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회사가 한의사들에게 초음파의료기기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하자 이를 중단하라고 요청한 의사협회를 포함한 의료계단체들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사협회, 전의총, 의원협회가 GE Healthcare 등에 한의사 초음파기기 판매광고 중지 요청을 하고, 검체 수탁검사를 하는 의료기관에 한의사들이 요청한 혈액검사를 하지 말 것을 요청한 사안을 심사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의사협회 등은 2009년 1월, 2012년 5월 경 GE Healthcare Korea(주) 등 4개업체에 초음파진단기기를 한방의료기관에 판매하기 위한 광고를 중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2011년 7월에는 16개 검체검사기관에 한방의료기관이 의뢰하는 혈액검사를 하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자 공정위는 2014년 11월 현장조사와 함께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모 위원을 조사하고 최근 이 사건을 심사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의사협회의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의사협회는 의료기기판매업체 및 진단검사기관에 특정사업자(한의원, 한방병원 등)와 거래한다는 이유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특정사업자와 거래를 중단하도록 강요하거나 이와 유사한 행위를 다시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위는 "의사협회는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을 의료기기판매업자(4개), 진단검사수탁기관(16개)에 서면으로 통지하라"고 요구했다.
의사협회와 전의총, 의원협회에 부과할 예정인 과징금 액수도 수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달 28일까지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라고 의사협회, 전의총, 의원협회에 통보했다.
의료법상 한의사가 초음파의료기기를 사용하면 한의사에게 허가된 면허범위를 초과한 것에 해당한다.
2012년 2월 헌법재판소는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사용한 것은 의료법상 한의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①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 환자의 병상과 병명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침술 등 치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학적 지식이나 방법에 기초한 것이 아니며 ② 의료법은 아직 한의사와 의사의 업무영역과 면허범위를 구별하는 이원적인 체계를 취하고 있으며 ③ 초음파검사는 기본적으로 의사의 진료과목 및 전문의 영역인 영상의학과의 업무영역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의사협회는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니 팔지 말라'고 의료기기업체에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공정위는 한의사들이 초음파기기를 실제 사용하면 의료법 위반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한의사들에게 판매하지 말라고 의료기기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압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의사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 의사는 페이스북에 "청소년에게 술, 담배를 팔지 말라고 동네 마트에 요구하면 이것도 위법이냐"고 따졌다.
의사협회는 조만간 공정위 처분안에 대한 반박 의견을 제출할 예정인데, 만약 공정위가 이를 기각하고 처분을 강행할 경우 의료계의 집단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