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8.28 16:15최종 업데이트 24.08.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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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간호법 통과, 전공의에게 돌아오지 말라는 메시지 던진 것…간호사 불법 진료 강경 대응"

직역 갈등 심화, 전공의 수련 생태계 파괴, 의사에게 책임 전가 등 우려…의사 정치 세력화 추진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사진=KMA TV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계의 반대에도 진료지원인력(PA)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 통과로 국회와 정부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전공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PA를 합법화한 것은 전공의들에게 돌아오지 몰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더 이상 의정 논의는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28일 대한의사협회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의료현안 관련 일일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직역 갈등 심화, 전공의 수련 생태계 파괴…"간호법 통과로 의료현장 아수라장 될 것"

이날 3일째 단식 중인 임현택 회장은 간호법 통과에 침통한 심정을 보였다. 

임 회장은 "우리는 밑바닥까지 추락한 대한민국 의료를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간호사들의 불법 의료 행위로 인한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할 것이며,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들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며 "의사들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모든 힘을 모아 정부의 포괄적인 의료 계약 만행을 막고 전문가주의 선진의료로 나아가 우리나라 의료를 분명하게 바로 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의협 최안나 총무이사이자 대변인은 "간호법을 통과시킨 국회는 이 사태에 엄중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간호법 통과로써 전공의들에게 돌아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의정 논의는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선언했다.

최 대변인은 "직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업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워 의료 현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 뻔한 간호법이 통과됐다. 지금의 의료 공백을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듯이 간호법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간호사에 의한 불법 의료 횡횡할 것…의협, 불법 진료신고 센터 운영

무엇보다 최 대변인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간호사에 의한 불법 의료가 횡횡하게 된다. 국민들은 전문 교육과 수련을 갖추고 다양한 임상 경험을 겸비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간호사에게는 간호를 받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간호사에게 의사의 업무를 하게 하는 법을 방금 통과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협은 오늘부터 간호사 불법 진료신고 센터를 운영해 간호사 불법 진료로 인한 피해를 받은 국민에게 의협의 불법의료대응팀이 의료자문, 법적 자문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최근 모 병원에서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시행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해당 사건은 2018년 모 병원에서 종양전문간호사가 골수 검체 채취를 위해 환자의 골막 천자를 시행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골막 천자는 혈액 종양성 질환 진단을 위해 골반뼈의 겉면인 골막을 뚫고 골수를 채취하는 행위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접적 침습적인 의료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가 아닌 그 진료 행위 자체를 시행해 문제가 됐다.

당시 서울동부지방법원 2심 재판부는 골막 천자는 단순 채혈과 같이 위험성이 낮은 의료 행위로 단정할 수 없고,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침습적인 의료 행위에 가깝다는 판단을 내렸고, 해당 간호사에게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2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최 이사는 "오늘 간호법이 통과돼 골수천자와 같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 행위도 간호사가 직접 시행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료 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며 "현재 허용된 간호사의 업무 범위 외에 의료 행위의 시행으로 발생할 환자의 건강에 대한 위해는 의사의 업무 위임에 따른 의료 행위 수행에 불과했다고 판단되면 모든 책임을 의사가 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현재 간호법은 불법 의료에 대한 아무런 권한과 규정, 처벌 조항이 없다. 따라서 최 이사의 지적대로 진료지원인력의 과실이 의사의 업무 위임에 따른 의료행위 수행이었다고 판단될 경우 그 책임은 의사에게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최안나 총무이사 겸 대변인

전 회원 정당 가입 운동으로 의사 정치 세력화 추진

다음으로 의협은 전 회원 정당 가입 운동으로 의사들의 정치 세력화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최 이사는 "더 이상 정치적 목적에 의한 의료 체계 자체를 붕괴시키는 일이 이 땅에서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역대 정부와 국회는 겉으로는 국민생명과 건강보험을 내세우면서 건강 보호를 내세우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쟁취하기 위해 모순적이고 기형적인 의료 정책과 제도, 그리고 관련 입법을 감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의사들과 9번 싸워서 9번 졌다고 표현한 데 대해 "의약분업 당시 국민 부담이 커진다고 의사들이 경고했으나 의약분업은 그대로 시행돼 지금 그 현실 속에 있다. 의학전문대학원도 그렇게 반대했지만 그로 인해 붕괴된 의료 현장은 누가 책임지고 있나"라며 "그 외에도 의사들을 악마화하고 때려 잡으면 국민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정부와 국회는 의사가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말로는 더 이상 그들을 설득할 수 없고, 어떠한 논리로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에 의료계는 정부와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모아야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우리 의사들도 시민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기 위해 범의료계 차원의 정당 가입 운동을 펼쳐 직접 정치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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