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지난 2011년, 치과의사 정모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병원에서 환자 2명에게 눈가와 미간주름을 교정하기 위해 보톡스를 시술했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정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그러자 대법원 전원합의부는 판결에 앞서 '치과의료의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공개변론 자리를 마련했다.
공개변론에서 다뤘던 쟁점은 다음과 같다.
▲치과 의료행위의 범위
치과의사의 진료행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검찰은 치아 및 구강 조직에 관한 질병 치료나 예방행위라고 단정 지었다.
의료법 제2조 2항의 2호에 따라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치과의사 측 변호인은 "치과진료는 '구강악안면' 진료로 봐야 하는데, 이것은 구강(치아)과 악(턱), 안면(얼굴)"이라고 반박했다.
치아와 턱, 얼굴과 인접하거나 연결된 조직의 질병이나 장애를 진료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치과의사 진료 범위에 대한 외국 사례
공개변론에서는 외국의 사례가 근거자료로 자주 거론됐다.
검찰은 일본에서는 치과진료를 턱(치아, 구강)으로 한정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가톨릭대 성바오르병원 강훈(피부과) 교수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구강악안면외과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치과의사의 두 개의 면허, 즉 이중학위(dual degree)를 취득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이에 치과의사 변호인은 "보톡스와 필러는 영국, 프랑스, 싱가폴, 브라질 등에서 치과의사가 제약 없이 시술할 수 있으며, 미국의 경우 과반의 주(29개)에서 치과의사에게 시술을 허용하고 있다"고 반론을 폈다.
▲ 치과의사와 의사의 차이점
강훈 교수는 "턱과 안면도 인체의 일부인 만큼 전신질환의 증상과 징후 등 전반적인 인체 지식이 필요한데, 치대에서 구강, 악, 안면 교육만 받아서는 전문성이 떨어져 환자에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의사는 의대에서 인체 전반에 대해 배우지만 치과의사는 구강악안면의 부분적인 교육만 받기 때문에 '나도 배웠으니 할 수 있다'는 태도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피고인 변호인은 "치과의사들도 교육과정에서 전신기초의학을 수강하며, 현재 한국의 구강악안면외과는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치과의사도 의사처럼 안면 진료를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 미간, 눈가 보톡스 시술의 위법성 여부
그렇다면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구강과 턱관절 쪽은 시술이 가능하지만 안면 전체는 불가한 것인지 공개변론에서 다뤄졌다.
강훈 교수는 "우리나라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는 치과의사 전체의 2%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치과의사는 전문의가 아닌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면 치과계가 주장하는 구강악안면 진료는 전문의 말고는 관련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강 교수는 "턱 관련 보톡스 시술도 치과의사가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미간과 눈가와 같은 보톡스 시술은 의사와 치과의사의 중첩 업무가 절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치과의사 측 참고인으로 나온 서울아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이부규 교수는 "치과의사가 할 수 있는 안면 관련 진료는 안면부 외상, 재건, 기형. 미용성형"이라면서 "미용성형이 목적인 보톡스 시술도 물론 할 수 있으며, 보톡스는 사실 치과의사에게 매우 익숙한 시술"이라고 당위성을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과 대한치과의사협회 최남섭 회장도 공개변론 과정을 지켜봤다.
추무진 회장은 "의료법을 보면 의료인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어 다 같은 의사가 아니다"면서 "이번 기회에 면허범위가 구분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치과의사가 '구강악안면' 교육을 받고 있으니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비인후과 의사도 구강쪽 교육을 받고 있으니 치과치료를 해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면서 "필요하다면 서로 협진하는 쪽으로 가야지, 내가 할 수 있기 때문에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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