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는 그동안 여러 대형제약사의 많은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치료제가 아직 없는 질병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치매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진행을 늦추는 데 중점을 두고 고안됐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치매 치료제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메만틴 등 단 4개에 불과하다. 이 중 가장 최근에 FDA로부터 허가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2003년 엘러간에서 개발한 '나멘다(성분 메만틴)'가 마지막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분석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론은 신경세포 겉과 안의 2개의 비정상적인 단백질 축적이다. 신경세포 겉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축적하면 신경이 접촉하고 연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신경세포 내에 타우 단백질 과인산화로 불필요한 것들이 없어지지 않고 신경세포에 축적되면 신경섬유 엉김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신경세포가 소실되고 소실된 곳에 상처(scar)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과 ‘Baptist vs Taoist’의 종교 전쟁이란 말이 생겼고 드디어 Baptist와 Taoist가 손을 잡았다는 표현이 나온다.
세계 최초 효과적인 치매치료제는 무엇일까? 아직까지도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현실에서 가능성이 남아 있는 선두주자는 베타 아밀로이드 타겟 항체인 아두카누맙(aducanumab)이다. 논란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바이오젠 아두카누맙에 대한 FDA 시판 승인 결정 날짜(PUDFA date)가 3개월 연기됐다. 원래는 관련 규정에 따라 3월 7일에 FDA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업계와 학계가 촌각으로 기다리다가 다시 3개월 미뤄져 6월 초가 됐다. 이런 소식에도 바이오젠 주가는 금요일 3월 5일에 13% 상승했다.
아두카누맙은 롤로코스터를 타고 있는 듯하다. 아두카누맙은 2016년 FDA로부터 신속심사(fast track) 대상으로 지정돼 글로벌 제약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2019년에 ENGAGE 3상을 실패했다고 발표했으나 다른 방법으로 분석해 다시 성공했다고 결과를 뒤집었다. 2020년 1분기에 FDA 시판허가를 제출한다고 자신 있게 발표했다가 결국 여름에 제출했다. 작년 말에는 FDA 내부 리뷰 리포트가 긍정적이라고 나오면서 바이오젠 주가가 급상승했는데 그로부터 며칠 후 11월 6일에 열린 외부자문위원회에서는 자문위원 11명 중 8명이 유효성 인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하며 사실상 승인을 반대했다.
FDA가 외부자문위원회 의견을 꼭 따를 필요는 없기에 아직도 실낱 같은 희망이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경우 그 의견대로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PUDFA 일정을 연기한 이유는 FDA가 추가적인 임상 정보를 요청했고, 이는 Major Amendment에 해당하므로 FDA가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두카누맙의 FDA 숭인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유효성 검증을 위해 별도의 3상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최근에도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 임상 시험을 중단했다. 2018년 얀센이 개발 중이던 아타베세 스타트(개발명 JNJ-54861911)가 간독성으로 임상 2상 및 2·3상 시험을 중단했다. 또한, 2019년 9월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공동 개발하던 경구용 베타 세크레타제 절단효소(BACE) 억제제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엘렌베세스타트(개발명 E2609)' 개발을 중단했다. 12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3700억 투자가 날아간 것이다. 2019년 7월 노바티스와 암젠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인 'CNP520'을 대상으로 진행중이던 임상 2·3상 시험을 중단했다. 이 외에도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이 공동 개발한 바피네주맙, 릴리의 솔라네주맙, 로슈의 크레네주맙도 지난해 초 임상 3상에서 효과를 인정받지 못해 임상을 중단했다. 치매 치료제 개발은 이렇게 어려운 험난한 산과 같은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실패와 혼란을 겪고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부풀고 있다. 일라이릴리(Eli Lilly)는 지난 13일 온라인 개최된 'AD/PD 2021'에서 N3pG아밀로이드베타(Aβ)를 표적으로 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도나네맙(Donanemab, LY3002813)의 2상 임상시험 TRAILBLAZER-ALZ의 결과를 발표했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도 동시 게재됐다고 'ALZFORUM'이 3월 19일자로 보도했다. 도나네맙은 매우 중요한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을까?
