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의사파업 끝내며 PA양성화 중단·의료계 사전 상의하기로 했지만…합의문 '헌신짝' 취급
2014년 의정합의문에 'PA 재논의시 의협·대전협과 사전 협의' 문구 포함…"공문서 약속 안 지키면 앞으로 '합의' 의미 있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진료지원인력(PA)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간호법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2014년 당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합의문이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2014년 원격의료 반대 의사 파업을 종료하며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PA 양성화 추진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정부와 상호 합의하고 합의문에 추가했다. 당시는 현재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배출한 박근혜 대통령 정부 시기였다.
29일 의료계 제보로 입수한 합의문에 따르면, 정부는 PA의 합법화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전공의협회와 사전 합의 없이 이를 재추진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또한 전공의 유급제도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전공의 재수련(유급)관련 조항을 폐지하고 이에 대한 재논의시 의협·대전협과 사전에 협의해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2024년 간호법이 통과되며, 정부여당이 이 같은 합의 내용을 어긴 점에 대해 의료계는 공분하고 있다. 간호법을 통해 PA를 양성화하고 전공의 수련 관련 사항도 임의로 결정한 것이다.
의료계는 이런 식으로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정부와 협상이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과거 정부에서 합의한 내용이 현 정부 입맛에 맞지 않거나 현 정부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사례가 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이후 2020년 전국의사 총파업 당시에도 의정은 9.4합의를 통해 의대정원 문제를 추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의료계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는 2023년 재차 의대증원 정책을 발표했다.
2014년 직접 합의문을 작성했던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정부가 합의하고 문서까지 남겨 약속한 내용을 헌신짝처럼 버려버리면 앞으로 어떤 협상이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느냐"며 "이런 비상식적인 정부는 처음본다. 앞으로 무슨 합의가 의미가 있나 싶다"고 질타했다.
노 전 회장은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내용이다. 그러나 의정갈등 상황에서 의사들을 죽이기 위한 법안으로 재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의사(전공의)들이 이렇게 나오면 간호사에게 의사들의 권한을 주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그동안 정부가 내놨던 정책이 대부분 역효과를 냈던 것처럼 이번 간호법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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