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11 06:48최종 업데이트 23.08.1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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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앞두고 이미 시작된 '간병대란'…의료-돌봄 해결하려면 "요양병원 간병제도화"

핵가족화로 국가 간병 책임 필요…요양병원-요양시설 기능 정립, 불합리한 제도 개선도 주장

'노인의료‧돌봄시스템의 기능정립을 통한 국가 위기 극복'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로 '간병살인', '간병파산' 등 간병 부담이 큰 사회적 부담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의료와 돌봄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요양병원이 일당정액제 수가제도의 병폐, 간병제도 부재 등으로 저비용의 낮은 수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질 저하 등 각종 문제를 떠안고 있는 만큼, 요양병원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요양병원 간병을 건강보험에 편입하고, 요양병원-요양시설 기능 정립, 불합리한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신동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간사인 고영인 의원(더불어민주당), 강기윤 의원(국민의힘), 교욱위원회 김철민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주관하는 '노인의료‧돌봄시스템의 기능정립을 통한 국가 위기 극복' 국회 토론회가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같은 논의가 진행됐다.

간병인 한 명 평균 7.9명 환자 돌봐…요양원과 요양병원 입원환자군 혼재 선결돼야

이날 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편한자리의원)은 초고령화를 앞두고 전국 1400여개 요양병원의 인프라를 잘 활용하기 위해 요양병원 간병제도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장은 "의료와 돌봄 필요도가 높은 고령자 케어는 요양병원에서만이 가능하다. 그런데 간병 제도의 부재로 요양병원이 신뢰를 잃고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간 요양병원은 장성 요양병원 방화 참사, 입원환자 항문 기저귀 삽입, 폭언 및 폭행 등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다수의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한편으로는 간병살인, 간병파산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노 위원장은 그 원인으로 간병제도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간병인의 자격, 인력, 처우에 대한 기준이 없고 요양병원 간 과다 경쟁으로 간병비 없이 운영되면서 자연히 간병 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있다. 이에 의료와 돌봄 필요도가 높은 환자들도 간병비 부담을 덜기 위해 요양원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전국의 간병인이 4만여 명 있지만 이중 41%인 1만6400명이 중국인이다. 또 간병인 한 명당 평균 7.9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어, 환자들은 사실상 존엄한 돌봄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요양병원에 간병제도를 도입하면 고령자의 인권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간병비 부담 경감으로 가정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으로 사회 경제 성장에도 기여하고,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도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 위원장은 요양병원 간병 제도화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그는 "요양병원에 필요한 간병 서비스를 설계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간병 서비스 수준, 필요 인력 확보, 간병 인력 교육, 재원 조달,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요양병원 간병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병원은 병원답게, 시설은 시설답게' 기능을 정립해야 한다는 과제를 선결해야 한다.

노 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요양원과 요양병원 입원환자군이 혼재돼 있다. 요양원 1, 2등급 입소자는 의료서비스를 못 받고, 요양병원에는 사회적 입원환자가 불필요하게 입원하고 있다"며 "요양병원 경증 환자는 요양시설로, 요양시설에 입소한 1, 2등급 중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는 요양병원에서 치료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아가 요양병원에 대한 정부의 불신과 함께 요양병원을 옥죄는 국가 정책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양병원은 일당 정액제이기 때문에 병원 운영을 위해 검사와 약제 사용량을 줄이는 등 최소 진료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적정 인력과 시설을 갖춘 요양병원은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생활시설인 요양원과 수가 역전이 발생하는 현상마저 나타난다"고 말했다.

핵가족화로 가족의 돌봄비용 감당 불가능…국가가 책임지는 간병비 급여화 필요

대구보건대학교 간호학과 임은실 교수는 "세계 유례없는 고령화와 노인의 빈곤, 특히 독거노인의 증가와 빈곤은 의료기관 선택시 비교적 낮은 수준의 의료비를 부담하는 의료기관을 선택하게 한다.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으로 의료와 요양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의료와 요양, 돌봄을 제공하는 요양병원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사회의의 의료와 요양, 돌봄의 사각지대를 대체하기 위한 저비용 서비스로 요양병원이 감당해 오고 있다. 결국 낮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임 교수는 "요양병원이 그동안 여러 부정적 측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비용으로 제공한 서비스를 적절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와 요양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요양병원이 낮은 간병 비용으로 낮은 수준의 간병서비스로 비제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문제, 의료, 요양, 돌봄서비스의 질적 수준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며 "요양병원 중에서도 의료요양 서비스에 대한 질적 담보를 할 수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제도 도입을 위한 간병제도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협회 김기주 부회장은 "현재 간병비는 급여도 비급여로도 인정되지 않아 장기입원을 요하는 만성질환자의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4인 간병기준 월 100만원, 개인간병인 기준 월 400만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 비용은 보험도 실손도 되지 않는다"며 "현재 요양병원에서 문제가 되는 이슈의 80~90%는 간병인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는 진행되고 자녀는 줄어들고 있다. 자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개인이 돌봄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것인가"라며 "결국은 국가가 책임지는 형태가 돼야 하는 만큼 간병비 급여화가 되지 않고는 국가가 취약계층을 포함해 노인케어를 할 수 없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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