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28 10:28최종 업데이트 23.06.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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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학회 "정부, '두통' 질환 관심 부재…환자 고통 심각"

학술대회서 산소치료 급여 필요성·새로운 약물에 대한 접근성 강화 등 촉구

사진 = 대한두통학회 춘계학술대회.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두통에 대한 정부의 관심 부재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에 많은 제한을 겪고 있으며,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다. 의료진 역시 두통 진단을 위한 상담, 평가시간이 필요함에도 적정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두통학회는 지난 25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현장등록을 포함해 총 175명이 참석했다.

학술대회에 앞서 열린 대한두통학회 평의원회는 항CGRP(칼시토닌유전자관련펩티드) 항체 치료 급여화 이후 지나치게 까다로운 급여기준에 대해 논의했다.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가 높은 항CGRP 항체 약물이 급여화된 점은 고무적이나, 12개월 급여사용 이후 중단을 해야 하며 재사용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는 등 과도하게 제한적인 급여 규제로 인해 약물사용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오히려 악화돼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학회는 이 같은 문제로 일부 제약사에서 한국시장에서 급여진입을 주저하거나 보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환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약제관리비나 두통평가교육 등에 대한 수가가 없고 약제비 원가만 그대로 병의원 매출로 반영돼 환자를 치료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문제도 지적하면서, 관련 치료를 시행하는 병원이 줄어드는 문제도 제기했다.

조수진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특히 대학에서 소아청소년 두통과 성인 난치 두통 등 고도의 병력청취와 치료전략을 요하는 경우에도 두통질환에 대한 중증도가 낮게 평가해 상급종합병원 지정 불이익 등을 우려, 대학병원에서 두통환자의 진료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편두통 환자에게 새로운 급성기 치료로 혈관안전성이 높은 레이보우정에 대한 수가 책정의 어려움으로 현재 비급여로 등재됐다. 군발두통에 대한 산소처방 급여화도 아직 이뤄지지 않아 환자 부담과 불편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IRB를 통해 추가 용량(300ML) 도입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건강보험공단 급여관리실과 보건복지부 등에 산소치료의 급여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건의했으나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이라며 "제한적인 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회에서 적극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정부에서 두통에 대한 관심이 낮아 해결이 요원한 실정이다. 정책 접근이 개방화되고 두통환자에 대한 관심도 증가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소아 두통 치료 어려움·항CGRP 적용 가능성 제시

학술대회는 티칭세션(Teaching session)과 구연발표, 런천심포지엄, 뇌압변화와 두통세션, 해외연자 특강, 워크숍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첫 세션인 티칭에서는 인제의대 박홍균교수가 벼락두통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reversible cerebral vasoconstriction syndrome: RCVS)에 대해 강의했다.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은 뇌혈관의 수축이 가장 특징적이지만 뇌영상에서 정상인 경우도 있어 환자를 의심하고 적극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나지훈 교수는 소아과에서 소아 편두통 환자의 유병율이 가장 높음에도, 소아환자 검사 어렵고 병력청취에 시간이 많이 소요돼 소아편두통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공유했다. 

또한 성인에서 사용 중인 항CGRP 항체 등을 난치성 소아편두통 환자에게 원내 IRB 승인 등을 거쳐 결과적으로 드라마틱한 호전을 보인 경험을 보고했다. 

경상의대 신경과 김수경 교수는 기침·운동·성교에 의해 발생하는 두통, 외부압력·당김에 의한 두통, 일차찌름 두통, 두피 일정 부위에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하는 동전두통, 수면 중 두통이 일어나는 수면두통, 신생매일지속 두통 등 여러 가지 특수한 두통에 대해 강의했다.

을지의대 조수현 교수는 저산소증·혈액투석·갑상샘기능저하·심한 동맥고혈압·심근경색 등에 의한 두통은 편두통양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으나 각질환마다 두통에 대한 진단 및 치료방법이 달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심근경색에 의한 두통의 경우 흉통이나 심전도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중년의 심혈관위험요인이 있는 50대 이상의 중년의 환자가 두통이 처음 생겼다면 심장 관련 검사를 고려해봐야 한다"면서 "갑상선기능 저하는 진단 전 두통이 먼저 발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엠겔러티 효과 없을 때 프레마네주맙 변경시 1/3 효과…건보 빅데이터 분석으로 흡연·비만에 따른 두통 증가 보고

이어진 구연발표에서 서울의대 신경과 윤소정 전임의는 편두통 환자들이 앰겔러티에서 효과가 없었던 경우 프레마네주맙으로 변경했을 때 1/3정도에서 좋은 효과가 나타나는 점을 발표했고, 서울의대 신경과 최소연 전임의는 MRI검사상의 이상 소견을 바탕으로 자발두개내저압의 가능성을 분류하는 번 스코어 시스템(Bern score system)을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적용시 진단적인 민감도가 높지 않아 MRI에만 진단을 의존할 수 없음을 역설했다.

