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6.28 06:19최종 업데이트 19.06.2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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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치사(Synthetic lethality)를 유도하는 항암제 개발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출처: 바이오센츄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왜 PARP 저해제인 린파자가 미국종양학회인 ASCO에서 3년 연속으로 주목을 받은 항암제가 되었나? 지난 주에 이어 오늘은 그 과학적인 배경을 알아보면 좋겠다.

생물체의 몸에선 끊임없이 세포분열 즉 하나의 세포가 두 개로 늘어나는 증식이 일어나는데 이때 원래 세포의 DNA도 복제된다. 모든 세포는 DNA를 유전 정보로 가지고 있다. 이러한 DNA의 정보는 RNA로 전사된 후 단백질로 번역되고, 이 단백질이 생명체에 필요한 여러 생리 작용을 일으킨다. 유전체(genome)를 정확하게 유지하는 것은 모든 생물체의 생존과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DNA를 완벽하게 복제하면 생물체가 계속 살아남지 못한다.

즉 DNA는 방사선이나 자외선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 손상을 입을 뿐만 아니라, 신진대사의 산물인 활성 산소나 DNA 복제 실패 등의 내부적 요인에 의해서도 지속적으로 손상을 받는다. DNA 손상은 DNA 한 가닥 또는 두 가닥의 절단, 염기의 변화, 염기간의 비정상적인 결합, DNA 구조를 변화시키는 물질이 DNA에 결합한 경우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인간의 DNA는 복제 시 필연적으로 에러(error)가 발생한다. DNA 손상이 발생하게 되면 DNA 손상 관문(damage checkpoint)이 활성화돼 세포주기의 정지, DNA 수선 시스템(repair system) 작동, 염색질 재형성(chromatin remodeling), 전사기작 조절, 세포 사멸(apoptosis) 및 세포노화(senescence)와 같은 다양한 세포반응이 일어난다.

이렇게 ‘합성 치사(synthetic-lethal)’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두 유전자의 변이들의 조합은 세포 사멸을 일으키지만, 어느 한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세포사멸이 일어나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체내 세포에서 DNA 손상이 매일 일어나지만, 이를 수리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해 손상된 DNA를 수리하기 때문에 세포가 살아남을 수 있다. 적절한 DNA 수리가 일어나지 않으면 세포는 합성 치사로 죽게 된다. 세포는 유전체를 올바르게 보전하기 위해, 손상된 DNA의 종류에 따라 그에 맞는 DNA 복구 기작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DNA 복구 기작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인정돼 2015년 노벨 화학상이 수여되기도 했다.

많은 이전 실험 결과 PARP-1 단백질 저해 시 정상세포와는 달리 암 세포에서 선택적으로 강한 세포독성이 유발되는데, 이는 후속의 DDR(DNA damage response)이라는 수선 시스템이 우리 몸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PARP 단백질은 DNA 복제 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에러를 복구하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이다. 핵에서 손상된 DNA를 인지해 활성화된 후 DNA 수선(repair) 관련 단백질들을 불러 모아 post-translation 과정을 통해 활성화시키는 핵심 효소다. 지금까지 많은 PARP 패밀리(family)가 알려졌지만, 오직 PARP-1과 PARP-2 단백질만이 poly(ADP-ribosylation)이 가능한 DNA-수선 효소로 밝혀져 있으며 세포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가장 대표적 DDR으로는 BRCA1/2가 관여하는 HR(Homologous recombination)과 DNA-PK가 관여하는 NHEJ(Non-homologous end joining)가 있다. DNA 손상 시스템에는 많은 단백질들이 관여하고 있어 만약 이들에 있어서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손상 치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암이 발생될 확률이 수 배에서 수백 배까지 올라간다. 그 때문에 일반적으로 세포들은 DNA breaking을 수리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동재조합(HR) 기능이 상실되면 유전체가 불안정하게 되고, 이는 다양한 유전적 변화를 유발시킴으로써 결국 종양이 발생된다.

이러한 DNA 복구가 올바르게 진행되지 못해 발생된 암 세포의 경우에는 시스플라틴(cisplatin)과 같은 DNA에 손상을 주는 항암제에 더욱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이 1990년대 말부터 제안됐다. 그런데 암세포에서 BRCA1, 2 변이가 일어나면 상동 재조합 결핍(HRD)이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메커니즘인 DDR(DNA damage repair)만 이용한다.

이에 PARP 저해제는 DDR을 억제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원리로, 정상세포는 두가지 DNA 수리 메커니즘을 이용하기 때문에 암세포만 특이적으로 죽일 수 있다. 항암작용을 목적으로 한 PARP 단백질 저해제는 바로 이러한 DDR 시스템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암을 대상으로 암 특이적인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으로, ‘합성 치사’ 이론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됐다.

아스트라제네카(AZ)와 머크(Merck & Co., 북미외 지역 MSD)의 난소암 치료제 '린파자(Lynparza, 성분명 Olaparib)'는 PARP(poly ADP ribose polymerase) 저해제다. 2019년에는 절망의 암 췌장암, 2018년에는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PRC), 2017년에는 HER2 음성 BRCA 변이 전이성 유방암에서 표준 항암화학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유의하게 향상시키면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3년 연속으로 주목을 받았다.

현재 린파자는 생식세포에 BRCA변이(gBRCA, 이하 BRAC변이로 표기)가 있는 진행성 혹은 재발성 난소암과 BRCA변이가 있는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쓰인다. 또한 시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로 전체 췌장암 환자 가운데 3~5%가 gBRAC1, 2 변이를 가지고 있다. 그 밖에 PALB2 변이, 불안정 유전체(unstable genome), BRAC 변이 시그니처(mutational signature) 등 DDR 변이는 24%에 이른다.

긍정적인 임상 결과에 따라 최근 PARP 저해제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앞서 AZ와 협력하고 있는 머크에 이어, 지난해 12월 GSK는 난소암 치료제로 승인받은 PARP 저해제 '제줄라(성분명 niraparib)'를 보유하고 있는 테사로(Tesaro)를 51억달러에 인수했다. 클로비스 온콜로지(Clovis Oncology)의 루브라카(Rubraca)도 난소암에 승인됐다.

PARP 저해제의 항암제 성공 이후 다음 ‘합성 치사’ 타깃은 무엇일까? IR(ionizing radiation)에 노출돼 두 가닥의 절단됐을 때는 ATM(ataxia telangiectasia, mutated), Chk2 저해제가 cell-cycle arrest를 일으키도록 개발되고 있다.

한편 UV damage와 DNA 복제 시 DNA 한 가닥이 손상됐을 때는 ATR(ATM and Rad3-related), Chk1(Checkpoint kinase 1), Wee1(Wee1-like protein kinase) 등을 타깃한 DDR 저해제가 활발하게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언젠가 ASCO에서 이런 타겟들에 대한 임상 발표가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끌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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