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05 12:26최종 업데이트 24.05.0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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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만이 의료대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법원이 요구한 수준의 자료를 최대한 정리해서 낼 것"이라며 "의대정원 배정위원회 명단은 의사 결정에 참여한 분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숙의를 거쳐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교육부와 대교협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채 의과대학 모집인원 제출 현황을 전격 공개했다"며 "재판부가 요구한 회의록은 대통령실이 28차례의 의정협의체와 '130회에 걸친 의견 수렴의 결과에 의한 과학적 증원'이라고 호언장담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국회 등의 요구에도 공개하지 않았고, 사법부에도 제출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2000명 증원과 배분이 깜깜이 밀실 야합에 의한 것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먼저 복지부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결정하게 된 연구자료, 교육부가 정원 배정을 위해 각 대학을 실사한 자료, 각 대학에 정원 배정을 결정하게 된 회의록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 회의록이 공개되면 근거 없이 짜고 치는 식으로 의대 배분이 이뤄졌음이 드러날 것이며, 이는 재판부가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의료농단, 교육농단에 이어 이제는 이를 감추기 위해 재판부 결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사법부를 우롱해서는 안 된다. 행정소송에서는 사정판결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복지부가 사정판결을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정판결은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할 때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했다.(행정소송법 제28조). 

하지만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정부정책이 정말 공공복리이자 정상적인 행정행위라면 과학적 근거를 명확히 제출할 수 있었을 것이며, 의대정원 배정위원회 명단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가처분 결정으로 집행정지의 행정소송 경우는 원활한 수행 등을 위하여 민사상의 의사표시와는 다른 ‘공정력’(행정처분의 유효성을 추정하는 힘)과 자력집행력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 행정소송법은 행정처분이 위법한 것임을 전제로 취소소송이 제기됐다 하더라도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집행이 정지되지 않는다(행정소송법 제23조 제1항)는 집행부정지원칙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집행부정지의 원칙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원고가 후일 승소하는 경우에도 이미 집행이 종료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 제6항). 

행정소송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에 대한 재판절차 즉,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그 밖의 공권력의 행사, 불행사의 등으로 인한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하고 공법상의 권리관계 또는 법적용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는 재판절차로서 국가 형벌권의 발동에 관한 소송인 형사소송이나 사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다툼을 심판하는 민사소송과 구별되고 재판기관인 법원에 의한 재판이라는 점에서 행정기관이 하는 행정심판과 구별된다. 

지금 정부가 백기를 들고 의대 증원 '0명'이라고 해도 전공의 당사자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정부 정책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서울고법이 만일 5월 중순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2025년 의대증원은 법원이 집행정지를 내리면 서울행정법원에 있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부의 의대 증원 관련 절차가 전면 중단돼 의대생과 전공의의 생각을 바꾸게 할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 된다. 

그런데 의대 증원 본안 소송은 판결이 날 때까지 5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적어도 10월까지는 의대 증원이 반영된 시행 계획을 대교협이 승인하지 못한다. 결국 각 대학은 의대 증원이 반영되지 않은 시행 계획을 대교협에 다시 제출해 심사받을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일정상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불가능해져  내년도 의대 증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실상 본판결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정부가 대법원에 재항고해 다시 판단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법원이 일정을 아무리 당겨도 최종 판단까지 7월 이전에 법원 결정이 나오기는 어려워 고등교육법 시행령 33조는 ‘6월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상 시행령 위반 시비에 휘둘릴 소지도 있는 만큼 정부가 재항고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사법부까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허용하게 된다. 각 대학이 대교협으로부터 의대 증원이 반영된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최종 승인받고 발표하면, 수험생은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대입 준비에 돌입한다. 의료계 측이 재항고하더라도 절차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진행돼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의료대란을 일으키며 대혼란을 초래한 정부가 정말 공공복리를 위한 것인가? 그러면 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위원회 명단도 감추려고만 하나? 일단 5월 중순, 서울고법의 의대증원 정책 집행정지 인용 판결만이 의료대란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 돼버렸다. 사법부의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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