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3.16 16:08최종 업데이트 20.03.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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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창궐해도 의약품 정상 생산되려면? '공공제약사'

보건의료단체연합 "시장 독점권 부작용 최소화하고, R&D 성과 공적활용"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혁신적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졸겐스마는 치료비용이 약 25억원에 달하며, 최근 국내에서 의약품 가격으로 인해 게르베코리아의 리피오돌 사태, 고어사 인공혈관 철수 문제 등이 이어졌다.

최근 치료제가 없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의약품이 대체하고 있으나 모두 고가이고, 민간 제약사가 추후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높은 가격으로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과대안 등은 16일 꼭 필요한 때 필수 의약품을 적절히 생산·유통·사용하기 위해서 공적인 구조 마련의 필요성을 각 정당에 제안했다.

현재 이윤 중심의 경쟁적 의약품 생산 체계로 인해 감염병이 창궐해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 생산, 유통, 접근 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감염원에 대한 백신 후보 물질을 개발하더라도 안전성, 유효성 평가 등을 위한 임상시험 승인까지 평균 8~9개월이 소요되며, 이후 임상시험 통과할 시기에는 감염병이 자연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그 때까지 소멸하지 않더라도 질 관리를 하면서 해당 백신을 대량생산하기까지 추가적 시간과 비용이 대거 투입돼야 한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윤 창출과 비용 회수 등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백신생산에 적극 나설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제약시장은 유전자재조합 기술 등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으나, 제약회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의약품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서 환자들의 접근성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실제 우리나라 리피오돌, 고어사 인공혈관 사태는 물론, 영국에서도 버텍스 오캄비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의료보장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으며 호주에서도 노바티스 루테시엄옥토리오탯에 대한 접근성 문제가 발생했다. 

게다가 의료보장을 시행하는 국가는 높아진 의약품 가격을 수용하지 못해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미 우리나라도 낮은 가격으로 고어사가 인공혈관을 국내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고, 게르베는 5배 인상을 요구하며 리피오돌 공급을 제한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R&D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나, 고가신약의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제약기술 발전의 목적은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지만, 본래의 취지는 무색한 상황에서 단지 산업발전과 특허 보호에 치중된 정책결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의 시민사회단체는 감염병 대응 등 공중보건의 우선순위에 따른 의약품 생산, 유통, 사용을 위한 공적 연구개발, 생산, 유통 구조가 필요하며, 동북아시아 차원의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정책과제를 각 정당에 제안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고가 신약에 대응하기 위해 신약의 가격을 비밀로 하는 합의(위험분담계약, RSA)를 시행해 의약품 적정 지불을 확인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약가 비밀주의로 인해 각국의 참조가격제가 무력화되고, 다시 국내 약가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약품 혁신이 공중보건의 우선순위에 따라 이루어지고, 그 혁신의 결과가 모두에게 고르게 분배되는 동시에, 베일에 가려진 상태에서 고가로 책정된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이윤과 분리된 '공익적 의약품 공급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이윤이 개발 동기를 제공하지 못하는 의약품, 공중보건상 필요성이 큰 필수의약품, 공중보건 위기 의약품, 퇴장방지 의약품, 백신 등에 대해 공공제약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 대구첨복의료재단, 오송첨복의료재단,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KBCC), 녹십자백신,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대전TP바이오 등처럼 정부가 소유하거나 투자한 제약 생산 인프라를 확대하고, 공공 제약이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은 특허발명의 정부사용 조항을 적극 활용해 희귀의약품이나 퇴방약의 생산 담당 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 단체는 "필수의약품 및 백신 등 공중보건을 위한 의약품 생산의 안정성 및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의 지역적 협력 강화하고, 공공-민간 공동 투자의 경우 시장 이윤이나 산업발전보다 건강상 필요를 우선시하는 투자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시장 독점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R&D 성과의 공적 활용을 확대하며 의약품 시장을 보다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들 단체는 "의약품의 개발에 지재권(특허권)에 관해 재량권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필수약의 경우 제3자도 공정한 조건을 제시할 경우 특허발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재권 과보호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허가 만료됐거나 무효가 된 경우 약가 인하 시점을 늦추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경우 약가인하가 늦어진만큼의 손해를 특허권자가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따른 공공연구 성과는 무료 개방 학술지에 공개하고, 민간에 이전하는 상업화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의 요구들과 더불어 우리나라도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품목허가자료에서 임상시험, 생산비용을 포함해 외국의 의약품 가격과 임상시험 데이터의 완전공개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R&D 투자 자금 비용이 막대한 것을 고려해 실제 연구개발 예산사용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제약회사 및 의료기술 관련 회사의 수익에 대한 평가와 이익공유를 추진해야 하는 한편 시민사회와 환자단체, 지역사회에서의 감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의약품 품목허가를 위한 제출자료에서 R&D비용, 임상시험 비용, 생산비용, 판매 외국의 의약품 가격을 추가하며, 각 연구 및 생산에 관한 비용 공개를 의무화하고, 공공 R&D가 투자된 보건의료기술에 대래서는 R&D와 임상시험, 생산 등의 비용을 모두 공개하고 관련 공개데이터베이스는 정부가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보건의료의 혁신과 접근성에 관한 각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새로운 거버넌스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보건의료기술의 혁신과 접근성을 포괄하는 범부처 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사회단체 및 환자단체의 입장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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