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4.08 06:57최종 업데이트 22.04.0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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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허가 앞두고 기대 커지는 '디지털치료제'...거품일까 대박일까

내분비학회 학술대회 디지털치료제 세션 진행..."기존 의료 한계점 보완하며 4P 의료에 적합한 옵션될 것"

세종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올해 안에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료계의 관심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대한내분비학회는 7일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약 4시간에 걸쳐 디지털치료제 세션을 진행했다. 해당 세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디지털치료제가 기존의 의료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면서 4P(예측∙예방∙개인맞춤형∙참여형) 의료에 적합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이를 위해선 기업들의 근거 축적 노력과 전달 방식에 대한 고민,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의사 손 못 미치는 환자들 일상생활서 역할...근거 축적∙효과적 전달 방식 중요

첫 번째 연자로 나선 세종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디지털치료제가 의사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환자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생활습관 개선, 약물 관리 등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디지털치료제는 개발의 신속성, 보급의 용이성, 사용의 편리성 등의 장점이 있어 디지털헬스케어라는 흐름 안에서도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며 “임상경과나 예후관리 측면에서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기존의 치료가 부족했던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높은 기대만큼이나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는 지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임상적 효과와 산업적 성공을 보여주는 사례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개발이 되더라도 의사들의 처방과 환자들의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경제적 이득은 있을지 등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 교수는 “디지털치료제는 이제 시작 단계다.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의학적 근거는 활발하게 축적되고 있고, 기존의 치료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메꿔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각 개인의 상태를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별 환자에 맞게 생활 속에서 치료적 가이드를 해줄 수 있다”라며 “생물학적 차원뿐만 아니라 생활 방식이나 중증도에 따른 맞춤형 접근도 할 수 있을텐데,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근거를 쌓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디지털치료제가 가진 특성 등을 고려해 효과를 보다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단순히 기존에 검증된 치료 수단을 디지털화하는 수준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포노사피엔스라고 불릴 정도로 스마트폰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디지털로 전달하는 이 기술의 특성, 장점, 맥락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사람들의 생각, 행동, 습관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지금은 초창기라서 기존에 효과가 있는 것들을 디지털 형태로 전달하는 수준이지만 더 획기적이고 진전된 형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UX, UI, 사용성, 사용편의성 등이 중요하다. 결국 디지털치료제도 환자가 잘 사용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약이 특정 장기와 조직으로 갈 수 있게하는 전달 시스템이 중요하듯이 디지털치료제 역시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이 외에도 웨어러블 기기나 가전제품 등과의 연동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또한 “개발 과정에서 특정 질환 전문가뿐 아니라 심리학, 디자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협력해야 제대료 효과를 발휘하는 디지털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신재용 교수.

디지털치료제 환상 걷히는 검증 과정 있을 것...팬시한 아이템서 치료 옵션으로 변모 기대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신재용 교수 역시 “기술적 요소는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진료를 비롯한 디지털헬스에 대한 의사와 환자들의 거부감도 상당히 줄었다”며 디지털치료제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건강보험 체계가 허들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 뚫으면 모든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가능하다. 확장성 측면 등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다만, 검증 과정에서는 디지털치료제에 낀 거품이 걷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디지털치료제도 결국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환상이 걷히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제품들이 걸러지고 고도화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작용기전이나 컨텐츠 유지보수에 대한 이슈도 보다 세분화되고, 임상시험이 아닌 리얼월드에서 쌓인 데이터를 통해 효과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그럼에도 이런 과정을 거쳐 디지털치료제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관련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정부는 디지털치료제 평가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한미약품, 한독,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디지털치료제의 안착을 위한 몇 가지 제언도 내놨다. 그는 먼저 인허가와 상용화가 연속 프로세스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또한, 대상 질환 등에 따라 인허가 단계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도화된 디지털치료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들여다 봐야 하겠지만 비교적 경증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허가를 해주고, 빠르게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업들은 작용 기전을 최대한 탄탄히 해서 처방하는 의료진, 사용하는 환자, 지불하는 보험자가 모두 믿고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또한 평가 시스템과 관련해선 “업체들은 실제 제품이 사용되면 6개월, 12개월, 24개월 등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효과를 보고하는 데 대해선 자신감을 보인다”며 “그래서 약속한 만큼의 효과를 달성하면 수가를 계속 유지해주고, 그 이상의 성과가 나오면 이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인정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독일은 1년 후에 리얼월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며 “이런 제도가 있으면 디지털치료제가 팬시한 아이템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치료 옵션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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