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의료사고를 판단하려면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판결은 둘을 구분하지 않은 판단으로 채증 법칙(증거를 취사 선책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법칙)을 위반한 오류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헌법은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만에 하나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법률에 의해 범죄로 규정돼 있지 않는 이상 형사 처벌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형사 처벌을 하더라도 고의 행위를 원칙으로 하고, 과실 행위는 별도의 규정을 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1은 피해자를 '비특이적 복부 통증'으로만 진단했다. 변비와 소화기 장애에 대한 치료만 실시하고 외래 진료를 받을 것을 안내하고, 피해자를 귀가하도록 했다. 의무기록지에 흉부 X-레이에서 확인되는 이상소견을 기록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고 했다. 또한 법원은 “피고인2는 피해자의 흉부 X-레이 사진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 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사진상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있다‘는 '영상의학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료기록과 관련해서 형사책임이 가능한 것은 의료법 제22조(진료기록부 등) 3항에 ‘의료인은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가 유일하다.
그러나 ‘의무기록지에 흉부 X-레이에서 확인되는 이상 소견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과 ‘영상의학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료법22조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형사 책임에서는 죄형법정주의로 인한 유추해석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판결문은 이 사건을 지나치게 유추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사소송에서 법관이 유죄판결을 선고하기 위해 확신에 이를 정도의 입증을 요구한다. 바로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이다
또한 의사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때에 따라 위험을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진이 의료행위를 할 때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특이한 체질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제3의 요인에 따라 얼마든지 생명과 신체에 악(惡)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의료행위와 이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 간의 인과관계는 대부분 불분명하다. 과실로 판단되는 의료행위의 위험이 모든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통상적인 위험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형사처벌은 업무상 과실에 따른 결과만을 근거로 법률에 의해 범죄로 규정돼 있지 이상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의사가 오진했더라도 최선을 다해 진단했다면 의사의 과실을 물을 수 없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일반적으로 의사가 오진을 했다고 해서 바로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의나 과실로 인해 오진을 했다는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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