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12.04 05:20최종 업데이트 17.12.04 05:20

제보

흉부외과 의사로 사는 삶

근무환경 및 처우 등 미래 보여야 전망 있어

서울 중심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환자 집중현상 막아야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흉부외과 의사로 사는 삶
 
경기도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인 A씨는 10월의 마지막 주를 대부분 응급수술에 할애했다. 수술 후에는 중환자실로 옮긴 환자를 돌보기 위해 병원에서 쪽잠을 잤다.
 
지난 10월 31일 오전 외래가 끝나고 오후 4시쯤, 근처 병원에서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전원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환자를 체크하고 수술할 준비를 마친 뒤 저녁 6시부터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은 새벽 1시 반에 끝이 났고,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를 케어 하기 위해 새벽에 쪽잠을 자며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다음날 11월 1일 오전, 이미 잡혀있던 다른 환자의 대동맥 수술과 말초혈관 수술을 마치자 오후 5시가 훌쩍 넘었다.
 
'오늘은 집에 가야지'하는 생각으로 준비 하던 중, 또 다시 대동맥박리 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의 전원연락을 받았다.
 
어제도 제대로 자지 못했던 A교수는 살짝 고민했지만, 응급환자를 외면할 수 없어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저녁 9시 쯤 시작한 수술은 새벽 5시에 끝이 났다. 그렇게 그날도 오전 내내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를 케어하고, 오후 기타 환자들을 살피자 마침내 퇴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데, 또 다시 전화를 받았다.
 
병원 내에서 관상동맥조영술을 실시한 환자가 급격히 쇼크 상태에 빠져 급성심근경색을 보이니 응급수술이 필요하다는 연락이었다.
 
A교수는 다시 차를 돌려 병원으로 향했고, 6시간의 수술을 끝내고 또 한 번 병원에서 쪽잠을 잤다. 결국 A교수는 이틑날 오전 외래진료를 끝내고 난 뒤에야 3일 만에 집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A교수는 이러한 생활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지치지만, 가장 안타까운 점은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집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저녁이 있는 삶은 고사하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가 일쑤였다. 이것이 바로 흉부외과 의사의 삶이었다.
 
흉부외과 의사, 핑크빛 미래가 있어야 한다
 
A교수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병원은 흉부외과 전문의 3명만 있을 뿐 전공의는 한명도 없다.
 
실제로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현재 흉부외과 전공의 충원률은 항상 미달이며, 전문의 배출 또한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현황에 따르면, 1993년에는 65명의 흉부외과 전문의를 배출했지만, 2000년에는 36명, 2014년 28명 등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단 19명의 전문의가 배출됐다.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는 총 정원 44명에 23명만이 지원했다. 소위 말하는 빅5병원 중 일부병원도 흉부외과는 미달을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09년 흉부외과 전공의 충원률이 최저치인 27.3%를 기록하자 수가가산제도를 도입해 흉부외과 수술·처치행위에 100% 수가가산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흉부외과 전공의는 2004년 66명에서 2016년 47명으로 꾸준히 감소해 최근 3년간은 평균 53%의 충원률을 보였다. 전공의 끌어들이기에 실패한 셈이다.

A교수는 흉부외과 기피현상은 10년 넘게 지속된 고질적인 상황으로, 단순히 수가가산만으로는 전공의를 설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교수는 "단순히 수가를 인상하고 전공의 지원금을 조금 더 준다고 해서 전공의들이 흉부외과를 선택하지 않는다.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면 좋은 환경과 처우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줘야한다"면서 "흉부외과 전문의가 설 수 있는 자리가 많아져야 하고, 근무환경과 처우가 좋아진다는 핑크빛 미래가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A교수는 서울의 대형병원 중심의 환자 쏠림현상 또한 흉부외과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A교수는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흉부외과 수술이 많지 않다. 나 또한 응급으로 전원 오는 환자를 마다하지 않고 수술하면서 건수가 많아져 1년에 응급환자 포함 80건 정도의 수술을 하고 있다"면서 "지방에서는 1년에 심장수술을 10건도 하지 않는 대학병원도 많다. 환자들이 전부 수도권으로 쏠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흉부외과 전문의를 뽑아야 할 명분이 부족하고, 그렇다보니 흉부외과 전문의는 설 자리가 없고, 이것은 또한 전공의 감소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A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업무강도가 높아 전공의들이 싫어하는데, 서울 주요 대형병원 이외에는 수술이 많지 않아 지방병원의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수술 실적이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은 지방에서 수술을 받기 꺼려하고, 전공의 또한 수련받기를 기피한다. 이러한 현상이 사이클처럼 돌아 악순환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주요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심장 관련 수술은 60%가까이가 자신의 지역이 아닌 타지역(서울)에서 수술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A교수는 "지방은 상황이 더 좋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환자는 동네의원보다 큰 병원, 지방보다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모든 심장 등 흉부외과 수술은 서울에 집중될 것이고, 이것이 심화되면 미래에는 지방 응급환자가 당장 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도 흉부외과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는 병원이 꼭 보유해야 하는 과로 흉부외과를 지정하고, 외과적 치료행위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교수는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나왔을 때, 핑크빛 미래가 있을 수 있다"면서 "흉부외과 전문의 1세대의 정년퇴임이 이제 시작됐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런 추세라면 향후 수술할 수 있는 전문의들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다각도로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전했다.

#흉부외과 # 전공의 # 전문의 # 의사 # 교수 # 대학병원 # 병원 # 중환자 # 급성심근경색 # 대동맥박리 # 외과 # 수술 #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