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약침 '사기' 사건 판결문 보니...환자 상대로 근거없는 의료행위 '돈벌이' 일삼아 실형
한의사 징역 1년 6개월·벌금 1500만원, 사무장 징역 1년 6개월 2심 선고
최대 영리 추구 영업활동, 사기적 사무장병원 운영, 정맥 투여 무면허 의료행위, 간호사 의료행위 교사 등 지적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말기 암환자들에게 입증되지 않은 산삼약침 진료를 부추겨 이윤을 챙긴 S한방병원 진료원장 A씨와 실질적인 원장 역할을 비의료인 사무장 B씨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앞서 1심 법원은 절실한 상황에 있는 말기 암환자들에게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산삼약침을 수천만원에 판매한 A씨와 B씨에게 '사기죄'를 적용하고, A씨에게는 한의사에게 허용되지 않은 정맥주사 방식으로 산삼약침을 투여한 데 대한 '의료법 위반' 및 '의료행위 교사죄'를 적용한 바 있다.
2심 법원은 기존의 죄에 더해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의료 영역을 수익성 창출 목적으로 이용해 지극히 상업적 방식으로 운영된 S한방병원의 실제 운영자가 비의료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위반' 혐의를 더해 처벌을 한층 강화했다.
이에 따라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는 한의사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500만원을 비의료인 사무장 B씨는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하고, 이들을 선고 직후 법정 구속했다.
법원 "홈페이지에 근거 없는 산삼약침 홍보하고 전문상담원 동원해 진료 부추긴 것은 진료 아닌 '상행위'"
2심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S한방병원이 이윤과 영리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했다는 점을 크게 문제 삼았다.
실제로 올해 5월 대법원은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활용해 진료 등을 행하는 한의사의 활동은 간이‧신속하고 외관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영업활동, 자유로운 광고‧선전을 통한 영업의 활성화 도모, 인적‧물적 영업 기반의 자유로운 확충을 통한 최대한의 효율적인 영리 추구 허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고, 한의사나 그들이 설립‧운영하는 의료기관을 상인으로 볼 수 없으며 의료행위와 관련한 법률관계에 대해 상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므로 대법원은 의료인은 환자와 진료계약을 체결하고 의료적 처치에 대한 대가를 받는 과정에서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이윤과 영리를 추구하려는 상인적 자세와 방법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S한방병원 운영자들은 한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이 아닌 자를 상담실장, 총괄실장 등 전문 상담원으로 채용해 내원하는 환자를 먼저 상담하고 이들에게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 자료와 사진 등을 보여주면서, 서양의학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등 절박한 상태에 있는 말기 암 환자에게 산삼약침 등의 의료적 처치를 받도록 유도하게 했다.
실제로 간암 말기 환자였던 한 피해자는 기존 암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병원 직원들과의 상담을 통해 산삼약침 효능에 현혹돼 6개월 간 4260만원을 내고 산삼약침을 투여받았으나 치료 2개월만에 사망하기도 했다.
당시 S한방병원 상담원들은 환자들에게 '(산삼약침은) 산삼 액기스에서 추출한 진세노사이드 성분으로 제조한 약인데, 이를 정맥에 직접 투입하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등 효과가 탁월하다. 간암 말기 환자를 완치한 사례가 여럿 있다', '기존에 치료받았던 병원에서 판정한 여명시한 일수보다 더 오래 사실 수 있다. 연명해 드리겠다'는 등의 말로 환자와 가족들을 꼬드겼다.
또 S한병병원 홈페이지에는 '직접 개발한 산삼약침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암세포 자연사멸을 유도하고 손상된 간세포를 회복시켜 간암 환자의 치료기간을 단축시켜주는 효과를 가진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하지만 산삼약침은 아직 암 환자에 대한 효능에 관해 입증된 바가 없으며, 대한약침학회 역시 내용에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돼 있어 환자를 기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에 부정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산삼약침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S한방병원의 경영을 사실상 주도한 비의료인 B씨는 병원 종사자를 여러 팀으로 조직한 후 직원회의나 교육 등을 통해 매출을 독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 후 진료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중도에 진료를 포기하고 퇴원하는 환자의 비율을 직원별로 통계 내 실적이 좋은 사람이나 팀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고 실적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감봉, 질책 등 여러 불이익을 가하거나 권고사직 등의 형태로 퇴직하게 하는 등 극히 상업적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했던 것이다.
또 통상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처치를 시행할 경우 진료 초기에는 예상 소요 비용의 일부만 지급받고 이후 진료를 계속하면서 그 비용이 다액으로 발생할 경우 추가로 이를 지급받으며, 나머지 비용은 진료를 마친 후 퇴원비 등으로 지급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피해자들은 진료 시실 이전에 이를 지급했다.
