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도 아닌데 의사 대상 행정명령 남발, 민주주의 아닌 전체주의…안상훈 의원 주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이화의대 권복규 의학교육학교실 교수(한국의료윤리학회 회장 및 한국의학교육학회 이사)가 4일 현재 의료대란 상황에서 정부가 의사들을 상대로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에 대해 "일본 제국주의와 유신체제의 잔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최근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이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기 때문에 의대증원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민주주의의 기본소양 조차 없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질타했다.
권복규 교수는 이날 오후 1시 30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에서 "식민지 시대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일본의 위생경찰 개념이 들어왔다. 이는 국가가 보건의료를 관할한다는 개념"이라며 "일본은 1944년 조선의료령을 통해 태평양 전쟁 말기 의료인력과 시설을 간편히 징발하기 위해 해당 제도를 만들었다"고 입을 뗐다.
권 교수는 "이를 통해 조선총독은 의료관계자들에게 의료, 보건지도, 간호에 관해 필요한 지시를 할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문제는 일제시대가 끝나고 일본은 이 같은 제도를 없앴는데 한국은 1951년 국민의료법을 통해 국가가 의료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의료법에 따르면 주무부장관은 의료업자에게 2년간 지정 장소와 지정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의사는 헌법상 권리가 없는지 의문이다. 특정 직역은 기본권과 권리조차 유보시킬 수 있다는 것인가"라며 "전시나 코로나 유행처럼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선 이런 명령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평소에 명령이 남발되는 것은 민주주의라기 보단 전체주의 모습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는 유신체제 아래서 의료기관 강제지정제를 통해 더 강화됐다. 현재 우리는 유신체제를 부정하고 있고 이 시기부터 50년 가까이 지났지만 국가는 여전히 당시 사상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역사적으로 국가가 비이상적으로 의료에 개입하고 의사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항상 실패해 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 교수는 "3700년 전 함무라비 법전엔 의사는 의업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자명한 진리가 대한민국에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의사는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처럼 많은 국민들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전부터 환자는 의사를 신뢰하고 의사는 자신이 갖고 있는 최선의 기술로 치료를 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 관계 자체에 국가가 개입해 들어오면서 환자와 의사 관계가 왜곡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 관계에 있어 누군가가 개입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일각에선 의사들이 카르텔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도시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다. 예전부터 의사들은 도시마다 있는 길드를 통해 권력자로부터 특허장을 받아 자율성을 얻어왔다. 반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의사집단과 국가의 관계가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선시대에도 지방에 의사가 없어 중앙에서 지방에 의관을 파견하려고 했지만 성공한 적이 없다. 환자가 없는데 지방에 어떻게 의사를 양성하나"라고 반문하며 "환자가 있다면 의사들은 가지 말라고 해도 간다. 시장은 자연법칙이다. 어떤 권력자도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법칙을 반대로 거스를 순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은 의사가 아닌 국민 대부분이 찬성하기 때문에 의대증원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소수자는 숫자에서 밀리면 이 사회에서 살 수 없는 것인가"라며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이자고 하면 국민 70% 이상이 찬성할 것인데 그럼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나. 기본 소양자체가 떨어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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