이번 임상 2상 연구 대상자는 미국과 캐나다 56개 의료기관의 60~85세 알츠하이머병환자 257명이다. 연구 대상자들은 PET뇌영상을 통해 아밀로이드 및 타우단백질(Tau protein) 축적 정도를 먼저 확인했다. 타우가 없거나 축적이 안 된 대상자나 타우가 많이 발현된 발현자는 임상 연구에서 제외시켰다. 이런 스크리닝 방법으로 대상자를 선별한 것도 혁신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 이들을 도나네맙군(131명)과 위약군(126명)으로 나누고 72주까지 4주 마다 정맥 투여했다. 도나네맙은 1~3회째 700mg, 4회 이후부터는 1,400mg을 투여했다. 주요 평가항목은 76주째까지 인지 및 릴리가 새롭게 개발한 일상능력 평가지표(Integrated Alzheimer's Disease Rating Scale, iADRS)의 변화로 정했다.
먼저 플라크 제거 역할(Plaque-Busting Power)은 어떤가? 아밀로이드플라크는 도나네맙군은 108 센틸로이드였고 위약군은 101이었다. 시험시작 후 76주째까지 아밀로이드플라크의 변화도 도나네맙군에서는 위약군에 비해 크게 줄었다. 76주차에 평균 84 센틸로이드가 줄었다. 플라크가 제거되는 것이 상당히 빠르게 나타났다. 릴리에 따르면 25 센틸로이드 미만인(<25 centiloids) 경우 알츠하이머 음성으로 간주한다. 24주째에는 40%, 76주째에는 67.8%가 아밀로이드 음성이었다. 임상 기간이 끝났을 때 참가자의 2/3가 아밀로이드 음성이었다. 아두카누맙과 도나네맙의 아밀로이드 제거를 단순 비교해도 항체 투여 후 18개월 후에 도나네맙이 2배 이상 더 제거했다.
릴리는 이번 임상시험에서 환자들의 아밀로이드 플라크 수치가 연속 2회 측정 시 25 센틸로이드 미만이거나 1회 측정에서 11 센틸로이드 미만이면 도나네맙 투여를 중단하고 위약으로 전환했다. 왜 더 투여를 더하지 않고 항체 주사를 끊었나? pyroGlu-Aβ는 플라크(plaques)에만 존재한다. 도나네맙은 pyroGlu-Aβ를 에피토프로 사용했기에 플라크가 없어지면 값 비싼 항체를 더 투여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 릴리의 생각이다.
한편 뇌 속 타우단백질 축적량 변화는 2개군 사이에 유의차는 없었다. 릴리는 "PET영상에서 나타난 타우단백질 변화는 아밀로이드 변화 보다 늦게 발생할 수 있어 18개월의 짧은 관찰기간으로는 검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작용인 아밀로이드 관련영상 이상부종(ARIA-E)은 도나네맙군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다만 대부분이 무증상이었으며 도나네맙군의 증후성 ARIA-E 발생률은 6.1%였다.
중요한 질문은 과연 플라크 제거가 뇌기능의 향상을 가지고 오는가? 알츠하이머병의 인지기능 척도인 ADAS-Cog13와 일상생활기능 평가척도인 ADCS-iADL을 조합해 릴리가 개발한 iADRS는 점수가 낮을수록 인지 및 일상생활 기능에 장애가 심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임상 시험 시작의 두 그룹의 iADRS은 106이었다. 위약 그룹은 안타깝게도 iADRS가 10.06 더 떨어지고 치료 그룹은 6.86이 더 떨어지는 것을 보였다. 두 그룹을 비교한 결과 시험시작부터 76주까지 iADRS 점수 변화는 도나네맙군이 32% 적었다. 두 그룹의 차이는 36주부터 분명하게 나타났고 종료(p value of 0.04)까지 유지됐다.
