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08 07:31최종 업데이트 24.05.0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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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증원 '삼중고' 빠진 정부…'사법리스크·교수 휴진 확대·의대생 유급'

의료계, 진퇴양난 빠진 정부에 연일 압박수위 높여…박형욱 교수 "혈세를 받아 먹는 관료들이 할 일 안해"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 사법리스크, 의대교수 휴진 확대, 의대생 유급 등 삼중고에 빠졌다. 사진은 7일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대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삼중고에 빠졌다. 

관련 협의체 회의록 제출 여부를 두고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정부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늘어나는 한편, 의대교수 1주일 휴진과 의대생 전원 집단 유급 기한이 다가오면서 압박 수위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의대정원 관련 정부 '사법리스크' 가중되나

8일 법조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이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관계된 협의체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공무원들에 대한 형사고발이 이어지면서 사법리스크도 증가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정근영 사직 전공의는 7일 박민수 복지부 2차관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형사고발했다. 향후 공수처 수사 방향에 따라 회의록 작성과 배정위원회 명단 공개 유무 등도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5월7일 브리핑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전문위 회의록을 작성, 보관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는데 회의록은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회의록이 작성됐다면 전자기록시스템에 등록됐어야 하는데 만약 이것을 별도 보관하고 있다면 믿을 만한 회의록도 아니고,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의교협은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 회의록도 마찬가지로 존재 여부에 대한 복지부 담당자와 박민수 차관의 답변이 그 때마다 다르고, 계속 말바꾸기를 시전하고 있다"며 "정부는 배정위 녹취록은 아니지만 회의 요약본이 있다고 했는데 이는 회의록이 생상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뒤늦게 제출되는 회의 요약본은 신뢰할 수도 없고, 법적으로 유효한 회의록이 아님을 교육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대교수 1주일 집단휴진·의대생 집단유급 등도 정부 압박
 
사법리스크에 더해 교수 집단 휴진 확대 등 환자 불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7일 정부가 의대 증원을 확정하면 1주일간 집단 휴진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의비는 40개 의대 중 19곳이 참여하고 있어 만약 1주일간 집단 휴진이 현실화되면 의료현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미 의대 교수들이 지난달 30일과 지난 3일 휴진하긴 했지만 당시는 휴진이 하루에 그쳐 대부분 병원이 정상 운영됐다. 그러나 휴진 기간이 1주일로 늘어날 경우 환자 불편은 물론, 지금도 적자에 허덕이는 대학병원의 경영상 어려움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최세훈 교수는 "우리가 100%로 일할 때에 비해 최근 수술 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특히 어려운 수술들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이 5월, 대부분 유급 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것도 정부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두 학번이 함께 교육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현실적으로 의대생들이 유급당할 경우 의학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희철 이사장은 "내년부터 당장 문제가 될 것이다. 이대론 의학교육의 질을 절대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해 연세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지난 2월 정부의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학생 대부분은 휴학계를 제출했다. 정부는 40개 의과대학에 유급 방지책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소위 탄력적이라는 편법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배출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교육자에게 양심에 어긋나는 행위를 요구하는 비윤리적인 행태"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는 "현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대다수의 학생이 휴학하거나 유급당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증원계획이 없는 연세의대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즉 앞으로 6년 동안 두 학번이 함께 교육을 받는 학년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위는 "이 학년에 한해 100퍼센트 증원이란 부정 효과가 생긴 셈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대학에는 두 학년인 약 250명을 함께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도, 실습 공간도 없고, 이들을 지도할 교육 인력도 수급하기 어렵다"며 증원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의료계, 회의록 미작성 등 정부 '모순적 태도' 일제히 비판 

정부가 구석에 몰리자 의료계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통일된 의견을 요구한 정부가 정작 자신들은 회의록 조차 제대로 만들지 않는 '모순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취지다.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의협 대의원회 부의장)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대 증원의 과학적 근거를 만들 책임은 복지부 관료에게 있다. 그런데 그들은 과학적 근거를 만들기는 커녕 회의록 하나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철면피스럽게 의료계에 과학적 근거를 가져 오라고 준엄하게 뇌까렸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박 교수는 "그들이 보고서를 읽고 해석하고 근거로 제시하는 과정을 보면  과학이 뭔지 전혀 모르면서 과학적 근거를 운운했다고 확신하게 된다"며 "혈세를 받아 먹는 관료들이 민간 위에 군림하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철면피스럽게 민간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꾸짖고 욕보이는 나라, 중노동을 해 온 전공의들이 일을 안 한다고 면허 박탈, 법정 최고형 운운하며 협박을 하는 나라, 외피는 대한민국이지만 내면은 지극히 조선스러운 나라"라고 지적했다.  

전북의사회도 "28차례 진행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의대 증원이 과학적인 근거가 아닌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음을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며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배정 주요 회의에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관련 법령을 위반한 담당 공무원을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문책하고 지금까지의 모든 의대 정원 증원정책을 법원 판단 이전에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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