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과자를 먹다 질식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진의 일부 과실을 인정했다. 폐쇄병동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다 환자가 질식사한 사안 자체가 의료진의 과실은 아니지만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가 늦었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인천지법 민사16부는 7일 오랜기간 조현병을 앓아 온 환자 A씨가 폐쇄병동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의료법인이 유족에게 총 34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017년 A씨가 인천에 위치한 B병원에 조현병이 악화돼 폐쇄병동에 입원하면서 시작됐다.
2017년 10월 A씨는 병동에서 초코과자를 섭취했고 곧 쓰러졌다. 음식 섭취 후 8분 사이에 A씨는 병동 문을 두드리거나 벽에 붙어 있던 비상벨을 두차례 눌렀다.
그러나 의료진은 바로 도착하지 않았고 A씨는 기도가 막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A씨가 쓰러진 후 17분 뒤에야 병원 간호사가 도착했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결국 A씨는 사망했다.
시신 검안 결과, 사인은 질식에 의한 외인사였고 응급실 의료진 또한 질식으로 인한 심정지를 의심했다. A씨가 사망하자 유족은 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의료법인을 상대로 2억여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문을 두드리고 비상벨을 누르는 등 의료진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간호사가 제때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당직 의사도 병원에 대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24시간 환자를 관찰할 의무가 의료진에게 있지는 않다며 일부 배상 책임을 줄였다.
법원은 "담당 간호사와 당직 의사 등 병원 의료진이 A씨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아 응급조치가 늦어진 과실이 있다"며 "특히 A씨가 비상벨을 누르는 등 도움을 청했지만 이를 늦게 발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기회를 놓친 책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A씨가 평소에 삼킴장애가 있지 않았고 환자에게 외부 음식물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음식섭취를 금지토록 할 의무가 의료진에게 없다"고 전했다.
즉 A씨가 초코과자를 먹고 질식한 사실 자체는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아니지만 응급조치가 늦은 사실은 재판부가 인정한 셈이다.
이어 법원은 "의료진이 환자를 24시간 관찰할 의무가 있지 않다"며 "이에 2억 원이 넘는 배상책임을 의료진에게 묻기엔 과하다"며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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