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16일 성명서에서 의사가 장폐색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했다가 사망해 법정구속된 사건과 관련, "선의의 의료행위이며 의학적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복통이 없고 배변 활동을 서너 번 해 배가 부드러운 것을 확인'했음을 인지했으나 영상 확인 결과가 장폐색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장청결제를 투여해 내시경을 시도한 것이 잘못된 의료 행위라고 판단했다"라며 "하지만 X-레이와 CT 촬영에서 장폐색이 진단되더라도 '임상적 장폐색'의 여부에 따라 처치가 달라짐은 당연하며 사망한 환자의 진료 과정은 의학적인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같은 영상 소견을 놓고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치가 달라질 수 있다. 병력 청취와 신체 검진이 중요한 이유가 이것이며 이를 종합해 임상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온전히 의사의 몫으로 남겨진다"라며 "우리가 '환자에게 해를 가하지 말라'와 같은 맹세를 수도 없이 많이 해온 이유는 의사로서의 책무가 위태로운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전협은 "환자의 배를 즉각 열어 수술해야 하는 의사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장폐색을 처치해야 하는 의사는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최선의 의학적 처치를 위한 판단의 기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구분된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위태로운 선택의 결과를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재단하려는 사례를 수없이 많이 목도했다. 의사를 판결 이전에 구속한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의료를 바라보는 사법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라며 "선의를 갖고 최선의 의료를 행한 의사를 쇠창살 뒤에 가두는 것은 오직 절대자만이 알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책임마저 의사에게 떠넘기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이러한 사법부의 판단은 국민들로 하여금 의사들이 나쁜 의도를 갖고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조장하며 가장 가까워야 할 환자와 의사의 사이를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다. 환자는 의사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의사들은 수많은 회의감에 일선의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라며 "이 모든 현상의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파국의 현장에는 당연히 사법부는 없을 것이며 오직 극소수의 의사만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전협은 "지금까지 우리가 이어온 단체행동의 근본은 의사들로 하여금 환자 곁과 의료 현장을 떠나게 하는 잘못된 정책을 꼬집는 데에 있었다"라며 "사법부는 단지 이번 단체 행동 구호의 대상이 아니었을 뿐 책임의 대오에서 결코 벗어나 있지 않다. 더 이상 무자비하고 비상식적인 사법 처리로 의사와 국민 사이를 쇠창살 너머로 갈라놓으려 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그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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