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8일 “진료실에서, 그것도 응급실에서 한 사람의 생명이 보호받지 못했다. 과연 의사는 국민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사는 폭력의 볼모지에서 방치돼야 하는가”라고 성토했다.
이 의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을 위한 범의료기관 규탄대회' 격려사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이 의장은 “이번 사건에서 의사와 의료인들이 피를 보고 놀란 것은 아니다. 의사들은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환자를 지혈하고 주의 깊게 진찰한다”라며 “환자들 피를 볼 때는 냉정하면서도 담담하게 피를 사랑한다. 피가 생명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의장은 “하지만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폭력으로 흘러나오는 피는 증오한다. 의사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몸 속에서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동영상을 여러 번 볼 때마다 치를 떨게 된다. 지금도 이렇게 주먹이 불끈 불끈 쥐어져 있다. 의사들 모두 같은 피가 솟구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장은 이 사건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성사인원 20만명을 넘는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의장은 “우리가 이렇게 뛰쳐나왔을 때는 앞으로 나아진다는 희망이 있어야만 한다"라며 “칼이 칼집에서 나올 때는 그 쓰임이 있다. 칼이 나올랑말랑 하다가 뒤로 들어간다면 그 칼은 무뎌지기만 할 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고 했다.
이 의장은 “국민청원 20만명 이상이 불합리한 의료계의 모순들에 변화를 몰고 오기를 기대한다. 내일부터 이런 일이 두번 다시 발생하지 않게 족쇄를 채우는 준비를 단단히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매일 SNS를 통해 대의원 250명과 소통하면서 시시각각 회원들의 우려, 문제점과 개선책, 방향성 제시까지 여러 경로를 거쳐 취합된 목소리를 집행부에 조언과 분위기를 전달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해결책으로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경찰이 절차적 정의를 지킬 것을 촉구했다. 이 의장은 “의료인들은 이번 사안에 대처하는 경찰의 진상파악이 불합리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 국민 건강을 지켜주는 것은 우리 몫이지만, 국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경찰”이라고 했다.
이 의장은 “우리(의사)가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의 대우를 받고 싶었다. 다시 한 번 진료실에서 제대로 된 정의가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둘째, 사법당국에 현행 의료인 폭행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의료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형법 등의 원칙적인 적용을 건의했다.
이 의장은 “의사를 옥죄는 법안은 의료계와 충분한 상의 없이 서슴없이 발의되고 있다. 그러나 의사를 보호해주는 법률에선 이미 있는 조항마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허울의 관행으로 종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 의장은 “의료인 폭행은 기존에 있는 관련법의 원칙적인 적용과 신뢰 가 없다면 어디서든 또 발생한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이리저리 빠져나갈 수 있는 단서조항을 재정비하는데 힘써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셋째, 의협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이 의장은 “현재 국민청원이 6만을 육박하고 있다. 의료인의 문제를 넘어 모든 의사 본인, 의대·의전원 학생을 비롯해 그들의 가족, 친지는 물론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모든 의료인이 함께 해서 반드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국민에 대해서도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폭력에 좌우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민청원”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의장은 “건강지킴의 최전선인 응급실이 폭력으로 멈춰서면 절대 안된다. 어느 한 곳의 응급실도 폐쇄되면 더더욱 안 된다.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 있고, 또 다른 응급 환자가 살 수 있는 숭고한 권리가 훼손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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