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말기 암 환자 대상으로 '사기'·비의료인에 의해 운영…소송 과정에서 규모 확장, "업무정지명령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말기 암 환자에게 입증되지 않은 산삼약침을 투여해 환자를 사망케 한 한의사가 형사고소 10년 만에 징역 1년 6개월 형을 확정받았다.
10년에 걸친 긴 싸움 끝에 해당 한의사가 유죄를 받았지만 해당 한의사는 산삼약침 광고를 지속하며 본인이 운영하던 S한의원을 병원급 규모로 확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대법원이 사기와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S한방병원 원장 A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2심 법원의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A씨와 함께 한방병원을 운영한 비의료인 사무장 B씨도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됐다.
한의사 A씨는 S한의원 홈페이지에 ‘산삼약침’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했고, 2012년 간암 말기로 진단받은 환자 C씨에게 항암치료 대신 산삼약침 치료를 권유했다.
실제로 S한방병원 홈페이지에는 '직접 개발한 산삼약침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암세포 자연사멸을 유도하고 손상된 간세포를 회복시켜 간암 환자의 치료기간을 단축시켜주는 효과를 가진다'는 내용의 광고가 게재돼 있었고, C씨에게는 암 치료 사례를 보여주며 산삼약침 치료를 강권했다.
결국 꼬임에 넘어간 C씨는 S한의원에 6개월 동안 4260만원을 내고 산삼약침을 맞았으나 치료 2개월만에 사망했다.
이러한 피해 사례는 폐암, 대장암 등을 앓고 있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 건 있으며, 모두 산삼약침 진료를 위해 수천만원을 지불했으나 오히려 상태가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한의사 A씨가 말기 암에 특효가 있다고 소개한 산삼약침은 효과와 안전성이 모두 검증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 치료법의 핵심 성분인 '진세노사이드' 성분은 말기 암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성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원심 재판부는 S한방병원의 산삼약침 광고와 한의사 A씨가 환자를 상대로 산삼약침의 효능을 속여 치료한 것이 '사기'라고 결론 내렸다.
나아가 원심 재판부는 S한방병원이 한의사 A씨가 아닌 비의료인인 B씨를 사무장으로 해 운영되는 일명 '사무장 병원'이었다고 결론 내리며 이들에게 의료법 위반 죄를 더했다.
실제로 S한방병원의 대표이사는 비의료인인 B씨로 병원 시설을 제공하고 병원 제반 경영을 담당하는 실질적 주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설립하는 형태로 사실상 병원의 홍보 및 환자 관리, 회계, 재산 관리 등 업무를 수행했고, 한의사 A씨는 B씨로부터 급여를 받았을 뿐이었다.
산삼약침 피해자들을 대리해 형사 고소를 진행해 온 법무법인 담헌의 장성환 변호사는 "사건을 맡아 진행한 지 10년 만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며 안도하면서도 "그사이 S한의원은 병원급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산삼약침이 암환자에게 효능이 있다는 광고를 계속 해왔다. 형이 확정됐으나 업무정지명령이나 의료기관 폐쇄명령 등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의사 A씨와 비의료인 B씨는 S한의원으로 시작해 산삼약침 광고 등으로 말기 암 환자 치료에 적극 나서며 S한의원을 병원급으로 확대했다.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소송이 진행되는 속에서도 S한의원은 산삼약침 광고를 지속했고,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따는 이유로 암 환자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사기 행각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 변호사는 "사건을 지속하며 고인의 마지막 정리 시간을 헛된 희망고문으로 날린 것을 알게 된 유가족은 얼마나 비통할까 수없이 감정이입이 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건당국은 환자의 인체에 직접 투입되는 의약품인 약침에 대해 철저하게 안전성과 유효성 임상을 거쳐야만 제조, 시판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유죄가 확정된 만큼 무조건 폐쇄 명령이나 업무 정지를 해야 한다. 지자체에서 업무 정지나 의료기관 폐쇄까지도 명령할 수 있다고 본다. 적어도 업무 정지를 통해 환자를 상대로 산삼약침을 파는 행위는 막아야 한다"며 "그것이야말로 눈으로 보이지도 않고 검증도 거치지 않는 비과학 영역이 의료행위로 포장되어 대중을 현혹하고 사기행위를 조장하거나 방조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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