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8.01 18:29최종 업데이트 24.08.0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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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료사고 배상보험 가입 의무화' 적극 검토…천문학적 배상금에 고액 보험료 이중 부담 우려

21대 국회에서 배상공제조합 미가입시, 민간보험사 배상보험 가입 의무 법안 발의…의료분쟁 브로커 판 칠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해 의료기관이 의료사고 배상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정책을 구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의료사고에 대한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통해 필수의료 기피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막대한 배상 책임을 묻는 현 사회 분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가 의료사고 배상보험‧공제 체계를 확충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추진 중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는 연세대 김태현 교수가 보건복지부의 정책연구용역을 받아 수행 중인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및 종합보험 도입 연구' 내용을 토대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보험·공제 체계 구축 방향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여당은 이미 한 차례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추진한 바 있다. 올 초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제21대 국회에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을 의무화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해당 법안이 폐기됐다.

과연 의료배상공제조합 혹은 보험사의 의료배상책임보험 가입은 실제 의료인의 소송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까?

의료배상공제 또는 의료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한 의료인은 의료분쟁 발생 시 공제조합이나 보험사의 요청을 받은 손해사정인이 사고 조사를 하고 의료적·법률적 검토를 거쳐 의료과실 여부를 판정해 의료과실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손해배상액을 제시하고 환자 동의를 얻어 보험금을 지급하고 합의하는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게 된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책임보험이나 배상공제에 가입하면 의료인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어 진료 중단 등에 따른 추가적인 손실을 최소화하고 분쟁 및 소송에 대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또 의료분쟁 발생 시 보험회사나 공제조합에 사고접수를 하면 보험사나 조합 측에서 의료인을 대리해 환자와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배상액 지급으로 손해배상을 갈음하므로, 환자와 대면하지 않고 분쟁 해결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로써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특정 전문과목들도 분쟁 위험이 줄어들어 기존의 전공의 기피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천문학적 액수의 의료사고 배상금 문제가 해결하지 않은 채 의료기관에 책임보험 또는 공제조합 가입을 의무화할 경우 의료기관들은 보험료·공제료 지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입법영향분석 보고서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입법영향분석 보고서'(김주경, 임사무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평균 조정신청금액은 1억 1358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 의료기관의 연간 평균 배상공제료 납입액은 2023년 기준 176만 원 수준이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연간 125만 원 내외, 병원 및 종합병원의 경우 연간 1200만 원 내외의 배상공제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책임보험 연간 평균 보험료 납입액은(2023년 기준) 그보다 높은 약 255만 원 수준이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료배상공제조합은 "의료배상책임보험은 타 보험에 비해 의료인이라는 한정적인 가입 대상으로 운영돼야 하고, 가입자의 높은 보험료에 대한 부담과 피해자의 높은 배상금에 대한 기대라는 양측의 욕구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며 "의료사고의 특성상 높은 배상액으로 인해 안정적 손해율 유지가 어려울 수 있으며, 동 개정법률안 시행 시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보험사 간 또는 보험사와 공제조합 간 과도한 경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른바 브로커가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의료배상공제조합은 "정부, 보험사, 공제조합 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이 같은 우려 사항에 대한 보완대책 없이 바로 의무 보험제도로 변경하는 경우 시장 논리에 따라 과도한 경쟁이 유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며 "손해율 유지를 위해 합의 금액을 조절해야 하는 등의 역기능이 발생하는 경우, 의료 관련 분쟁의 조속하고 원만한 해결이라는 제도의 목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손해보험협회 측은 해당 법안이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을 의무화한 데 불만을 제기하며 민간보험상품과 공제상품을 동등한 조건하에서 선택·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공제조합 측은 보험사,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현재 의료분쟁을 처리하고 있는 기관들이 가입 유치, 의료분쟁 심사, 당사자 간 합의 등 각자의 역할 및 강점들에 대한 중립적 공유와 협의가 필요하며, 동 개정법률안 개정 이전에 구체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도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형사처벌 특례조항을 마련해 의료인 의 공제조합 등 가입 여부와 연계될 수 있게 운용해 의료인의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가입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바라봤다.

특히 병협은 "필수의료분야의 경우 중증·응급환자 등 의료사고 위험률이 매우 높고 건당 지급되는 손해배상금도 높아서 고액의 보험료까지 이중부담하게 되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므로, 보험료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재정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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