재판부는 "이는 가능한 모든 치료를 동원해 보려는 환자와 가족의 절박한 심정을 압박하고 미리 돈을 받아 치료를 중도에 그만두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어 편취의 의도를 인정할 수 있는 사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일반 상업 시설처럼 상행위를 한 S한방병원의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병‧의원 컨설팅 회사 차려 꼼수…비의료인이 실질적 운영자로 병원 장삿속으로 이용
이처럼 환자를 상대로 장사를 한 S한방병원은 비리의 온상으로 불리는 '사무장병원'이었다.
앞서 원심에서는 S한방병원의 사무장병원 의혹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S한방병원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비의료인인 B씨라고 판단했다. S한방병원은 한의사인 A씨가 개설 명의를 제공하면서 진료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표이사인 비의료인인 B씨가 병원 시설을 제공하고 병원의 제반 경영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한의사 A씨와 비의료인인 B씨의 만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한의대를 졸업한 동창 C씨가 개설‧운영하고 있는 D한의원에 영입된 A씨는 당시 '행정원장'으로 불리던 C씨의 동생 B씨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형제 사이인 B씨와 C씨는 D한의원의 운영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가 결국 형인 C씨가 새로운 한의원을 개설하면서 B씨가 D한의원을 인수하게 됐다. 이후 다시 형제 간 갈등으로 D한의원을 나오게 된 B씨는 여기서 나온 운영수익금 등 16억원을 바탕으로 A씨와 공모해 S한의원을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처음부터 한의사 A씨 등 한의사에게 매월 3000만원의 급여를 주는 조건으로 S한의원을 개설‧운영하기로 공모했으며, S한의원을 개설한 2011년 2월부터 A씨는 환자를 진료하고, 사무장인 B씨는 병원의 행정사무, 직원채용, 금전출납 등 제반 경영을 담당했다. 이후 2013년 6월 S한의원이 S한방병원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된 이후에도 A씨와 B씨의 관계는 여전히 동업자 관계로 유지됐던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S한방병원은 한의사인 A씨가 진료원장으로서 병원을 운영하는 거처럼 보였다. 그 이유는 2013년 3월, S한의원이 S한방병원으로 확대된 이후 B씨가 병‧의원 경영컨설팅, 병‧의원 위탁경영지원업 등을 목적으로 한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겉으로는 마치 B씨가 S한방병원에서 분리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B씨가 설립한 주식회사는 S한방병원에 회계관리, 인사관리, 자산관리, 홍보 및 광고 대행, 경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 등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매월 8000만원의 기본보수와 추가보수를 받기로 하는 '전문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B씨는 해당 주식회사를 통해 2014년 3월에는 기본보수를 월 1억3000만원으로, 2014년 6월에는 기본보수를 월 2억5000만원으로 하는 변경계약을 체결해 2014년 12월까지 월 최대 5억8500여만원의 보수를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S한방병원에서 근무할 한의사나 직원을 채용할 때 A씨와 함께 면접 등에 참여했고, 한의사와 직원을 상대로 수시로 매출을 독려하는 강의와 회의를 주관했다. 특히 B씨는 실적이 좋은 사람과 팀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해 응원하고, 실적이 나쁜 사람은 질책과 감봉으로 불이익을 가했다. 이에 S한방병원 종사자 대부분은 B씨가 실제 주인이라고 알고 있었다.
재판부는 사무장병원 여부를 판단할 때 "당초 병‧의원을 개설하는 데 소요된 비용을 누가 염출, 부담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사실상 D한의원을 나오면서 가지고 나온 돈의 주인은 B씨였다고 봤다. 또 B씨가 개설한 회사에서 수억원의 수수료와 실질적 운영자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병‧의원 내 언동을 감안해 B씨를 S한방병원의 개설‧운영자로 보고 A씨와 B씨가 비의료인에 의한 사무장병원 개설과 운영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S한방병원을 사기적 방법으로 공동운영한 A와 B의 죄질이 무겁다"며 해당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A씨와 B씨에게 의료법 위반죄를 가중했다.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산삼약침, 한의사 의료행위 범위 벗어난 점 재확인
한편 재판부는 한의사인 A씨가 환자의 정맥혈관 내 주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주사용 바늘을 정맥에 꽂아 통로를 확보해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의 산삼약침 투여 행위는 '의사'가 시술해야 하는 의료행위로,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산삼약침은 '혈액약침술'의 방법으로 산삼 등에서 정제‧추출한 약물을 주사기를 이용해 혈관인 정맥에 일정량씩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2010년경 이후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산삼약침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이를 부정하는 주장도 다수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며, 아직까지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바 없고, 건강보험의 의료급여나 비급여 대상으로 지정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더욱이 전통적 한의학 기구가 아닌 주사기를 이용해 다량의 약물을 투입하는 행위는 전통적 한의학에서 인정돼 왔던 한의사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한의사가 이를 시술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한의사의 면허 영역에 속하는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A씨는 간암 말기 환자에게 S한의원이 직접 만든 산삼약침을 처방한 것은 의료법에서 정한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고, 간호사들에게 주사하도록 지시한 것은 '의료행위 교사'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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