연세의대 하우석 전임의는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해 편두통환자에서 파킨슨의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으며 65세 이하의 젊은 여성에서 이러한 위험도가 더 높음을 발표했다. 한림의대 조수진 교수는 약물과용 두통에서 목통증의 비율이 높고 치료 후 호전됨을 발표했으며, 서울의대 김남오 전임의는 국가건강검진 및 국가건강보험데이터를 결합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비만이 편두통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규명했다.

한림의대 강미경 전임의는 약물과용 두통 다기관연구를 통해 약물과용 두통을 치료하면 급성기 약제반응이 좋아지는 결과를 보고했다. 

서울의대 김승애 전공의는 국가건강검진과 국가청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40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상대위험도가 증가했으며, 상대위험도 증가가 폐경 전 여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즉 흡연이 편두통 발병에 관여하며, 여성호르몬과의 상호작용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림의대 소아청소년과 손혜준 임상강사는 소아편두통 102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수면장애, 학업·학교 스트레스, 멀미, 피로, 스마트폰 사용, 소음 등이 흔한 편두통 유발인자임을 보고했으며,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학업스트레스가 두통 유발요인으로 흔하게 발생한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신경과 이미지 교수는 국내 다기관 군발두통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을 5년간 장기 추적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럽보다 국내 환자들의 재발이 적었으며, 등록된 군발기 시작 이후 평균 22개월 뒤 다음 군발기가 재발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적게 재발하고, 과거 군발두통 경험이 많거나 계절경향성이 있거나 두통 위치가 바뀐 경우 좀 더 많은 재발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 게판트(Gepant) 급성기+예방 모두 가능

런천심포지엄은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문희수 교수가 편두통 신약 게판트(Gepant)를 소개했다. 문 교수는 "급성기효과와 예방효과를 모두 내는 최초의 약물로, 급성기약물은 유브로지판트(ubrogepant), 리메지판트(rimegepant), 자베지판트(zavegepant), 예방약물로 아토지판트(atogepant), 리메지판트(rimegepant) 등이 있다. 현재 사용중인 항 CGRP 항체치료와 다른 점으로는 반감기가 짧아 오히려 가임 여성 등에서 장점이 될 수 있고, 급성기약 효과도 함께 내는 동시에 약물과용 두통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직 사례가 많지는 않으나 외국에서는 항 CGRP 항체치료와 병합해 치료하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화의대 이대목동병원 김병수 교수는 항 CGRP 항체치료의 권장지속 기간에 대해 강의했다. 김 교수는 "최초 유럽 각 국가의 보험기준상 9~12개월 사용 후 3개월 중단후 재평가를 권고했으나, 3개월 약물 중단 시 악화가 높은 비율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현재 유럽두통연맹에서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최소 12~18개월, 필요시 18개월 이상 사용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요시 보툴리눔독소, 경구약물 등과 병합해 사용할 수 있으며, 효과가 없는 경우 앞으로 게판트 계열 약물 등이 도입되면 폭넓은 스위칭(switching)선택지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임신·수유부의 경우 항체치료는 금기기 때문에 가임기 여성이 항체치료 중인 경우 5-6개월 정도는 피임을 해야 하며, 게판트 계열은 반감기가 짧아 가임기여성에게 더 안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뇌압변화 두통 중 특발두개내압상승 두통 주원인 '비만' 

오후 세션에서는 뇌압변화에 의한 두통에 대해 심도 있는 세션을 가졌다. 

