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논란의 본질은 정치인의 전화 한 통이 아니다. 과학이 판단해야 할 자리에 정치가 발을 들인 구조, 그 대가를 임상시험 참여자와 소액주주가 치렀다는 점이다.
사실관계부터 정리하겠다. 제넨셀 설립자의 1심 판결에 따르면 2021년 코로나19에 감염시킨 햄스터 실험에서 고용량 투여군 5마리 중 1마리가 토혈 뒤 폐사했고, 살아남은 개체에서도 심한 폐 비대가 관찰됐다. 이 내용은 식약처에 낸 최종보고서에서 삭제됐다. 법원은 설립자가 이 사실이 승인에 불리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삭제를 지시했다고 보고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므로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식약처가 처음부터 문을 열어준 것도 아니었다. 식약처는 2상부터 다시 신청하라 하고 동물실험 자료를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조작된 자료는 바로 그 보완 요구에 대한 ‘답’이었다. 2021년 10월 12일 당시 국회의원이던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연락한 뒤, 14일 뒤 임상이 승인됐다. 모회사인 세종메디칼 지분을 인수했던 투자조합들은 승인 이틀 뒤 지분을 전량 매도해 183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도됐다. 그리고 2022년 임상 2상에서 93명이 이 약을 투약받았다.
반론도 있다. 식약처는 93명 가운데 중대하고 예상치 못한 약물이상반응 의심 사례(SUSAR)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설립자 측은 해당 실험이 안전성 평가가 아닌 유효성 평가였으며, 원인 불명의 폐사 한 건을 뺀 것은 학술적으로 당연했다고 항변한다. 후보자는 절차 지연을 살펴봐 달라는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고, 자신은 문과 출신이라 치료제 성능을 알 수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결과가 무사했다는 것이 면책 사유는 아니다. 임상시험의 윤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성립한다. 시험자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는 의뢰자가 제공한 임상시험자료집(IB)을 토대로 위험을 가늠하며, 참여자는 그 설명을 듣고 동의한다. 불리한 동물 데이터가 빠졌다면, 93명의 동의는 불완전한 정보 위에 놓인 셈이다. 폐사 개체를 뺄지는 연구자가 홀로 정할 일이 아니라, 기록한 뒤 심사자가 판단할 일이다. 법령이 의뢰자에게 안전성 관련 새 정보를 지체 없이 시험자에게 알리도록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과라 몰랐다’는 답변은 방향이 거꾸로다.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일수록 개입하지 않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다. 임상시험계획 승인의 법정 처리 기간은 30일이니, 14일이라는 숫자만으로 특혜를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연락 그 자체다. 내용이 절차 확인이었다 해도, 규제기관 수장에게 국회의원의 연락이 닿는 순간 그것은 압력으로 읽힐 수 있다. 개인의 선의와 무관하게 구조는 그렇게 작동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93명의 참여자에게 누락된 동물실험 결과를 알리고, 추적 점검이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지금까지 확인된 장기 위험은 없지만, ‘확인된 바 없다’는 말과 ‘안전하다’는 말은 다르다. 의뢰자에게는 피해보상 규약과 절차를 마련할 의무가 있으니, 그 이행도 점검해야 한다. 둘째, 식약처는 제출된 비임상 보고서를 원자료와 대조하는 검증 절차를 보강해야 한다. 셋째, 심사 중인 인허가 사안에 대한 정치권의 연락을 기록하고 공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누군가에게는 주가의 신호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몸에 들어가는 약이 된다.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말을 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