용량군에 배정된 환자 대부분이 5% 이상 체중을 감량한데다 참가자의 63%가 20% 이상 체중 감소 달성했다. [관련기사=릴리 신약 티제파티드 비만 임상 상세 데이터 공개…72주 치료로 체중 평균 16~24㎏ 줄어]
릴리는 4월 SURMOUNT-2 탑라인 결과를 발표하며, 마운자로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도 최대 15.7%(15.6kg) 체중을 감소시켰고, 당화혈색소(A1c)와 체중 감소에 대한 공동 1차 평가변수와 주요 2차 평가변수를 모두 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체중을 5% 이상 감소한 참가자 비율은 티제파티드 10㎎과 15㎎ 용량군에서 각각 79.2%, 82.7%, 15% 이상 감소 비율은 39.7%, 48.0%였다.
레타트루티드 역시 릴리가 개발하고 있는 후보물질이다. 학회에서는 위약과 비교 평가한 2상 임상시험 2건의 전체 결과가 발표된다. 하나는 비만 또는 과체중이면서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한 가지 이상 있는 성인을, 나머지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 외에도 매일 복용하는 경구용 GLP-1 제제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 개발명 LY3502970) 2상 임상시험 2건에 대한 데이터도 발표한다.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에 대한 결과는 구두 발표하며, 포스터 발표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를 공유한다.
노보 노디스크, 리벨서스 최대 50㎎ 고용량 버전 첫 3상 데이터 발표
경구용 GLP-1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한 기업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다.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는 2019년 미국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받아 3㎎, 7㎎, 14㎎ 3가지 함량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지난해 당뇨병 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번 학회에서는 고용량 버전에 대한 3상 임상시험 데이터를 선보인다.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OASIS 1에서는 1일 50㎎ 용량을,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PIONEER PLUS에서는 1일 14㎎, 25㎎, 50㎎ 용량을 위약과 비교했다.
연구 책임자인 미국 하버드의대(Harvard Medical School) 바니타 아로다(Vanita R. Aroda) 교수는 "첫 GLP-1 수용체 작용제는 2005년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됐으며 처음에는 주사제로만 사용 가능했다"면서 "세마글루티드와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제2형 당뇨병 환자나 제2형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에게 효과적이지만 일차 진료에서 널리 사용되지는 않았다. 주사형 GLP-1 수용체 작용제는 다른 경구용 접근법 사용 후에 더 자주 사용돼 왔고, 인슐린과 다르지 않은 특수 약물로 취급돼 왔다"고 지적했다.
아로다 교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이 매우 효과적이며 단순히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것을 넘어선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는 환자가 치료 목표에 도달하는데 더 높은 수준의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최신 약물을 사용하면 건강과 이환율의 전반적인 상황에도 기여하는 의미있는 체중 감소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심혈관 결과 임상시험에서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사용하면 심혈관 결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더 높은 용량의 효과적인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사용하면 임상의가 제2형 당뇨병 환자 치료를 더욱 개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육감소증약에서 비만약으로…비마그루맙 성공신화 쓸까
GLP-1 계열 약물은 아니지만 새로운 계열의 비만약으로 기대를 모으는 후보물질이 있다. 미국 버사니스 바이오(Versanis Bio)는 노바티스(Novartis)가 근육감소증 치료제로 개발하다 실패했던 후보물질을 비만약으로 다시 개발 중이다. 액티빈 II형 수용체(activin type II receptor) 길항제인 비마그루맙(bimagrumab)이다. 조직 내 지방 침작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려 지속적이고 질 높은 체중 감소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기사=근육감소증 치료제를 비만약으로 탈바꿈…美바이오 스타트업 800억원 시리즈A 투자유치]
이번 학회에서는 과체중 또는 비만인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시험 데이터를 발표한다. 버사니스에 따르면 2a상에서 치료 48주 후 체지방량이 21.9% 감소하고 제지방 근육량이 4.5% 증가했다. 비마그루맙을 마지막으로 투여한 뒤 12주 동안 환자를 추가로 추적 관찰한 결과, 체중이 회복되지 않았다. 반면, 세마글루타이드 및 기타 인크레틴 복용을 중단한 환자에서는 빠른 체중 회복이 관찰됐다.
현재 제2형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비마그루맙 단독 또는 세마글루티드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2b상 BELIEVE 연구가 진행 중이다(NCT05616013). 최근 환자 500명 이상을 등록 완료했고, 2024년 중반 데이터가 판독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르사니스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프루잔스키(Mark Pruzanski) 박사는 "차세대 인크레틴 치료제는 비만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법이지만 비마그루맙은 근육량을 늘리면서 지방 감소를 목표로 하는 치료제로 중요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한다"면서 "이를 통해 환자들은 최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최적의 대사 건강 및 장기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