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28 12:42최종 업데이트 24.05.2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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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에게 미안하다" 눈물 보인 서울의대 교수들

서울의대 비대위 "현 상황 만든 기성 세대 의사로서 반성…원점 재검토 수용되면 돌아오길"

서울의대 교수들이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의대 교수들이 병원과 학교를 떠나있는 전공의·의대생들에게 “기성 세대 의사로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일부 교수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현 상황에 이른 데 대해 제자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나가 있는 전공의들 버텨주고 있는 동료들에게 첫 번째로 전하고 싶은 말은 ‘미안하다’다.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서 제대로 환자를 볼 수 있는 환경으로 돌아가도록 해보자고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중간 착취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굉장히 충격이었고, 그들이 나갈 때 처음에는 원망했다. 하지만 뒤에서 그들이 왜 나갔는지 얘기를 듣고 나서는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지금 이 자리에 이르렀는가 고민했다”며 “(전공의·의대생들에게) 외롭다고 생각하지 말고, 모든 직역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꼭 돌아와달라고 전공의들에게 말하고 싶다. 다만 본인들의 신념을 제대로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얻으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재승 서울의대 비대위 2기 위원장은 “전공의들에게 할말이 없다. 개인적으로 나만 명의 소리 듣고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삶을 산 건 아닌지 이번 비대위 활동을 하면서 많이 반성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원점 재검토를 해준다면 제자들에게 ‘우리 교수들부터 잘 할테니 제발 들어와서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이루자. 의사도 행복하고 환자도 행복하고 내가 늙어서 국민이 돼서도, 농촌에 가서 살더라도 좋은 진료를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고 제자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준성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제자들이 너무 보고싶다”며 “젊은 의사들을 바깥으로 내몰리게 한 기성 세대 의사로서 부끄럽고 반성한다”며 “우리는 기성 의사들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의료계의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리 또한 이런 걸 너무 모르는구나라고 반성하게 됐다”며 “기성 세대 의사이자 선배 교수로서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생각하고 시작하겠다. 젊은 의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의료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발판을 만들어 놓겠다. 우리를 믿어달라”고 했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를 맡으며 정부에서 의료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며 “의료계에 대한 이해가 우리가 보기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들이 의료정책 통이더라. 오래 해온 사람들도 정말 모른다. 지금까지 의료계는 뭘 했는지 나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젊은이들이 병원을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기성 세대 의사로서 후배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책임을 방기해왔던 내 자신을 후회하고 앞으로는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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