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수련 질 확보 위한 노력 필요…업무공백 해소·지도전문의 역할 강화 등 병행돼야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해외에 비해 한국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이 높은 수준이라는 이유로,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0일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의 쟁점 및 주요국 사례의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950년대 전문과목 표방허가제를 계기로 전공의 수련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도제식 교육의 특성, 수련병원과 대한병원협회를 중심으로 한 관리·운영 체계의 한계 등으로 인해 전공의는 근로자의 권리도, 피교육자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게 보사연의 견해다.
이후 2015년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제정되면서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책임이 강화되고 근무 제한 규정이 마련됐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사연 고든솔 보건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전공의 평균 주당 수련시간은 전공의법 시행 직후인 2016년 92.0시간에서 법 시행 후인 2018년 79.2시간으로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초과 수련을 하는 전공의가 다수고 특히 낮은 연차, 외과계 전문과목에서 초과 수련 경험 비율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고든솔 부연구위원은 "전공의들은 24시간 넘게 연속 수련을 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연속 수련 역시 낮은 연차일수록 경험 비율이 높았다"며 "시행 이후 실사용 휴일 수, 당직 이후 휴식시간 등은 개선됐으나 여전히 제대로 된 휴식시간과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졸업후교육인증위원회(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ACGME)에서 수련시간 제한을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인증 요건으로 적용하고 있다. ACGME는 2003년 7월, 모든 전문과목의 수련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수련시간 제한을 의무화했다.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4주 평균 80시간으로 제한하고, 최대 연속 수련시간은 24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되 교육과 인계 목적이라면 6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최근엔 전공의 1년 차의 최대 연속 수련시간을 16시간으로 제한하고 2년 차 이후도 16시간 후 전략적 쉼(strategic napping) 시간을 주도록 했다.
캐나다의 수련시간 제한의 필요성은 퀘벡주에서 먼저 제기됐다. 2009년 맥길대학 전공의들은 24시간 이상의 연속 근무가 환자와 전공의 모두에게 위험하다고 주장했으며, 2011년 판결을 통해 퀘벡주는 연속 수련시간을 16시간 이하로 제한했다.
퀘벡주 사례를 계기로 캐나다는 2013년 6월, ‘전공의 수련시간에 관한 국가 운영위원회(National Steering Committee on Resident Duty Hours)’를 구성해 국가 차원의 지침과 권고 사항이 개발됐다. 캐나다 전공의들의 주당 최대 수련시간은 60~90시간 가량으로 최대 연속 수련시간은 24시간(퀘벡주 16시간)이다.
또한 영국은 주당 전공의 최대 수련시간을 56시간으로, 최대 연속 수련시간을 16시간으로 제한했다. 2009년 유럽연합에서 정한 노동시간지침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근무시간을 26주 평균 48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며 13시간을 초과해 연속으로 근무하지 못한다. 또한 의무적 휴식 기간 등이 주어진다.
고 부연구위원은 "주당 최대 수련시간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 80시간’ 수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연속 수련시간은 24~28시간 수준이며, 교육과 인계 목적일 때는 2~4시간 연장이 가능하도록 한다"며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련시간 기준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주당 최대 수련시간은 교육 목적일 때 최대 8시간 연장할 수 있어 사실상 88시간까지 가능하다. 최대 연속 수련시간은 36시간, 응급 상황 발생 시에는 40시간까지 가능해, 주요국에서 교육과 인계 목적으로 연장하는 경우일 때 최대 28시간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수련기간 단축과 병행돼야 하는 정책적 대안도 제시됐다. 고든솔 부연구위원은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에 대해 논의하고 관련 규정을 도입한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전공의 수련시간은 수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임상·학술활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환자 치료뿐 아니라 관련된 행정 업무, 인계, 당직, 그 외 교육활동이 수련시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 방식 개선과 관련해서는 수련 프로그램을 체계화해 수련 과정을 통해 갖춰야 할 역량을 명확히 정의하고, 지도전문의의 역할을 강화하여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할 의료기관 업무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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