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이 개량신약이나 제네릭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출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발빠르게 디지털 치료제 분야를 보고 있다. 개발비를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디지털 역량을 충분히 융합하고 활용했을 때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게임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웰트(Welt) 강성지 대표가 18~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바이오코리아 2020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치료제 산업화를 위한 현황과 발전과제'를 주제로 발표, 이같이 밝혔다.
강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가 원격의료를 찬성하는 그룹과 우려하는 그룹 간의 간극을 좀 더 효율적으로 메꿀 수 있는 기능을 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는 의학적으로 갖고 있는 질병이나 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고도로 디자인된 소프트웨어다"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구름 위에 떠 있는 상태에서 마케팅 메시지와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들이 혼재돼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상황이라면, 디지털 치료제는 이를 바탕으로 잘 솎아내고 검증해 사용 환경이나 조건에 맞춰 잘 분류해낸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이큐비아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라 할 만한 포션은 줄고 있고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케이스는 늘고 있다"면서 "이 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제약의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 치료제 컴파운드(compound)가 이미 디지털 헬스케어에 있었고,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하고 리얼월드 데이터 등을 통해 꾸준히 검증해낸 것이 디지털 치료제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컴파운드가 있지만 치료제 반열에 올리는 것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기회가 열리는 단계에서 블루오션이다"면서 "디지털이 가진 특성상 개발 비용이 저렴하고 기간도 기존 근거가 되는 컴파운드를 바탕으로 중추 임상연구(pivotal study)만 하면 되는 것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개발 과정이 기존 신약보다 훨씬 짧다"고 했다.
그렇다면 기존 약물과 디지털 치료제는 어떤 차이를 가질까.
강 대표는 "먹는 약이 어떤 방식의 기전으로 약리적 효과를 발휘하듯이 디지털은 인지와 행동교정, 그 사람이 병을 맏아들이는 패턴들을 모니터링하고 교정함으로써 효과를 증명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의사들이 처방하는 것 중에 약을 처방하기도 하지만 물리치료나 상담같이 프랙티스를 처방하는 개념들이 있다. 이것을 표준화하고 글로벌화된 플랫폼에 올리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좋다"고 말했다.
또한 디지털 치료제가 의사와 의료진을 대체한다기 보다 진료와 진료 사이에 프로그램을 처방하는 것으로, 다음 진료 시 약물의 중단 또는 증량, 교체를 결정하는 등 사람과 치료제가 주고받는 형태의 서비스 플로우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디지털 치료제가 하나의 규제 영역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선두 역할을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규제 영역이 상당히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고 했다. 올해 5월 1일자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 시행됐으며, 현재 시행 규칙을 정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제 허가심사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만성질환 관리제도 또한 디지털 치료제화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강 대표는 "만성질환 관리제도는 의사가 환자에게 상담이나 관리에 대한 처방을 하면 케어 코디네이터가 혈압과 혈당 모니터링, 약물 순응도, 생활습관 실천력을 체크하거나 교육한다. 사람에 의해 임의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조해주거나 좀 더 검증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가 만약 이 분야에 존재한다면 복지부는 이미 준비가 끝난 셈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강 대표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디지털 치료제 발전을 위해 앞으로 남은 과제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먼저, 디지털 치료제는 미국에서 시작돼 FDA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치료제가 국가와 인종, 언어를 넘나들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 첫번째 숙제다. 만약 영어권이나 미국 의료시스템 안에서만 작동한다면 치료제의 성격을 잃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 디지털 헬스케어와 디지털 치료제를 구분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 했다.
두 번째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비용효과 분석을 하듯이 디지털 치료제도 리얼월드에서 환자에게 제공하고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비용효과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바이오마커, 센서와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치료의 경과나 빈도, 강도를 조절하기 위해 어떻게 데이터를 연동할지가 디지털 치료제 업계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술 알고리즘, 센서, 웨어러블, IOT와의 융합은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더 필요하다고 했다.
강 대표는 "지금까지는 증상이 발생한 뒤 환자가 내원하면 약을 처방하고 수술하는 등 악화를 늦춰주는 것이 치료의 최선이었다면,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 치료 단계를 앞당길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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