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4.30 05:50최종 업데이트 21.04.30 05:50

제보

서(동)학개미가 구별해야 할 항체-약물-접합체(ADC)의 안전성과 치료능력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사내이사·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ADC 테라퓨틱스(ADC Therapeutics)는 진론타(Zynlonta, 성분명 loncastuximab tesirine-lpyl)가 PDFUA(Prescription Drug User Free Act)에 따른 최종 승인 결정 날짜보다 빨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24일 공시했다. ADC 테라퓨틱스는 2011년 설립된 회사이고 임상을 빠르게 진행해 5년만에 승인을 받았다. 물론 항암제의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창업한지 10년만에 승인을 받는 빠른 진척이 있었지만 몇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이 보인다. 무엇보다 'ADC 테라퓨틱스'라는 회사 이름을 너무 잘 지었다. 2011년에도 이런 대표성을 포함한 작명이 가능했던 것에 놀랐다. 'ADC'는 antibody-drug conjugate이고 우리말의 번역은 '항체-약물 접합체'다.

왜 ADC가 필요한가? 항체(antibody, Ab)는 항원에 대한 강한 결합 친화력(Binding affinity)과 높은 결합 특이성(Binding specificity)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특정 타겟의 생물학적 반응을 매우 강하고도 선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지만 약효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타겟에 정확히 도달하는 항체에다 대포가 뿜어내는 폭탄을 실어 목표인 암세포만 세포독성(cytotoxicity) 약물 폭탄으로 제거하는 항암제를 만들 수 없을까? 이런 항암표적 화학요법(targeted chemotherapy) 개념을 현실화해 항체와 약물이 결합된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가 만들어졌다. 두 주요 성분인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linker)까지 합치면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ADC를 인체에 주사한 후 체내 혈액 순환(circulate)을 할 때, 링커는 혈류에서 안정(stable)해 약물이 항체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막아 타겟에 도달할 때까지 일종의 프로드럭(prodrug)상태로 유지돼 정상적인 조직에서 폭탄이 터져 입히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항체에 결합된 폭탄인 약물로 인해 항체-항원 결합에 지장이 없도록 링커가 두 가지 요소가 적당한 거리를 두는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첫 ADC인 마일로타그(Mylotarg)는 2000년 승인을 받았으나 ADC 개념인 유도 대포(targeted bomb)라고 하기에는 치료범위(therapeutic window)가 넓게 나오지 않았기에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2010년에 미국 시장에서 철수됐다. 직후 2011년 8월 시애틀제네틱스의 호지킨 림프종 치료제인 애드세트리스(Adcetris)가, 이듬해인 2012년 2월 제넨텍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인 캐싸일라(Kadcyla)가 허가를 받았다.

제약업계에서는 ADC 컨셉이 사용허가 승인된지 20년이 지난 2019년부터 봇물이 터졌다. 먼저 아스트라제네카(AZ)는 다이이찌산코(DS)의 허셉틴 ADC 치료제 'DS-8201'에 7조 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그 이후부터 현 시점 2021년 4월말까지 좋은 소식이 계속 넘친다. 이번 AACR 2021에서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ADC는 10개의 약물이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임상에 돌입해 있다고 한다. 지난 20여년간의 시행착오와 도전을 통해 쌓인 지식과 툴박스(toolbox)들이 다양한 길을 열어 ADC가 이제 항암제의 주 대포가 되어가고 있으며, 항체 이외에도 peptide-drug conjugate, antibody fragment-drug conjugate, small molecule-drug conjugate, immunomodulatory ADC 등 다양한 변이들이 시도되고 있다.

ADC의 변화는 계속된다. 최근 Payload(toxin)의 변화는 2019년 새롭게 FDA로부터 허가 받은 DS의 '엔허투'와 이뮤노메딕스의 '트로델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엔허투와 트로델비는 각각 'deruxtecan'과 'SN-38'이라는 국소이성질화효소(Topoisomerase) 저해제를 톡신(toxin)으로 사용했다. 필자는 ‘폭탄’이란 표현을 좋아한다. 이들 폭탄의 특징은 기존의 ADC들이 효능을 높이기 위해 세포독성 효력이 높은 톡신을 사용했던 것에 비해 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톡신을 사용하고 DAR를 7~8개 정도로 높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첫 ADC인 마일로타그가 치료범위가 좁아 안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장에서 철수됐다. 치료범위가 좁은 이유가 폭탄 때문일까? 최근 개발된 엔허투는 1세대 ADC인 제넨텍 캐싸일라와 동일한 HER-2 항체를 사용했으나 캐싸일라와 달리 용량제한독성(DLT)이 나오지 않았다. 같은 항체를 사용했기에 두 ADC 치료범위의 차이는 바로 두 폭탄의 차이일 것 같다.

