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민생법안'에 포함돼 통과 가능성 높아…의료계와 시민∙환자 단체는 민감정보 유출∙악용 우려에 '반발'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계와 시민∙환자단체가 반대해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됐다.
6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여∙야는 오늘(6일) 본회의를 열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과 민생법안 처리에 나선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는 법안에는 실손보험 청구를 전자적 형태로 간소화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실손청구 간소화법)도 포함됐다.
실손청구 간소화법은 지난달 21일 열린 국회 본회의 안건에 포함됐었지만, 당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안이 가결되는 등 변수가 생기면서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었다.
이에 10월 국정감사와 내년 총선 등의 일정이 줄줄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21대 국회 임기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통과가 불투명해질 수 있단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여∙야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에 실손보험 간소화법을 포함시키면서 현재로선 6일 본회의에서 통과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실손청구 간소화법은 지난 6월 정무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왔다. 지난달 1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계류되기도 했지만, 다음 회의에서 별다른 이견없이 통과되며 9부 능선을 넘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보험업계의 숙원 사업이다. 법안을 통과시킨 여∙야 의원들도 국민들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번거로움을 대폭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을 ‘민생법안’으로 보고 있다.
실제 법사위 김도읍 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전 국민, 특히 실손을 활용하는 서민들이 상당히 기다리는 법안이 아닐까 싶다”며 법안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와 시민∙환자단체 등은 보험금 청구를 더 간편히 해줄 수 있는 법안을 보험업계가 반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사들이 전송받은 환자의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 인상이나 가입 거부 등에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한곳에 집적된 민감 데이터가 유출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3년간 기업에서 유출된 개인정부 누적 건수는 6505만 2000건에 달한다. 지난 3년간 개보위의 기업 과징금, 과태료 부과 중 61%가 개인정보 유출 건이다.
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루게릭연맹회∙한국폐섬유화환우회∙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5일 공동성명을 통해 “개인의료정보의 전자 전송이 가능해지면 민영보험사들이 수집, 축적하는 개인의료정보들이 유출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기업들은 정보 유출 방지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지 않으려 한다. 대놓고 개인 의료정보를 손에 넣어 수익을 추구하겠다고 하는 민영보험사들도 마찬가지”라며 “유출, 악용, 오용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고 처벌 하한도 없어 보험사들 입장에선 기대수익에 비해 새발의 피에 불과한 벌금과 과태료가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법안이 통과될 시 위헌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는 “법안 처리에 반대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에는 위헌소송 등도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법으로 강제되는 것인 만큼 회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위원회에 참여는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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