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AI전문기업들과 협업이나 지분투자 등을 통해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인력이나 비용적인 한계로 인해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 김우연 센터장은 지난 19일 AI 주도 신약개발, 제약바이오 혁신의 새로운 시대’를 주제로 열린 제약바이오 혁신 포럼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국내 AI 신약개발을 가속화할 방안을 제시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씨드 단계부터 IPO까지 AI 신약개발기업에 대한 다양한 투자가 이뤄졌다. 현재 국내 AI신약개발 회사는 50여곳이 있고, 신약개발 AI 플랫폼은 타겟,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 집중돼 있다"면서 "국내 29개 AI 신약개발 기업의 누적 투자 금액은 약 6000억원이며, 시가 총액을 포함하면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가 증가하면서 파이프라인 수도 증가 중인데, 15개 AI신약개발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 수는 총 105건이며, 이중 개발단계 71건, 전임상(비임상) 26건, 임상 7건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임상까지 간 사례를 보면, 닥터노아바이오텍의 뇌졸중 회복 치료제 임상1상, 치매 치료제 임상1상, 온코크로스의 대사성질환(근감소증) 치료제 임상 1상(완료), 2상(IND심사 중)과 심장질환 치료제 2상(IND심사 중) 등이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과 재발성 난소암(OC) 등의 치료제 1상을 진행 중이다.
제약사들과의 협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 온코크로스와 보령(구 보령제약) 등 약물재창출 협업은 10건, 넷타겟과 삼성서울병원을 비롯 타깃 발굴도 10건이며, 파로스아이바이오와 동아에스티 등 후보물질 발굴은 17건 등 총 88건에 달한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AI신약개발 활용과 성공사례 등을 토대로 임상시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AI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특히 대웅제약은 AI신약개발팀을 구성했으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신약후보물질 2개에 대한 적응증 확대 연구에도 AI를 활용 중이며, 크리스탈파이와 온코크로스, 에이조스바이오 등 AI기업들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중외제약 역시 데이터사이언스팀을 운영하는 동시에 신테카바이오, 디어젠, 엠비디 등과 협력 연구를 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마곡 연구센터에 AI신약개발팀을 운영하고 200개의 타깃 후보를 발굴한 동시에 14개의 파이프라인 과제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AI전문기업들과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에서도 한국형 로제타폴드 구축과 AI매칭사업,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 디지털바이오 융복합 전문인력 양성 등 AI 신약개발 가속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 제도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1조원 규모의 바이오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위한 예타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그 예로 중국 크리스탈파이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국내 AI전문기업을 제시했다. 김 센터장은 "설립연도와 AI 기술력만 비슷할 뿐, 누적 투자규모는 각각 5300억원, 878억원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인력 역시 1000명, 50명으로 월등히 앞서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규모의 차이로 인해 성과 역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더 많은 정부, 민간의 투자와 함께, AI 예측력 확대를 위해 공공 뿐 아니라 민간 데이터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뒤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연합학습 기반의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 비용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신약개발 연구환경도 조성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국내 AI 신약개발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선 신약개발을 이해하는 AI 인력과 AI를 이해하는 신약개발 인력이 필요하다. 신약개발 AI기술 검증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현재 공동연구가 많이 이뤄지지만 AI 기술 공급기업과 기술수요 기업 간 적절한 매칭에 의한 가시적 성과는 없다. 공동연구의 단계별 협업 성공사례를 더 많이 도출, 축적해 큰 성과가 나오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센터에서는 학회 등 정기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해 전문인력 간 협업을 도모하고 생태계를 확장해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전문인력 양성과 AI기술 고도화, 데이터 활용 촉진 등으로 AI신약개발을 활성화해 제약바이오 강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에스티 한태동 상무도 "상위 제약기업들의 연간 영업이익이 500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일부는 적자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R&D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면서도 시간과 비용 투자를 줄이고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AI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데이터도 개방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까지 AI개발사와 제약사 간의 이해 부족과 정부와 민간의 투자 미비, 인공지능 모델 한계, 데이터 부족 등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빅파마의 0.6% 연구비만으로 1500건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50건의 라이센싱 아웃 성과도 창출한 만큼, 지속적인 협업과 과감한 투자로 제약바이오를 제2반도체 산업으로 만들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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