2차 평가항목인 ADAS-Cog13은 평균 39% 느리고(p value of 0.04), 임상적 치매중증도판정지표(CDR-SB)은 23% 느리고, ADCS-iADL은 23%,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점수도 21% 낮았다. 이런 2차 지표들이 도나네맙군에서 통계학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다. 이런 지표들을 보면 아마도 아밀로이드플라크 제거가 가지는 한계점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들은 아밀로이드보다는 타우와 인지기능의 상관성이 더 밀접한 관계를 보여줬다. 특히 도나네맙 투여 18개월 기간에는 타우플라크가 줄지 않았기에 Baptist와 Taoist가 손을 잡으면 뇌 인지기능의 향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아두카누맙과 도나네맙은 같은 단항체(Monoclonal Ab)이지만 무엇이 다른가? 같은 Aβ 항체라고 해도 Aβ의 어떤 부분(epitope)을 타깃을 하는가 가 중요한 요소이다. 항체가 어떤 부분에 결합하는가에 따라 monomer(단량체)/plaque, soluble/insoluble Aβ 등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닐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노화 현상 때문에 베타 아밀로이드에 어느 정도 노출이 된다. 아두카누맙은 이전 항체들과 다르게 치매증상이 없거나 치매증상진행속도가 느린 노인들의 B-세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 풀에서 선별했다. 아두카누맙은 Aβ의 3-6번째 아미노산에 결합해 베타-아밀로이드의 단일체에는 붙지 않고 뭉쳐 있는 구조를 인지해 붙으며 또한 뭉쳐진 플라크를 녹여낸다.
Aβ의 N-터미널 2번째 아미노산과 3번째 아미노산 사이가 잘라지면 새로운 N-터미널의 글루타민산이 글루타미닐 사이클레이즈(glutaminyl cyclase: QC)효소에 의해 변형된다. 이 변형된 베타아밀로이드는 강한 접착력으로 인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형성하는 씨앗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경독성을 띠고 있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지목됐다. 변형된 베타아밀로이드(pyroGlu-Aβ)를 에피토프로 사용한 항체가 바로 도나네맙이다. N3pG아밀로이드베타(N3pG-Aβ) 부분을 타깃으로 하는 도나네맙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감소와 인지기능 저하를 막아 준다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또한 pyroglutamate amyloid-β form(N3pG-Aβ)의 생성을 억제하기 위해 amyloid-β로부터 N3pG-Aβ을 생산하는 효소인 글루카미닐 사이클라제 (QC)의 억제 저분자 물질도 많은 회사들이 찾고 있다.
지금까지 Aβ를 겨냥하는 항체들이 오랫동안 수모를 겪는 임상실패의 이유는 물론 결정적인 이유는 기억력 감퇴에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항체 자체가 뇌에 들어가 생기는 독성으로 인한 뇌출혈이나 뇌가 붓는 현상(brain swelling)으로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아밀로이드 관련영상 이상부종(ARIA-E)은 아밀로이드 항체의 문제점으로 지적 받는다. 아두카누맙은 임상시험에서 사람에게 주사했을 때 기존 다른 항체 후보들과 달리 ‘microhemorage’ 일으키는 농도가 높았기에 촉망받는 약물 후보로 간주됐다. 모나네맙도 임상 대상자의 1/4인 35 명에서 ARIA-E가 나타났다. 이것은 아두카누맙 저용량과 비슷하다. 도나네맙의 전체적인 안전성은 치매 환자들이 사용할 만하다는 것이다.
릴리는 지난해 6월부터 새로운 임상2상(TRAILBLAZER-EXT)의 피험자 수를 500명으로 확대해 환자를 모집 중이었지만 1500명의 임상 3상으로 변경했다. 성공할 자신감이 커진 것 때문이다. 이번 2상 임상처럼 아밀로이드 및 타우단백질(Tau protein) 축적이 중간인 환자 1000명의 데이터만 주된 유효성 평가(iADRS)에 사용하고 단백질 탱글(tangle) 축적이 높은 환자 500명 (>1.46 SUVR) 데이터는 미래 치료 자료로 쓸 예정이다. 새로운 척도인 Disease Progression Model(DPM)을 사용해 지금까지 마지막 지점에서만 보아 편차가 컸던 질병 진행을 더 의미 있게 지켜볼 계획이다. 그러기에 릴리의 도나네맙은 알츠하이머 증상을 지연시키는 세계 최초 의미 있는 치매치료제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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