부산의대 신경과 김지영 교수는 특발 두개내압 상승이 두통으로 주로 발현하며 일시적인 시각장애, 박동성 이명도 동반될 수 있고, 시신경유두부종 소견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자발두개내저압은 병명과 달리 실제로 측정해보면 뇌압이 정상 이하인 경우가 많지 않아 뇌압이 정상이어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MRI상 특징적인 이상소견이 70-80% 정도에서만 나타나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의대 신경과 최재환 교수는 "특발두개내압상승의 주 원인이 비만이기 때문에 체중감량이 중요하며, 15%까지는 감량을 해야 한다. 시력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 션트수술 또는 시신경감압술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시야이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약물치료로 뇌압강하제인  아세타졸아마이드를 사용하며, 최근 뇌척수액조절에 관여하는 HSD11B1 억제제, 당뇨약제로 쓰이는 GLP-1 작용제 등을 사용시 긍정적인 임상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신경과 이미지 교수는 임상적으로 합당한 환자라면 뇌영상 척수영상검사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모든 영상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경막외혈액첩포술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또한 경막외혈액첩포술 후 최소 24~72시간의 절대침상안정과 약 2~4주의 안정기간이 필요하고, 최소 3개월은 운동이나 힘쓰기를 피할 것을 권고했다. 뇌탈출이 의심되는 경우 적극적인 수술적 치료를 통해 압력차를 교정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영준 교수는 자발두개내저압의 영상진단의 어려움, 시술적 처치를 통해 호전된 다양한 사례, 치료가 어려웠던 사례 등을 공유했으며, 신경과, 진단 영상의학과, 중재 영상의학과 및 통증의학과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해외연자 특강으로 네덜란드 레이덴 대학의 기셀라 터윈트(Gisela Terwindt) 교수가 나서 일반적인 가족성편마비편두통(familial hemiplegic migraine) 원인 유전자 뿐 아니라 아무 유전자 이상이 없어도 가족력을 중요하게 봐야 하며, 현재 신약으로 사용되는 약물이 작용하는 기전인 CGRP와 5-HT 1F 수용체 관련 유전자가 편두통과 관련 있음을 보고했다.

이후 이어진 워크숍에서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배대웅 교수와 경북의대 서종근 교수가 두통환자 치료에 도움되는 신경차단술과 보툴리눔독소치료에 대해 강의와 실습 지도를 했고, 30여명의 참석자들이 술기를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차기 두통학회장 주민경 교수 선출, 오는 9월 14일부터 17일 국제두통학회 서울에서 개최
 
사진 = 대한두통학회 주민경 차기 회장.

한편 이날 총회에서 대한두통학회 학회지에 출판된 논문 중 Clinical Characteristics of Reversible Cerebral Vasoconstriction Syndrome: A Large Korean Multicenter Study(가역적 뇌혈관 수축 증후군의 임상적 특성: 국내 대규모 다기관 연구, 제1저자 을지의대 신경과 조수현·교신저자 서울의대 신경과 이미지)가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Varicella Zoster Meningitis with Multiple Cranial Neuropathies: A Case Report and Literature Review(다발성 뇌신경병증을 동반한 수두대상포진 수막염: 증례 보고 및 문헌 고찰, 제1저자 가톨릭의대 신경과 황일중, 교신저자 가톨릭의대 신경과 박정욱)가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오전에 진행된 초록발표에서 우수구연상으로 최소연 전임의(서울의대 신경과, 연제: External validation of the bern score for diagnosing spontaneous intracranial hypotension)와 김승애 전공의(서울의대 신경과, 연제: Effect of smoking on the development of migraine in women: A nationwide cohort study)가 수상했다.

신임 대한두통학회장으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가 선출됐으며, 임기는 오는 2023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2년이다.

올해 국제두통학회(International headache congress, IHC)는 서울 COEX에서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된다. 전 세계 약 80개 국가 약 2000명 이상의 두통 전문가가 모여 최신 두통 치료 지견을 공유하는 자리로, 700여편의 최신연구결과가 초록을 제출돼 활발한 교류가 이어질 전망이다.

두통전문가 양성과정 iHEAD도 오는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학회장에서 함께 개최되며, 한국에서는 17명의 젊은 의사들이 참가한다. 국제환자지지모임인 GPAC(IHS Global Patient Advocacy Coalition: IHS-GPAC)도 IHC기간 중인 9월 15일에 열리며, 예비 모임으로 대한두통학회 주관 하에 8월 18일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국내환자지지모임도 개최할 예정이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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