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2.20 17:45최종 업데이트 23.12.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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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공공의대법은 제2의 서남의대 사태 야기...총선 의식한 포퓰리즘일 뿐"

개원의협의회, 시도의사회부터 임의단체까지 민주당 강행처리에 거센 비판...의협, 의·당합의 파기 대응방안 모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3년전 논란이 됐던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의료계는 선거 등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주장과 함께 폐기를 요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늘(20일) 각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공공의대법'과 10년간 의료취약지에서 의무복무 해야 하는 '지역의사제도'를 통과시켰다. 이에 의료계는 입장문을 내고 입법 독재 규탄에 나섰다.

공공의대 설립 '제2의 서남의대' 사태로 번질까?…혈세 낭비, 교육의 질 저하, 국민 건강 악영향 등 우려

의료계는 공공의대 설립이 제2의 서남의대 사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혈세 낭비, 교육의 질 저하, 국민 건강 악영향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법안을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 없이 강행한 민주당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의·당 합의를 위반한 만큼 향후 발생될 모든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양질의 의사는 충분한 교육 자원과 다양한 환자 군에 대한 경험, 실력있는 다수의 임상교수진, 체계적인 임상실습 교육병원 등 충분한 교육인프라 아래에서 양성된다"며 "제대로 된 부속병원이 없는 공공의대는 의학교육의 현저한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학생들로 하여금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반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실교육으로 인한 제2의 서남의대 사태가 발생될 것이 자명하다"며 "부실교육은 당사자인 학생의 피해뿐 아니라 나아가 국민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의협은 "국회예산정책처는 공공의대 설립 및 운영에 7년간 약 1334억 원(연평균 19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한 바 있다. 공공의대에는 해마다 약 수백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별도의 부속병원을 설립할 경우 수천억 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투입될 수 있다. 결국 실효성이 떨어지는 공공의대에 막대한 혈세가 낭비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래의료포럼은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의 입법 폭거가 다 시작됐다"며 "대한민국 의료 몰락을 가속화할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입법 독재를 규탄한다. 국회 다수당이라고 해서 숙의절차를 무시하고 정부와 전문가의 의견마저 무시한 입법 폭거를 지속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미래의료포럼은 "공공의대설립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위헌 논란이 있어 입법 진행이 멈췄다"며 "위헌 논란과는 별개로 전국민 누구나 선호하는 서울의 빅5병원 집중 현상이 해소된다는 보장 없는 상태에서 특정 지역에 국한돼 활동하는 의사를 양산한다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라고 덧붙였다.

미래의료포럼은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보다는 의사인력 수급 정책의 구조적 문제와 지역 공공·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열악한 환경부터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희회 김동석 회장은 "각 대학에서 의사 배출 늘리겠다고 한 게 정치적 이슈로 바꼈다. 공공의대를 만들어 지역의사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공공의대를 만들고 지역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의대를 만들자는 이들은 의사를 많이 만들면 지역으로 많이 유입될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부인과를 예로 들면, 지역에서 출산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그 지역에 10년간 있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환자는 없는데 돈은 줘야 한다. 또 의과대학, 병원을 만드는 데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지금도 지방의과대학은 교수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이를 어떻게 충족할지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병원만 짓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병원을 지었다고 해도 어떻게 운영할지, 모든 과 인력과 그 외 다른 병원 인력은 어떻게 모집할지 걱정이다. 이미 과거에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은 곳이 많은데, 다시 이를 반복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무리한 '지역의사제' 도입, 위헌 소지 없나? 10년 후 의사 다 떠날 것

의료계는 지역의사제의 의무복무 조항은 지역의료에 이점이 없으며, 헌법상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장 의사수를 늘릴 수 있을지라도 10년의 의무복무 기간이 끝나면 대거 이탈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지역의사제 복지위 통과를 '사회적 합의 없는 날치기 처리'라고 비판하며, 당장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해당 법안은 여러가지 면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의 많은 기본권을 침해한다. 외국 선례를 봐도 알 수 있다. 대만의 경우 지역의대를 졸업한 의사의 84%가 현재 도시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일본의 자치의대 또한 매년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회는 "지역의사제 자체가 지역 의료의 연속성과 질을 떨어트리고, 지역민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모르냐"고 반문하며 "선녀와 나무꾼에서 선녀 역시 날개옷을 찾자마자 아이 둘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갔다"며 "지역의사 역시 같을 것이다. 이에 전라남도의사회 3200여 회원 일동은 더불어주당의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 단독 처리를 규탄한다. 이 법안을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의료포럼은 "그동안 지역의사제 도입은 의무복무 10년이 지난 후 지역을 떠날 경우 말릴 수도 없고, 지역의료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을 했다. 또 의무복무 조항에 대한 헌법상 기본궈 침해 소지, 의사 인력 과잉 공급 등의 문제도 제기했으며, 그 이유로 반대해왔다"고 말했다.

미래의료포럼은 "위헌 논란과 더불어 실패가 불 보듯 뻔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 몰락을 부채질한 악법을 총선에 이용하기 위한 정략적 의도다"라며 "강행하려는 민주당의 형태에 전국 14만 의사는 분노하며, 전문가를 무시하는 대중영합주의 정치행태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10년이라는 의무복무 기간이 끝나면 동네 개업을 하려고 할 텐데, 과연 해당 지역에서 개업하려할지 의문이다"라며 "거기서 근무를 하고싶어도 환자가 없어 근무할 수 없다. 결국 서울, 도시로 이동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지역 간 의료 격차 발생 등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단순히 의사수를 늘리고 학비 등 비용지원을 근거로 의무복무를 강제하는 것으로써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비용을 지원하다고 해도 의무복무 기간이 종료된 이후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의료 기반과 지역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정상적 의료기관 운영이 곤란하다. 교육·주거 등 주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 계속해 의사들이 활동할지 여부가 불명확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의무복무 기간이 종료된 이후 왕성한 활동력과 숙련도를 갖춘 의사들의 상당수가 해당 지역을 떠나 대도시로 이동할 것이라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사제는 10년 동안 숙련된 필수 의료 분야 종사 의사들을 대도시에 대량 공급하는 제도로 전락한다"고 전했다.

의료계 "선거 의식한 포퓰리즘…여야의 의료계 패싱 참담"

의료계는 더불어민주당의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 단독 강행은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대변인은 "의대정원 이슈를 여당과 같이 가져가다 보니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응전략을 지역의사제로 잡고 가는 것 같다"며 "정치적인 상황에 의대와 의료환경이 이용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의·당합의 파기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의대정원 문제는 9.4 의·정합의서도 있었지만 의·당합의에도 포함된다"며 "파기에 따른 대응방안을 고려할 예정이다. 본질적으로는 의대정원의 문제가 국민보건의료나 의학교육과 같은 의료의 질적차원에서 고려되지 않고,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우려를 하고 있다. 이런 불건강한 방향으로 진행될 시 14보의연과 함께하는 총선기획단에서 의제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를 의식한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선심성 법안 처리는 진행 중인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의 의대정원 협상에도 찬물을 뿌린 심히 유감스런 행동이다"라며 지역의료수가 차등화와 교육·거주 등의 지역 인프라 구축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절차를 무시하며 급박하게 법안소위, 본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내년 22대 총선을 위한 행동 같다"며 민주당의 무리수를 비판했다.

이어 박 회장은 정부의 의료계 패싱 역시 지적했다. 그는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의료계를 패싱하면서 강행하려는 상황인데, 의료계 입장에서는 여아 가릴 것 없이, 의료계와 협의 없이 진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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