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1.12 07:04최종 업데이트 17.01.1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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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질환 보장성강화 계속해야 한다

"비용 감당능력이 병의 호전을 좌우한다면…"

[칼럼] 중앙보훈병원 김봉석(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시행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되돌아보면 2013년도에는 초음파검사 등 25개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였고, 2014년에는 일부 고가 항암제와 검사 등 100개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거나 건강보험기준을 확대 실시하였다.

2015년에는 방사선치료, 수술 관련 의료, 심장/뇌수술 재료, 의료행위 연계 부수재료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었고, 보장성 강화 정책의 마지막 해인 2016년에는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특수검사, 암교육 상담료, 일반 수술재료에 대한 건강보험의 적용이 확대되었다.

이와 같이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한 제도적 지원과 재정적 지원 및 가시적 건강보험의 적응증 확대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왔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의 호혜를 받은 암환자와 가족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암치료에 대해 만족할까. 2015년도에 시행된 암치료에 대한 만족도 조사(PACE Survey 2015)에서는 국내 암환자 중 39%만이 치료과정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의 끝자락인 2016년 11월 4일에 '한국 암치료 보장성 확대 협력단(Korea Cancer Care Alliance, KCCA)'은 현 시점에서 암환자의 신약에 대한 접근성과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그리고 항암신약에 대한 욕구를 파악하고자 총 207명의 암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한국임상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였다.

그 중 1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량조사의 결과 중 중요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암치료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요인은 경제적 요인(37.3%)이 1위였고 다음으로 정신적 요인, 육체적 요인, 사회적 요인 순서였으며, 치료 과정 중에 정신적 요인과 육체적 요인은 줄어드는 반면 경제적 요인은 치료가 거듭될수록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② 암치료 비용 중 가장 높은 것은 항암제 치료(60.5%)가 1위였고 다음으로 수술, 입원 및 약제비, 간병비 및 요양비 순서였다.

③ 비급여 항암 치료제에 소요된 비용과 비례하여 암치료 비용이 증가하였고, 이는 비급여 항암 치료제에 소요된 비용이 전체 암 치료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④ 비급여 항암 치료에 1개월(5주) 기준 소요되는 비용은 평균 431만원이고,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은 평균 621만원이며, 감당할 수 있는 기간은 평균 9.0개월이었다.

⑤ 비급여 항암 치료제 비용이 부담되는 정도를 5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평균 4.64점이며, '부담된다(4+5점)'라고 응답한 자는 95.7%이고, 비급여 항암 치료제 비용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응답한 자는 83.8%였다.

⑥ 비급여 항암 치료 계획에 대해 무한정 비급여 항암 치료를 받을 수는 없고 한계가 있다(62.5%)가 가장 높고, 비급여 항암 치료 중단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자가 22.7%이며, 비급여 항암 치료를 중단한 것은 경제적 이유(69.0%)가 1위였다.

⑦ 암환자가 기다릴 수 있는 신약 허가 및 보험급여 승인 소요시간은 평균 4.1개로 조사되었다.

⑧ 암 진단 시와 비교한 현재 환자의 상태가 '호전'인 비율이 높은 응답자 특성은 '현재 비급여 약물 처방 받는 자', '암 최초 진단 년도 1년 이내', '만 30세 미만(66.7%)', '월 평균 가구소득 601만~800만원 이하(58.3%)', '민간보험 가입'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 동안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분명 암환자에서 진단, 치료 그리고 완화의료 지원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기 암환자에서 신약에 대한 접근성은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아래 그림과 같이 암진단, 수술 및 방사선 치료의 보급률은 높은 반면, 다른 선진국 대비 항암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은 아직도 현저히 낮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한국 항암 신약의 현주소, 2016, KCCA


[한국 암치료 분야별 보급 및 접근성]

조사 결과를 보면 항암신약으로 치료 받았던 환자들은 치료 효과가 만족스럽다고 답했으며, 상태가 호전되어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고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는 등 삶의 질이 향상된다.

이러한 병의 호전과 삶의 질 향상이 비용감당 능력에 좌우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환우회 회장은 "의료기술 발전으로 효과 좋은 항암 치료제가 쏟아지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허가 전이거나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치료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병세가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설문에 참여했던 환자는 "남편이 해볼 수 있으면 해보라고 했는데 너무 비싸서 보장이 없잖아요. 언제까지 끝난다는 보장이 없어서 한 번 하면 끝까지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아이들도 대학생 2명이고 물론 엄마 목숨이 먼저지만 그래도 경제적인 면에서 부담스럽다고. 진짜 해보고 싶었지만 제가 못한 거죠"라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는 암환자와 가족의 현실임에 분명하다.

4기 암환자의 치료 목표는 생명연장,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재난적 치료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접근 방식은 건강보험 재정 재분배를 통한 효율성 제고와 신약의 신속한 보험등재를 위한 급여가격제도 실효성 검토 등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항암신약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하나의 권력 단체나 이익집단 또는 연구학회가 나서서 해결할 수 없기에 관련된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여 해결해야 한다.

4년 동안 쉼 없이 진행되어 온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도 그 간판은 내려졌다. 암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그 동안의 정책 요소요소에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정부와 국회, 의사와 환자 그리고 가족, 제약회사와 시민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환자 중심' 암 치료 보장성 향상을 위한 정책 토의 상설기구를 설립해 막이 내린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 NEXT를 연이어 진행하여야 한다.

#4대중증질환 #보장성강화 #메디게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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