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16 07:24최종 업데이트 24.01.1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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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의무법' 우려가 현실로…의료진 '과실' 없지만 설명의무 위반 선고 잇따라

법원, '과실' 입증 어려운 의료소송에서 법 감정 고려해 기준 모호한 설명의무 위반 확대 적용해 판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 조운 기자] 최근 일단 의료행위 결과가 나쁘면 소송을 제기하는 경향이 증가하는 가운데 그 배경에 '설명의무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이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의료행위 전후로 치료방법, 예후, 부작용 중 어느 하나라도 설명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 의료진에게 위자료 물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의료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이 과실이 없어도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자료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뇌 손상을 입은 채로 태어난 신생아의 보호자가 병원과 의료인을 상대로 제기한 1억 7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설명의무 위반으로 2000만원을 선고한 사건이 있었다.

재판부는 당시 옥시토신을 투여해 유도분만을 시행한 의료진의 판단은 적합했다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환자에게 옥시토신 투여의 필요성과 부작용 등을 설명하지 않아 산모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며 의료진에게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해당 판결 이후 산부인과 의사들은 앞으로 분만시 사용되는 모든 행위의 부작용을 일일이 환자에게 설명해 환자가 스스로 유도분만과 제왕절개 중 적합한 것을 선택하게 해야하는 것이냐며 반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우측 경동맥 내막절제술을 받았다가 1년간 혼수상태에 빠졌던 환자가 끝내 중증 뇌부종으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들이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 측에 설명의무 위반으로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로 환자가 사망했다는 유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경외과 수술 당시 의료진은 열흘에 걸쳐 뇌·경동맥 MRI 검사와 MRA 검사, 혈관조영술, CT 검사 등을 시행했고, 수술 중 혈류장애 및 급성 뇌경색, 뇌압 상승 등 이상에 대해 의료진이 충실히 대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해당 수술의 합병증 및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500만원을 유가족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잇따른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환자들의 '묻지마 의료소송' 제기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동진의 전성룡 변호사(전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의료소송은 원고 측이 실제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과실을 입증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입증이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최근 법원이 설명의무 위반을 확대 적용해 환자 측의 입장을 반영해 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이러한 판결로 인해 환자들은 의료진의 과실이 확실하지 않아도 중대한 결과가 나오면 의료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재판부도 환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한 결과가 나온 사건에서 과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것이 우리나라 법 감정과 맞지 않다는 생각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의사의 설명을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 시행령이 2017년부터 본격 시행된 이후로 법원은 적극적으로 의사의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판결을 해오고 있다.

그는 "문제는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의료인 입장에서는 설명의무에 걸리지 않으려고 아무리 설명을 잘해도 재판부 입맛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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