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사들 “면역력 약한 60세 이상 노인 단체접종 연기해야” 수차례 권고했지만 묵살돼
“다른 행사와 달리 주민들 몰려 조기 물량 소진...국민건강 최우선 보건기관이 감염 확산 주범"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전라남도 강진군보건소·보건지소가 3일부터 5일째 만 60세 이상 군민 3000명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예방접종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물론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을 우려해 접종사업 일시 중단과 연기를 권고했지만 강진군보건소는 접종사업을 그대로 강행했다.
이에 의사들은 국민보건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건기관이 오히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주범'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강진군보건소·보건지소 10곳, 지역주민 3000명 대상으로 대상포진 접종사업
강진군보건소와 보건지소 10곳은 지난 3일부터 5일째 대상포진 접종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 준비된 백신물량 3000개가 소진될 때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1월 21일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데다, 지난 2월 4일 강진군과 가까운 광주광역지에서 첫 확진자(16번째 환자)가 나오면서 주민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16번째 환자는 6일 가족 2명(18번, 22번)에게 감염시켜 광주 확진자는 모두 3명이 된 상태다.
지역의 한 제보자는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로 어느 때보다 기본적인 방역이나 감염병 전파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광주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했고 전남에도 확진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여러 명이 모이는 예방접종 사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강진군보건소·보건지소의 대상포진 접종사업은 지난해 12월 19일 마련된 강진군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 조례를 근거로 한다. 이 조례는 강진군 군민에게 대상포진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해 질병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만 60세 이상 성인에게 대상포진 조기치료·예방이 중요한 질환으로 예방접종을 권장하지만, 높은 가격 탓에 접종률이 저조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강진군보건소는 이전에 기초수급자들에게만 무료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시행했던 사업을 6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기초수급자들은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고 60세 이상 일반주민은 7만5000원의 백신 구입비를 내면 접종할 수 있다.
이승옥 강진군수는 보도자료에서 “대상포진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군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예방 백신을 구입해 보건소에서 접종을 실시한다. 많은 군민들이 대상포진 예방접종으로 건강을 지키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공중보건의사들, 사업 연기 강력하게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미 강진군보건소와 보건지소 소속 공중보건의사들이 대상포진 접종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를 연기할 것을 강진군보건소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돼서다. 하지만 전문직인 의사들의 의견을 강진군보건소는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강행했다.
공중보건의사들에 따르면 실제로 강진군보건소에 하루 평균 150명 이상의 주민들이 예방접종을 위해 다녀갔다. 일부 보건지소의 경우 주민들이 많이 올 때는 150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강진군 소속 A공중보건의사(공보의)는 “하루에 150명 이상의 주민들이 강진군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맞았다고 한다. 지역주민들은 대상포진 접종이 비싸지만 보건소에서 싸게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말했다.
A공보의는 “보건소 근무 인력이 접종을 하러 방문한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손세정제를 사용하게 하는 등 어느 정도 기본적인 방역은 시행한다”라며 “하지만 기저질환도 있고 면역력이 좋지 않은 60세 이상 고령의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감염병 유행 시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16번 환자가 다녀간 광주 21세기병원 의사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보건소에 검사를 의뢰했으나 묵살 당했다고 들었다. 강진군에서도 의사의 의견이 무시된 채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사업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근무인력이 3명에 불과한 보건지소다. 강진군 보건지소 소속 B공보의는 “근무인력 한 명은 진료하고 한 명은 예방접종력을 확인하고 한 명은 주사를 놓는다. 이대로라면 예방접종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고 주민들의 통제가 어려운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B공보의는 "보건지소 내 출입 환자수를 제한하기 힘들고 외부에 주민들이 대기할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보건소측에 선별진료를 할수 있는 환경을 위해 지원 요청을 했으나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인파가 몰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령의 농촌 주민들에게 저렴한 비용에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는 시기에 이런 사업을 진행하면 자칫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명의 접종자가 본인도 모르게 의심환자와 접촉한 다음 접종을 위해 방문한다면 면역력이 약한 다수의 어르신들에게 오히려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진군보건소, 일시 중단한다더니 그대로 진행...성황리 진행으로 물량 소진
강진군보건소·지소는 감염 확산 우려로 대상포진 접종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그대로 진행했다.
강진군보건소 관계자는 6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주민들의 우려에 따라 7일까지만 접종사업을 하기로 하고 일시적으로 중단하려고 한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종식되면 다시 접종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7일 보건소에 재차 문의한 결과, 접종사업은 종료되지 않았고 물량 소진으로 자동 종료될 예정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대상포진 접종 사업이 오늘(7일) 정말 중단됐나”라고 묻자 강진군보건소 관계자는 민원인으로 착각하고 “오늘은 모든 접종 일정이 끝났다. 50개 정도 남았는데 월요일 아침에 선착순으로 마감된다”고 설명했다.
공중보건의사들은 “접종사업은 연기되지 않았다. 백신 물량이 다 소진돼서 자동으로 종료될 예정일 뿐이다”라며 “현재 대상포진 사업 기간은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 잡혀 있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지나간 후에 다시 시작해도 문제 없다.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되는데도 강진군이 대상포진 접종 사업을 연기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라남도의사회 이필수 회장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모든 행사 일정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명이 한 자리에 모이는 보건소 사업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의 노인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우려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국민 건강을 위한 공중보건의사들의 진정성있는 건의를 무시한 채 강진군보건소가 일방적으로 접종사업을 강행한데 대해 유감이다. 즉시 전라남도청에 예방접종 사업 중단을 요청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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