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4.18 16:36최종 업데이트 26.04.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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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받는 의료 영역 어떻게 지킬 것인가? 직역 관리와 직무 수호를 위한 시대적 사명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의사 업무 범위에 대한 일종의 ‘잠식’과 ‘갈등’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다. 영어로 ‘scope creeping(업무 범위의 변화와 확장, 침식)’으로 일컬어지는 이 문제는 국제적으로는 단순히 의사의 권한 축소보다는 보건의료 인력의 재구조화(reconfiguration)라는 명제로 드러난다. 이런 논의의 배경에는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기관의 보고를 통해 보건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이 지구촌 전체의 현재와 미래의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예측 때문이다. 미국의 맥킨지는 오는 2030년까지 약 1000만 명 규모의 보건의료 인력 부족을 예상한다.
 
많은 국가에서 의대도 늘리고 이에 맞춰 입학정원도 늘렸으나, 시대 변화에 따른 의료환경의 변화로 의사 수 늘리기에는 한계를 맞고 있다. 여기서 논의의 핵심 중 하나는 의사의 수적 증대에서 업무의 재배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맥킨지의 실제 글로벌 전략에서도 돌봄 제공에 대한 재설계를 주장한다. 즉, 의사 인력 부족의 구조적 대응 전략으로 고숙련 인력(의사)의 업무를 저숙련 또는 다른 직종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그 배경의 이유로는 무엇보다도 의사 인력 부족과 지속적인 의료비 상승, 그리고 접근성의 문제를 꼽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런 논의가 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우리나라의 수진율과 병상 수, 그리고 각종 보건의료 지표를 보면 ‘세계 1위의 효율성’으로 봤을 때 접근성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선진국이 목표로 하는 돌봄의 영속성(Permanence of care)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의료의 장점과 특징적인 요소는 주로 평일 ‘주중 진료’에 있다. 공적 근무시간 외 주말과 휴일 등의 돌봄과 응급의료 모두를 포괄하는 영속성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의료도 접근성의 문제가 있다. 물론 전 세계에서 문제가 없는 나라도 단 한 곳도 없다.
 
전문성이냐? 보편성 확장의 대충돌이냐? ‘돌봄의 영속성’에서 방향 찾는 의료 영역
 

‘영속성’ 입장에서 의료는 주중 정규 시간과 응급의료 이외 여전히 ‘돌봄’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성이 필요하다. 이는 ‘24, 7, 365’로 표현되는 상징적 구호가 상황을 잘 말해준다. 이런 국제적 추세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경험해 보지 못한 전공의 집단사직을 최근에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의사 직무의 수평적 확장 논의에서 간호사에게 PA 업무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전공의를 값싼 근로자로 취급했던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부족함도 문제였다. 전공의가 복귀하고 나서 다시 대형 수련병원의 PA는 임시 방편적 조치일지 아니면, 전공의의 부담을 어느 정도 경감해 주는 일종의 ‘은혜로운 조치’가 될지는 앞으로 냉정히 지켜볼 일이다.
 
미국이 주도한 PA제도, 전문간호사의 직무는 종래 의사에게 독점적 직무였던 진단과 처방, 만성질환 관리까지 넓게 확장됐다. 이는 특히 일차진료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고비용에 고도의 훈련이 요구되는 의사직은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재편돼 통상적이고 낮은 수준의 난이도를 지닌 직무는 비 의사 인력을 향한 방향으로 수평 이동 중이다. 이제 의사의 고유한 직무는 고난도와 매우 복잡한 영역으로 큰 짐을 안고 분류돼 나갈 추세로 느껴진다.
 
지금도 의사 수가 인구 1000명당 0.5도 채우지 못하는 많은 저소득국(LMIC)이 존재하고, 이들 나라는 단기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대체인력이 의사 직무를 떠맡고 있다. Health Officer, Clinical Officer 등으로 호칭하는 비정규의 의사 인력이 의사 부족이 심각한 지역에서 보편적인 수술도 감당하고 있다. 의사가 없는 것보다는 좋다는 접근성 개선 효과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해방 이후 의사가 몹시 귀한 시절 태평양전쟁으로 단기간의 교육으로 만들어진 일본제국의 군의관과 병의원의 보조 경력자, 검정고시 출신, 만주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된 유, 무자격자 모두를 의사로 인정한 시기도 있었다. 현 세대는 이런 암울했던 시대를 기억하지도, 혹은 알지도 못할 만큼 우리 사회는 매우 급성장을 누렸다. 비정규 교육 인력을 동원한 무모한 접근성의 확대가 현재의 도시 쏠림 현상과 지역의료에 대한 불신의 한 원인으로 한국인의 무의식에 박혀있다고 볼 수 있다.
 
의사가 부족해 초진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나라에서는 의사가 직접 진찰해야 한다는 과거의 인식에서 접근성의 문제로 PA나 전문간호사에 의한 진료 수용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의 진료를 기반으로 접근성이 매우 우수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이런 추세에 이제 인공지능의 약진도 전문의 의뢰에 관한 ‘트리아지’도 어느 순간에 자동화될 것 같아 의사의 전문성은 결국 치료적 결정과 감독자로 이동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2023년에 주 의회에서 기록적인 수의 의료 행위 범위 확대 법안이 통과됐다고 한다. 현재도 의사가 주도하는 ‘팀 기반 진료’를 약화하려는 비 의사 의료인의 시도와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의사협회(AMA)는 지난해 부적절한 진료 범위 확대 법안만 약 100건 정도 막아냈다고 한다. 약사에게 검사 및 약물 처방과 약물 남용 장애 또는 심지어 HIV를 단독 치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전해진다.

안경사들은 수술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고, 심리학자와 자연 요법사들도 약물 처방을 허용하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한다. 간호사와 기타 전문간호사, 그리고 의사 보조원들은 의사의 참여 없이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의 전국 각 주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계속해서 발의되고 있다. 심지어 의원들이 반복적으로 ‘안 된다’라고 부결시킨 주도, 매년 이러한 법안들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빠르게 진화하는 AI, 노골적인 다 직역 간 영역 침탈 절박한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이런 끈질기고 반복적인 도전에 미국 AMA는 “우리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환자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과 훈련, 기술을 갖춘 의사가 주도하는 진료를 받을 자격이 있기에 AMA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진료 범위 확대에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원 형태가 아닌 급여 근로 의사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특히 고용주가 의사에게 누구와 어떻게 협력하거나 감독해야 하는지 지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 의사는 자신의 팀에 속한 의사 보조원을 선택할 권리가 없는 일이 생길 수 있고, 협력이나 감독의 형태에 대한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음에 충격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AMA는 올해에도 주 의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속칭 악성 법안 저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필요한 자원을 제때 제공하고 의사 주도 팀 기반 진료의 중요성에 대해 입법 분야 종사자들을 설득하고 교육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한다는 계획과 포부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한방대책’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직역 간의 갈등을 대비해 직역 관리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협회의 중요한 의제기도 하다. 국내외 정치적 환경도 매우 험난하고 도전적이다. 인공지능과 다 직역의 직무 확장의 시도와 돌봄 재편성에 대비하는 직역 관리의 전문성과 협회의 역량 강화는 급박한 시대적 요청 사항이다.
 
<참고 자료>
https://www.ama-assn.org/practice-management/scope-practice/they-re-back-wide-array-scope-creep-billsproposed-2024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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