폭탄이 같은 국소이성질화효소 저해제라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2020년 7월 AZ가 또다시 DS의 DS-1062 'TROP2 ADC'에 최대 60억 달러를 과감하게 베팅했다. 세포 표면 당단백질 TROP2 ADC는 비소세포암 대상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TROP2 ADC의 경쟁 상대가 바로 SN-38을 톡신으로 사용한 이뮤노메딕스의 트로델비다. 항암제의 최대 강자 AZ는 아마도 TROP2 ADC에서 DS-1062가 1상을 진행 중이지만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다면 아무리 같은 국소이성질화효소 저해제라도 deruxtecan이 SN-38보다 더 좋은 폭탄이라 예측할 수 있다. 그런 예측의 근거는 트로델비가 약물 제조 이슈로 신약시판이 1년반 가까이 미루어 진 전력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답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길리어드는 작년 9월 13일 미국 뉴저지 소재 이뮤노메딕스(Immunomedics)를 약 210억 달러(약 25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뮤노메딕스는 2020년 4월 22일 미국에서 예후가 좋지 않은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에 ADC 최초로 FDA 허가를 받았다. 트로델비의 FDA 승인은 세계 각국에서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 10명당 2명 정도가 삼중 음성 유방암으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을 상기할 때 주목할 만한 소식이다. 그러기에 길리어드는 삼중 음성 유방암 ADC 트로델비를 보유한 회사가 됐다.

다시 ADC 테라퓨틱스로 돌아가면 진론타는 처음이자 현재는 유일한 CD19 타겟 ADC이며, 이번 미만성 거대 B 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의 3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은 물론 10년된 이 회사가 받은 첫번째 FDA 승인이고, 피보탈(Pivotal) 임상에서 전체반응율(overall response rate)은 48.3%, 완전관해율(complete response rate)은 24.1%였다. 진론타는 최초의 항-CD19 ADC이고 'Black Box Warnings'이 없다. 가격은 10mg vial에 2만 3500달러가 예상된다.

진론타의 폭탄은 PBD(Pyrrolobenzodiazepine)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LGB)가 개발한 신규 톡신도 PBD 프로드럭으로 혈중이나 정상세포 내에서는 비활성화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들 ADC는 암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기전에 의해 PBD 톡신에 결합된 화합물이 분리되면서 PBD 톡신이 활성화 상태로 전환해 암세포 사멸 능력을 향상시켰다. PBD는 DNA에 결합해 DNA가 복제되거나 mRNA로 전사*transcription)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세포를 사멸시킨다.

폭탄이 중요하지만 다시 깨닫는 것은 역시 ADC 항체는 타겟이 중요한 것 같다. 수정 후 초기 배발달시 배아 세포가 사용하는 단백질이 다양한 암종의 전이에도 관여한다. ROR1(Receptor-tyrosine-kinase-like Orphan Receptor 1) 단백질과 전이 과정인 EMT(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간의 연관성이 존재한다. 정상적인 산후(post-partum) 조직세포가 아닌 배아 형성시기의 세포 또는 다수의 암종으로 인해 ROR1이 발현된다는 연구 결과가 2012년에 발표됐다. 또한 그때의 결과에서 단백질 억제시 유방암세포의 성장 및 생존 기능이 손상됐다는 것을 증명했다.

같은 ROR1을 표적으로 하는 ADC에 대한 세개의 '빅딜'이 거의 두 달 안에 성사됐다. 먼저 LGB와 에이비엘바이오(ABL)가 공동개발한 ROR1 ADC 후보물질의 개발 및 전세계 판권(한국 제외)에 대한 글로벌 기술이전계약을 작년 10월 29일 시스톤 파마수티컬스(CStone Pharmaceuticals)와 체결했다. 해당 기술이전은 암세포 특이적으로 활성화되는 LGB의 고유 ADC링커, 톡신과 ABL이 보유한 ROR1 항체를 결합해 도출한 항암 신약후보물질(LCB71/ABL202 Anti-ROR1 ADC)을 대상으로 한다. 이 후보물질은 최근 허가 받은 이뮤노메딕스의 ADC항암제 트로델비가 타겟하고 있는 난치성 암종 삼중음성유방암을 포함해 폐암 등의 고형암과 만성 및 급성림프구백혈병 등의 혈액암을 대상으로 개발이 예상된다.

