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강아지 구충제 암 치료 논란
강아지 구충제가 대한민국의 암 치료 의료계를 강타했다. 강아지 구충제로 암이 치료됐다는 외국의 환자 사례가 국내로 전해지면서, 전국의 동물병원에서 이 약이 품절됐다.
암 환자들은 절박하다. 30%가 넘는 암 환자들이 우울증, 불안증 등의 정신질환이 발생한다. 그만큼 암은 공포스러운 병이다.
하지만 암은 우리에게 더욱 깊숙이, 흔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 사망하는 사람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의료의 눈부신 발전으로 조기 진단율과 치료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진행된 암은 여전히 치료가 어렵다. 게다가 부작용이 있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견뎌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돈 5000원짜리 강아지 구충제로 암을 치료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암 환자들에게 전해졌다. 여기에 의지하고 싶은 환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구충제 복용을 두고 의사, 약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지어 그 약을 제조하는 제약회사까지 복용을 자제하길 권고하면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저렴한 구충제로 인해 고가의 항암제를 판매하지 못해 자신들의 생태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해, 구충제 복용을 반대한다는 음모론까지 꺼냈다.
의사가 환자에게 싼 약 대신 비싼 약을 처방해서 얻는 이득은 없다. 환자의 부담이 줄어든다면 의사에게도 좋은 일일 뿐이다. 싸고 좋은 약이 나와서 비싼 약을 만들던 제약회사가 퇴출된다고 해도, 의사들과는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저렴한 구충제가 암 치료에 분명한 효과가 있고 부작용을 감수할만 하다면 복용을 말릴 이유가 전혀 없다. 기적의 암 치료제를 누구보다 원하는 건 매일 환자들의 죽음과 마주하는 여러 병원 암센터의 의사들이다.
의사들은 이런 구충제와 같은 자주 듣고 산다. 암 분야만 보더라도 지금의 구충제만큼 의외의 효과 사례가 보고되거나, 동물 연구가 진행된 기적의 약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강아지 구충제는 어떤 암에, 어떤 기전으로,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있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심지어 복용 방법조차 연구되지 않았다. 이 약의 부작용으로 사망한 환자의 보고서도 발견됐다. 게다가 이 기적의 소식을 전한 영국의 소식지는 "코딱지가 몸에 좋다"는 황당한 기사를 썼던 곳이다.
이런 약을 환자에게 권하는 의사가 있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보통 이런 소식은 절박한 환자와 가족들의 지푸라기 심정을 악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이익 집단이 만들고, 해당 약을 고가로 판매한다. 하지만 구충제는 가격이 비싸지 않기 때문에 복용을 굳이 말리지 않는 이들도 있다.
다만 구충제는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선택하게 된다. 의사들은 환자의 진짜 치료 시기를 놓쳐 위험에 처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비아그라는 심장병 치료를 위해 개발됐지만 임상 연구 도중 뜬금없는 효과를 검증하면서 의료계에 기적을 낳았다. 개인적으로 이 구충제도 임상 연구를 통해 '제2의 비아그라'처럼 기적을 낳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만 그러려면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암 치료 효과가 검증될 때까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부담하는 건 개인의 몫임을 명심해야 하고 혹여 복용하더라도 주치의와 꼭 상의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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