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의대생, 전공의, 전임의)가 5일 오후 5시부터 6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파업 중단' 방침을 결정하고 최종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의대생들은 6일 자정까지로 연장된 국시 실기시험에 응시하도록 하고 전공의·전임의들도 7일 오전 7시부터 진료현장으로 복귀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는 6일 내부 공지에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합의한 내용에 따라 단체행동을 잠정적으로 유보한다”라며 “다만 비상사태를 유지해 젊은의사 비대위가 추후 정부의 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감시를 위한 전공의 단체행동에 대한 부분은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와 젊은의사 비대위는 4일 의협 최대집 회장이 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부와의 합의문 서명을 두고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돌연 파업 중단을 선언한 이유는 의료계 최고 결정권자인 의협 최대집 회장이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파업의 명분을 상실했다는데 있다.
파업 로드맵 5단계 중 1단계로 변경…전공의 복귀, 학생 복귀, 1인 시위만
젊은의사 비대위는 원래 5일 오후 5시부터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 대표자들 모여 긴급 회의를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협소한 장소 문제로 각 직역이 나눠서 회의를 진행했고 8시에 다시 연합 회의가 재개됐다.
의료계 제보를 종합하면, 이 때 대전협 박지현 위원장이 파업 5단계 로드맵을 공개하고 현재 3단계 수준에서 1단계 수준으로 변경하자고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5단계는 ▲1단계: 전공의 복귀, 학생 복귀, 국시 응시, 1인 시위만 진행 ▲2단계: 1단계와 동일하나 전공의 당직 거부 ▲3단계: 1인 시위, 전공의 파업, 동맹휴학, 국시 거부, 수업 거부 ▲4단계: 필수의료 포함 전체 파업 ▲5단계: 전공의·학생 전체 블랙아웃, 코로나 업무도 모두 중단 등이다.
박 위원장은 추가적인 파업을 원하는 전공의들을 위해 박지현 위원장을 불신임한다는 안건을 제안했다. 하지만 참석 대의원 197명 중에서 찬성 71명, 반대 126명으로 박지현 위원장 불신임건은 부결됐다. 이렇게 되자 파업 중단으로 상황이 정리된 것이다.
박 위원장이 파업 중단을 선언한 배경에는 최대집 회장이 젊은의사 비대위와 제대로 상의를 하지 않은 측면은 있지만, 의협이 의료계 대표기구로서 서명을 한 이상 파업을 할 명분을 상실했다는 데 있다. 자칫하다간 의료계 전체가 분열된 것으로 비쳐져 오히려 투쟁의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사국시 실기시험 재접수 신청이 6일 자정까지 연장된 이후 또 다시 연장이 어려운 관계로 의대생들의 대거 유급 상황을 우려한 것로 나타났다.
박 위원장은 4일 합의문 서명 이후 인스타라이브에서도 “합의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니다. 합의 결정권은 최대집 회장에게 있다”라며 “하지만 그 과정이 전공의들과 공유되지 않았고 문제제기 하는 과정에서도 독단적 진행과정이 매우 폭력적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황한 강경파 전공의·의대생들 "얻어낸 것이 없는데 파업 중단이라니"
젊은의사 비대위 방침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7일 오전 7시부터 1단계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 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만약 보호가 되지 않는다면 6일 오후 7시에 단계 상향을 고려한다.
젊은의사 비대위는 1단계로 돌아가는 대신 의료정책 정상화 상시감시기구 설립, 의대생 국시 실기 학생 보호와 날짜 재조정, 의대생 휴학구제 등 학생 보호, 전공의 구제 및 불이익 감시, 협의체 구성원 비율 감시, 정부·여당 일방적 정책 재추진 시 파업 재개, 정당한 파업 방해시 파업 재개 등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파업을 지속하길 원하는 강경파들의 반발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앞서 의대생들의 90%는 합의문 서명 이후에도 국시 거부를 원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전공들의 70~80%도 파업 지속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파업 로드맵 1단계 하향 소식이 알려지자 전공의와 의대생 100여명이 오후 10시 전후로 서울시의사회관 앞으로 달려갔고 11시 30분쯤 해부학 교수로 알려진 사람이 회의장에 들어가려 시도했다. 이를 회의장 안에 있던 이들이 막으면서 회의는 중단되기도 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정말 파업 중단을 선언하는 것인지를 확인하면서도 “얻은 것 없이 파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경파들은 6일 오후 3시에 열리는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 회의에도 달려가 합의문의 최종 추인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날 범투위 회의는 추인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경과보고를 받기 위한 것이며,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젊은의사 비대위가 파업 중단을 결정하더라도 파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상당수 전공의와 의대생들로 인해 파업 중단과 사태 수습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모 전공의는 "아무 것도 없은 것이 없다. 이러려고 유급과 국시 재응시까지 각오하고 파업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여당과 의협의 원점 재검토' 합의에 여권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백기투항이냐고 문자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과 아픈 환자들에 백기투항이라면 맞는다"라고 말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며 "의료서비스의 지역 불균형 해소, 필수의료 강화, 공공의료 확충의 원칙을 지키며 끈기를 가지고 소통, 협의하며 추진해나가겠다. 이번 의협과의 정책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정책 및 제도 개선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전공의들도 의료계 내부의 절차적 문제를 삼는 것이지, 합의 자체를 문제삼진 않는다. 돌아올 명분은 확보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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