일주일 후인 작년 11월 5일 머크(MSD)는 샌디에고에 소재한 벨로스바이오(VelosBio)를 27억 5000만 달러(약 3조 1000억 원)에 인수했다. 벨로스바이오는 ROR1를 표적하는 ADC ‘VLS-101’을 개발 중이다. 머크 연구소 사장인 로저 펄머터 박사는 "VLS-101은 초기 연구에서 외투세포림프종 및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을 포함한 불응성 악성 혈액종양 환자에게 주목할 만한 증거를 입증했다"며 "벨로스바이오 인수가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달 후인 12월 10일 베링거인겔하임(BI)은 ADC와 면역 자극 iADC 플랫폼 유래 표적 암 치료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임상단계 바이오텍 'NBE 테라퓨틱스(NBET)'의 모든 주식을 인수하는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인수의 총 거래 규모는 11억 8000만 유로이며 조건부 임상 및 규제 관련 마일스톤을 포함한다.

BI는 NBET 인수를 통해 표적화 된 암 세포 치료제에 대한 전략적 초점을 크게 강화하고 항원 발굴, 항체 및 T세포 관여 기술에 관한 기존 역량을 보완할 방침이다. NBET의 주요 신약 후보물질 NBE-002는 현재 삼중음성 유방암과 기타 고형종양에 대한 임상 1상 시험에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BI는 NBET의 혁신적이고 독특한 플랫폼을 활용해 선도적인 ADC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항암 면역 포트폴리오의 다른 자산과의 병용요법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종양 세포 사멸 유도는 핵심 요소이며 ADC 기반 접근법은 전신 노출 및 독성을 줄이면서 면역원성 세포 사멸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강력한 표적 치료법으로 떠올랐다. 최근 ADC는 면역 관문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의 가능성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ADC의 세포 내 도입은 암 세포의 표면에 발현된 특정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와 결합해 세포막의 클라트린피복 소공(clathrin-coated pit) 기능으로 진행된다. 

세포 안으로 들어온 ADC는 클라트린에서 떨어지고 세포 내 다른 소포체(vesicles)와 융합한 다음 엔도좀-리소좀(endosome-lysosome)경로로 진행된다. 도달한 엔도좀의 산성 환경에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s)가 링커를 절단하고나서 비로소 떨어져 나간 독성 약물은 활성화돼 리소좀의 막을 통과한 뒤 세포질(cytoplasm)로 이동한다. 이후 약물의 분자 타겟에 결합함으로써 종양세포의 세포주기는 정지되고 세포사멸로 인해 암세포가 죽게 된다.

이중 일정 양의 약물은 세포에서 수동적 확산되거나(passive diffusion), 능동적으로 수송되거나(active transport), 또는 죽은 세포를 통해 세포 밖으로 유출된다. 이때, 유출된 약물이 세포막 투과성을 지니면 주변 세포에도 들어가 소위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cell-killing)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ADC의 세포내 수송에 있어서, 충분한 농도의 활성약물이 세포 내로 들어가야 약효를 보이기 때문에, 항원의 세포 밖 농도가 매우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된다. 만약 암 특이적 항원의 분자수가 제한적인 경우라면, 더욱 강력한 독소를 사용하여 약효를 높여야 한다. 대부분의 암특이적 항원은 세포 표면의 발현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항체에 결합돼 ADC로 사용될 약물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항암제보다 100~1000배 이상 세포독성이 있는 약물(Payload)을 사용한다.

지금은 ADC의 안전성인 치료범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암종 별로, 항원 별로, 가장 최적화된 항체, 링커, 독성 폭탄의 조합을 툴박스에서 찾는 일이 ADC 업계의 최대 관건이다. ADC 자체가 성공 요소가 아니라 위에 본문에 언급한 대로 어떤 폭탄이 붙어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서(동)학개미들이 성공하는 길은 'ADC 플랫폼'을 비교 분석할 때 어느 바이오제약사의 제품이 안전하고 가장 높은 가능성이 있는가를 찾아내고 알아내는 것이다. 개발 회사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미래 가능성을 예측하는 서(동)학개미가 2022년 대장의 위치에 오를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