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4.28 06:27최종 업데이트 23.04.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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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합법화 되나…국회·복지부 "제도화 필요" 한 목소리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서 공청회 열려…의료계 반대에도 제도화 기정사실화 분위기

사진=게티이미지뱅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회와 정부가 문신 합법화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신 시술의 합법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문신·반영구화장 시술 합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8개 발의돼 있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문신·반영구화장 관련 법안 공청회’에서는 문신 합법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1300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문신 및 반영구화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되레 제도 마련이 늦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 타투이스트 등 비의료인의 문신·반영구화장 시술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다. 지난 1992년 문신·반영구화장 시술을 ‘의료행위’로 본 대법원 판례가 30년째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비의료인이 대부분의 문신·반영구화장 시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문신·미용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비의료인의 문신·반영구화장 시술 합법화를 주장해왔다. 반면 의료계는 부작용  우려 등을 이유로 합법화에 반대해왔다. 

국회 "현실 고려해 제도화…부작용은 관리·감독 강화" 복지부도 동조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복지위 소속 의원들 대부분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에는 공감을 표했다. 다만 제도화를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사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국민들이 안전하게 문신 시술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법제화에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신 의원은 문신 시술 시 피부 질환 등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피시술자에게 충분히 고지하고, 시술 전후에도 의학적인 점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신 시술에 사용되는 염료에 대해서도 의약품에 준하는 엄격한 승인·관리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김원이 의원도 “(문신) 법제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서도 “의사단체와 문신·미용업계가 협력해 시술에 따르는 국민들의 부작용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안전성을 담보한 제도화를 당부했다.
 
여당에서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합법화에 찬성하는 의견이 주류였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현재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불법인데, 문신 시술을 의사에게 받는 사람은 채 1%도 안될 것이다. 결국 문신을 한 1300만명의 국민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건강이 우려된다면 따로 감염교육을 하든지, 자격증이나 면허 제도를 만들든지 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약사 출신 서정숙 의원은 “문신이 다른 나라에선 다 합법이고, 우리나라만 불법이란 이유로 우리도 합법화 해야한다는 도식적인 논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국가마다 문화가 다르고 무조건 외국을 따라가기보단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해야 한다”며 “청소년들 중에서도 호기심에 문신을 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의원들 대다수가 제도화 필요성을 역설한 가운데 복지부도 이에 동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늘 논의가 활발히 되고, 제도화가 이뤄져 국민들이 시술을 잘 받을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문신·반영구화장 관련 법안 공청회 모습. 사진=KBS 뉴스 유튜브 채널 중계 영상 갈무리

문신업계 "의료계 자신들 밥그릇 위해 법제화 막아"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사무장은 의료계에 반대로 문신 법제화가 번번히 무산돼 왔다며 울분을 토했다. 특히 법제화를 막아온 의료계가 버젓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김 사무장은 “병원에서도 시술은 비의료인이 하거나, 의사가 하더라도 인증을 받지 않은 기구로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이뤄진 타투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불법”이라며 “그런데 지금도 인터넷에서 눈썹문신을 검색하면 유료광고를 하는 업체의 100%가 피부과, 성형외과 의원”이라고 했다.
 
이어 “상식적인 법제화는 막으면서 내부 구성원의 불법은 묵과하는 데 어떻게 그 말을 신뢰할 수 있겠나. 의협은 피부과와 성형외과의 밥그릇을 위해 타투 법제화를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장은 또 “녹색병원에서 2020년부터 감염관리 TF를 만들어 타투이스트들을 위한 감염관리지침을 만들었다”며 “이걸 지키기 위해 멸균시술 절차도 개발됐다. 전 세계적으로 멸균으로 작업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우리나라”라며 안전성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타투산업은 세계의 중심이 됐다. 전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작업자 중 절반이 한국인”이라며 “외국인들은 한국에 타투를 받으러 여행을 온다. 타투가 불법인 유일한 국가에 타투를 배우러 오겠단 요청도 줄을 잇는다”며 타투의 산업적 가치도 강조했다.

의료계 "비가역적이고 부작용 위험…문신 시술 반대"
 
반면 서울대병원 피부과 이시형 교수는 문신 시술의 비가역성과 부작용 위험을 이유로 문신 시술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교수는 “문신은 한 번 하면 하기 전으로 완전히 되돌리는 게 불가능하다”며 “문신을 희미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레이저 치료를 수도 없이 반복해야 한다. 문신을 제거하는 의사로서 문신에 적극 반대한다”고 했다.
 
이어 “문신 시술은 시술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할 정도로 침습적인 행위”라며 “궤양, 세균감염, 유육종증 등 여러 부작용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의료 분야에서는 화상, 탈모, 유륜재건, 백반증 등과 같은 다른 치료가 불가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시술 시 사용되는 문신 염료와 마취 연고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그는 “그간 일부 문신 염료에서 카드뮴, 납, 비소 등 여러 발암물질이 검출됐고, 최근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염료의 안전성 이슈가 커지고 있다”며 “마취 시술 시 통증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취 연고도 과도하게 도포할 경우 마비, 심정지까지 올 수 있어 국민 건강에 지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의사들은 타투 스티커, 바디 페인팅, 디지털 타투 프린트와 같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방법으로 타투를 대체할 것을 권고한다”며 “진피층에 침습되는 문신이 보편화되면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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